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만큼은 혼자 있고 싶어요

feat. 직장인 점심시간 활용법

by 이진

우리는 직장에서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1인 기업이 아닌 이상 동료들과 더부끼며 함께 시간을 보내야만 한다. 일과시간에는 업무적으로 소통하고, 점심시간엔 같이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퇴근 후엔 야근과 회식이 기다린다. 이렇게 우리의 하루는 직장과 직장동료들 점철된다. 나만의 시간을 갖기가 어렵다. 그래서 난 선택했다. 점심시간만큼은 나를 위해 수호하기로. 나를 위해 쓰기 시작한 점심시간은 '미라클 런치'가 되었다. 이 미라클 런치는 요즘 들어 내 삶을 꽤 괜찮게 만들어 주고 있다.



#1 평소의 점심시간


우리 회사의 점심식사 풍경은 여타 직장인들과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식사하러 가시죠'

사무실의 적막을 깨는 부서원의 알람 구호와 함께 점심시간이 시작되면 부서원들과 옹기종기 모여 구내식당으로 이동한다. 줄을 서서 벽에 달린 메뉴를 한번 쓱 훑고 기대하거나 실망하며 각자 식판에 밥과 반찬을 뜬다. 재빠르게 식당을 스캔해 우리 부서원이 함께 앉을 수 있는 테이블에 자릴 잡는다. '맛있게 드십시오' AI 스피커 명령어와 같은 따뜻한 구호를 시작으로 함께 수저를 뜬다. 이후엔 별다른 대화는 없다. 달그락달그락 거리는 수저 소리만 요란하다. 식사 소요 시간은 대개 10분 내외다. 한국인답게 모두들 빨리 먹는다. 주변에 앉은 부서원들, 특히나 차장 부장님이 계신다면 그들의 식판을 흘깃 쳐다보며 페이스를 체크한다. 적어도 그분들과 비슷하게 또는 빠르게 먹어야 하는 무언의 압박이 있기 때문이다. 천천히들 먹으라 하시지만 나는 남들과 속도를 맞추기 위해 식판 위 반찬과 밥을 재빠르게 목구멍으로 넣어 삼킨다. 조금 빨리 먹으면 수저를 내려놓고 냅킨으로 입을 훔친 뒤 물끄러미 스마트폰을 바라보며 기다린다.



#2 나만의 점심시간 - 일석삼조 미라클 런치


요즘 내가 갖는 점심시간의 풍경은 사뭇 많이 달라졌다.


'식사하러 가시죠'

점심시간을 알리는 사무실 내 구호가 울려 퍼지면 나는 부서원들의 무리에서 벗어 나와 식당과 같은 층에 위치한 헬스장으로 이동한다. 헬스장에 비치된 파란 운동복으로 갈아입고서 간단히 스트레칭을 한 뒤 재빠르게 근력운동에 돌입한다. 운동 시작부터 샤워까지 마치는 데 주어진 시간은 대략 40분가량이다. 허투루 시간을 보낼 수가 없다. 유튜브를 보면서 알음알음 배운 부위별 웨이트 운동을 한다. 스마트폰은 최대한 보지 않은 채 짧고 굵게 세트수를 채워간다. 타임어택 하듯 쇠질을 마치고 후다닥 샤워를 한 뒤 옷을 갈아입고 식당으로 향한다. 이미 다른 사람들은 식사를 마치고 난 뒤라 구내식당은 한산하기 그지없다. 적절한 양의 밥과 반찬을 담은 뒤 이어폰을 꽂고서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꼭꼭 씹어 먹는다.



이렇게 운동을 시작하고 혼밥을 하니 점심시간만큼은 오롯이 나만의 시간으로 만들게 되었다. 점심시간이 내 것이 되니 좋은 점이 꽤 많다.


첫째, 건강해진 삶을 챙길 수 있게 됐다. 정해진 시간 내 운동을 해야 하니 짧고 굵게 할 수 있다. 스마트폰은 아예 보지 않고 쉬는 시간을 최대한 짧게 갖고서 운동을 하니 훨씬 효율적이다. 빡세게 운동하고 나면 식욕이 오히려 줄어들어 과식할 일도 없어지게 된다. 혼밥을 하니 남의 눈치 안 보고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내 페이스대로 꼭꼭 씹어먹으며 포만감을 제대로 가져갈 수 있다.


둘째, 시간관리에 도움이 된다. 우리 직장인들은 퇴근 후 '갓생'을 살기 위해 많은 일들을 한다. 자기 계발, 운동, 취미생활 등 회사 일 말고도 할게 너무나도 많은 요즘이다. '저녁이 있는 삶'을 위해선 야근 또는 회식에서 자유로워져야 하나 그게 말처럼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하지만 점심시간에 운동을 시작하고 나니 현실을 타개할 수 있게 됐다. 여유 있고 양껏 운동을 하진 못하더라도 점심시간을 이용하다 보니 퇴근 후 변수들에 대응하기 한결 수월해졌다. 효율적인 시관 관리가 가능해진 것이다.


셋째, 런치플레이션에 대응할 수 있게 됐다. 매서운 물가상승에 런치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한 요즘이다. 밥 한 끼에 커피 한잔만 해도 돈 만원은 우습게 나가는 현실 속에 살고 있다. 외식하면 대개 맛집을 찾아가니 최소 8천 원 이상이며, 기분 좋게 커피값이라도 쏜다 치면, 기프티콘 신공이 없음 커피값으로만 1-2만 원은 나가게 된다. 직장동료들과의 오붓하고 따스한 점심시간에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꽤나 크다. 이런 패턴에서 벗어나 혼자서 운동을 하고, 4500원짜리 구내식당 밥을 먹은 뒤 사무실 캡슐커피 머신으로 식후땡 커피를 마시게 되니 평일에 쓰는 돈이 무척 줄어들었다.


미라클 런치는 이렇게 내게 일석삼조의 혜택을 주고 있다. 무엇보다 점심시간만큼은 내가 내 삶의 주인이 됐다는 게 가장 큰 삶의 플러스다.

런치플레이션 관련 기사들






아싸처럼 혼밥을 하고 헬창처럼 운동에 미친 것처럼 글을 썼지만 직장에서 동료들과 벽을 친 것도 아니고, 아직 운동 경력이 미천한 헬린이에 불과하다. 나도 동료들과 종종 같이 밥을 먹고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눈다. 동료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과 대화는 확실히 직장생활의 윤활유 역할을 한다. 하지만 윤활유도 너무 많이 바르게 되면 되려 헛돌기 마련이다.


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간단하다. 한 번쯤은 동료들의 무리에서 벗어나 점심시간을 나만의 시간으로 만들어 보길 바란다. 운동이 아니더라도 책을 읽는다거나 맛집에서 혼밥을 한다거나 산책을 하거나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다거나 무엇이든 직장에서 나만의 시간을 가져보길 권하고 싶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우리 삶이 윤택해지고 혼자 있는 시간의 소중함을 깨닫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 자신만의 '미라클 런치' 시간을 만들어가는 직장인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베댓이 무척 눈에 띈다. 시간을 내자.



p.s. 이 글도 점심시간을 이용해 퇴고 후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