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마음을 다시 펄럭이게 만들 그런 위로를 찾아내는 것.
세워 놓고 쓰는 스팀다리미가 한 두 달 전부터 상태가 안 좋았다.
물통에 물을 넣고 다리미 전원을 켜면 얼마 안 되어 물통의 물이 흥건하게 새는 상황.
스팀다리미 옆에 두었던 책들이 물에 젖어 우글우글해지는 참사도 있었다.
기계가 말을 안 들으면 때리기부터 하는 마이너스의 손인 나란 사람.
원인을 찾지 못하고 아예 멀치감치 치워두었다가 원피스를 다릴 일이 있어 재시도.
결과는 또 방안이 물로 흥건해지고 말았다.
가만히 물통을 들여다보니,
하얀색 반지모양 고무패킹 하나가 눈에 띄었다.
요 녀석! 네가 빠져서였구나!
원인을 찾은 나는 의기양양 이 고무패킹이 있었던 자리를 멋대로 추측하기 시작했다.
‘왠지 물통 쪽 연결 부분인 것 같아!’
그리고 지레짐작으로 그 자리에 끼워 넣었다.
대강 맞는 것도 같아서 실험해 보니 물이 더 이상 새지 않는 것 같다.
그러나…유레카!...
를 외친 건 너무 성급한 일이었으니.
십 분 정도 지나자 다시 바닥에 물이 흥건해졌다.
어떻게 할까. 그냥 다른 옷을 입고 나가야 하나.
이걸 해결 못하면 늘 구겨진 채로 한쪽에 걸어만 둔 원피스는 이제 내년에나 다시 보게 되겠지.
다시 물통을 열어 이번엔 물통 쪽이 아닌 본체 쪽까지 손을 깊숙이 넣어 더듬더듬 패인 곳을 찾아보았다.
손 끝의 감촉으로 아! 여기구나! 느껴지는 패인 홈이 있었다.
아하! 엉뚱한 곳에 고무패킹을 넣었구나.
다시 이쑤시개로 패킹을 빼내고 원래 자리에 끼워 넣었다.
이제 물이 새지 않는다! 이번엔 정말 유레카!
언제 그랬냐는 듯 멀쩡해진 스팀다리미를 보며 생각한다.
마음의 패인 곳들이 아닌 엉뚱한 곳에 고무를 끼워 넣으며 이제 되었다 말할 때가 너무 많다.
어디든 끼워 넣고 이제 마음이 흘러내릴 일은 없을 것이라고 빨리 안심시키고 싶은 것이다.
힘들어서 패인 그 부분을 다시 마주하고 싶지 않아서,
그냥 오늘 평소보다 힘든 사람을 오래 마주해서 그런 거니 손절타이밍이 왔다고,
내가 더 잘했으면 되었을 텐데 더 노력하지 못해서라며..
급한 처방을 내려버리고 만다.
더 깊숙이, 더 세심하게, 더 인내를 가지고 찬찬히 돌아보고 매만져 보아야 한다.
정말, 패인 그곳에 꼭 맞는 위로를 찾을 때까지.
그것을 알 수 있는 사람은 그것을 패이도록 허락한 나 자신뿐이다.
쉽게 다른 사람의 손을 빌리지도 말고,
이 정도면 맞는 것 같다고 대충 덮어버리지도 말고,
마주하고, 또 마주해서
꼭 맞는 위로의 패킹이 내 상처를 돋우게 될 때.
새던 마음은 이제 뚝. 눈물을 그치게 된다.
그러면, 그 눈물은 이제 구김들을 펴주는 스팀이 되어,
맑고 화창한 날씨 닮은 쉬폰원피스처럼 내 마음을 펄럭이게 할 것이다.
더 이상 계절을 넘기는 일은 그만두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