재취업 도전기

베이비시터 면접을 봤습니다.

by 연두

작년에 둘째가 대학생이 되면서 전 가족이 성인으로 돌입했다. 두 아이 초중고 시기 사교육비가 허리가 휠정도로 많이 들어서 대학만 가면 생활이 좀 나아지겠지, 지출이 팍팍 줄어들겠지 하는 기대에 이때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대학생이 되고 보니 이건 또 다른 복병이 있는 것이 아닌가. 일단, 두 명의 학비가 동시에 들어가는 것을 시작으로 어딘가 돈 새는 구멍들이 여기저기 생겼다.


학비에 매달 용돈이 필요하고, 거리상 기숙과 자취를 해야 하니 주거비용이 추가된다. 취업을 위한 준비가 시작되어야 하므로 외국어 교육비가 들어간다. 이 외에도 한 번씩 여행을 가게 되면 지원금도 추가된다.


물가상승에 비해 월급은 제자리이고 지출은 늘어나고 있어서 지금이라도 생활전선에 뛰어들라는 경고 신호가 켜졌다. 요즘 너도 나도 한다는 주식은 태생적으로 새가슴이라 약간의 손해에도 정신이 혼미해지기 때문에 안될 것 같고, 동네에서 할 수 있는 파트타임을 찾아보기로 했다.


알바몬이나, 알바천국은 왠지 젊은이들을 선호하는 일이 많을 것 같다. 뭐든 있는 당근에서 해결해 보자는 마음으로 당근 알바에 매일 출근도장을 찍었다. 식당 서빙에서부터, 짐 나르는 일, 베이비시터, 가사도우미, 요양보호사, 반려견 산책, 학원보조교사, 과외등 대중적인 알바부터 듣도 보도 못한 알바까지 다양하다.


어떤 알바를 해야 하나 백번쯤 고민하고 있을 때 하원 도와주시는 선생님 찾습니다.라는 공지가 눈에 띄었다. 그때 기억 저 깊숙한 어딘가에서부터 건져 올린 것은 캐캐묵은 이력과 자격이었다. 보육교사 1급 자격증, 중등정교사 자격증, 부모교육수료, 미술심리치료 수료 등등, 수납장 어딘가 빛도 못 보고 있던 각종 자격, 수료증들이 아이를 돌봐주는데 꽤 쓸모 있는 것들이 아닌가.


나만의 강점을 꽤나 상세하게 적어서 아이 어머님께 보냈다. 지원서를 쓰면서 내심 베이비시터인데 너무 고스펙, 고사양 아닌가라며 어깨에 뽕이 잔뜩 들어갔다. 근거 없는 자신감에 취해있을 무렵 연락이 왔다. ‘그러면 그렇지, 역시 사람을 알아보시는군.‘ 착각 아닌 착각 속에서 어머님과 통화를 했다. 다음날 면접을 보러 가기로 했다.


집을 나서면서 무슨 질문에는 어떤 대답을 할까. 아이 부모님에게 어떻게 말을 이어갈까 하는 생각들로 매서운 겨울 칼바람에도 추운지 몰랐다. 도착한 집은 부부와 17개월 된 아기가 있었다. 아기가 있는 집인데도 깔끔하고 쾌적했다. 아직 인사하려면 몸이 다 접히고, ”안녕하세요. “라는 말대신 ‘아야세요 ‘라는 옹알이 같은 인사를 하는 나이였다. 처음 보는 나를 하나도 불편해하거나 어색해하지 않고 바로 책을 들고 온다. 그 모습이 하도 귀여워서 체면도 없이 큰 소리를 웃고 말았다.


아기들의 언어인 소리만으로 대화를 하고, 자기가 먹던 빨대 물병을 나에게 자꾸 주는 거 보면 한 입 먹어보라는 것 같기도 했지만 나는 정중히 사양을 하고 돌려주었다. 낯도 가리지 않고, 경계하지 않고 스스럼이 없는 거 보니 성격이 까다롭지 않고 순한 아기 같아 보였다. 시종일관 미소를 장착하고 부모님의 질문마다 차분히 대답을 했다.


부모의 표정에서 만족해하는 낌새를 느꼈다. 아기와도 교감이 된 느낌이었고, 부모님의 표정이 좋은 거 보니 거의 결정이 된 건가 싶었다. 그때부터 ’ 아이와 같이 뭘 하고 놀까 에서부터 조금 크면 놀이터 나들이도 가고, 여러 경험을 시켜 줘야지까지 갔다가 아니야, 부모님은 꺼려할 수도 있어, 잘 소통해야지 ‘라는 마무리로 김칫국을 두 사발이나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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