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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헤라자데 Jun 22. 2023

만학도 간호대생 이야기 7

3-1학기를 마치며

와....3학년 여름방학이 되었다. 1학기에는 외과 3주 내과 32주 이렇게 실습을 다녀왔다. 

무척이나 긴장되고 떨렸지만 무사히 해낼 수가 있었다. 처음 외과 3주는 신경외과 병동인데 우리 지역의 최상급대학병원으로 배치가 되었고 두명이 나갔는데 한명은 데이 한명은 이브닝 이런 식이어서 거의 혼자 실습을 하다시피했다. 

되도록이면 앉지 않고 서 있으려고 했으며-아이고 내 다리야- 사소한 일이라도 거들어 드리려고노력했다. 우리가 하는 일은 바이탈 재는 것과 BST재는 것이 주 담당 임무였고 나머지는 눈치껏 선생님들 따라다니면서 관찰을 했다. 

케이스도 처음 써 보는 거라 어리버리. EMR도 무조건 손으로 적어야 했기에 열심히 (?) 시간 짬짬이 간호기록지 등등을 조회해 가면서 종이에 다 썼다. 환자의 개인 정보는 굉장히 민감한 사항이기 때문에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불법이다. 

첫날 실습이 끝나고 나서 그 다음날 들려온 소식에 의하면 어느 병원에 배치된 누가 쓰러졌다더라 라는 등의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데이는 특히나 6시 50분까지 가야 하기 때문에 일찍 일어나서 아침밥을 꼭 챙겨먹지 않으면 실습을 버텨낼 수가 없다. 

최상급대학병원이었기에 뭔가 시스템도 잘 되어 있고 환자들도 엄청 많았고 간호사 선생님들도 바빴다.

눈치보는 것이 일이었지만 그래도 뭐라도 하려고 정말 노력을 했다. 같이 간 동기는 현역인데 어린 나이에도 꿋꿋하게 잘 버텨내는 것이 대견스러울 정도였다. 시간은 흐르고 흘러 3주간의 실습이 끝나고 다시 학교로 돌아와 더블 수업을 받았다. 더블 수업은 1시간 수업이면 2시간을 수업을 받는 것이다. 

우리 학교의 장점은 우리가 살고 있는 광역시에서 실습이 다 가능하며 그것도 학기내에 다 종료된다는 것이었다.

3주 실습 3주 이론더블 수업 중간고사 다시 3주 더블수업 3주 실습 이런 식으로 구성이 되어 있는데. 중간고사는 어느 정도 평타를 쳤다. 마지막 더블 수업 3주 끝나면서 다시 종합병원 내과 간호간병 통합 병동으로 실습을 갔는데 거기는 우리 학교 4명 다른 모 학교 8명이 오는 바람에 12명의 실습생들이 있었다. 다 친하게 지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모 학교 실습생과는 서로 연락처를 주고 받으며 간간이 연락을 한다.

우리 학교 학생들이 확실히 열심히 했다. 그건 사실이었다. 되도록이면 앉지 않고 서 있으려고 했으며 몰려다니지 않고 각자 행동 했으며 열심히 실습에 임했다. 액팅 선생님께서 실력도 좋으시고 잘 가르쳐 주셔서 무척이나 좋아했다. 그 선생님께서 다른 층으로 옮기신다는 것을 알고 학생들이 -나를 포함하여- 커피 초콜릿 등등에 포스트잇을 붙여 메시지를 적은 다음 드렸다. 그러자 액팅 선생님께서는 마지막 날에 피자를 쏘셨다. !!!! 학생들에게 말이다. 

마지막 컨퍼런스까지 만점을 받고  ㅎㅎㅎㅎ 당당히 학교로 왔더니 6월 초..... 기말고사가 입을 벌리고 기다리고 있었다. 체력이 후달달했지만 시험을 보았고...중간고사보다는 영.....너무 힘들어서 .....공부를 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미리미리 하지 못한 내 탓이 크다.

일단 여름 방학에 들어왔고 나는 희망사다리 장학금 창업 1유형을 신청해서 전액 등록금과 한학기 200만원 지원을 받았다. 그 희망사다리는 한학기를 지원받으면 -나 같은 경우 등록금 +지원금 =500만원 정도- 졸업후 6개월간 연매출액 5천억 미만인 중견 병원으로 취업하는 것이다. 한번 되면 4학년 졸업때까지 지원받는다. 

고로 4학기동안  2천만원을 지원받는데 2년간 의무종사를 중견 병원에서 해야 한다. 그렇게 마음을 먹고 있었다. 학교 근처에 있는 종합병원가자. 뭐 만 42세 만학도가 대학병원에 가겠는가 했는데....그랬는데....완전히 그 마음이 뒤집어진 사건이 발생했다.

다름아닌 우리 지도교수님께서 만학도들 연구를 하시는데 많은 관심과 애정이 있으셔서 만학도 중재 프로그램을 이틀 동안 만들고 참여를 하게 끔 하셨다. 대략 서른명 가까운 만학도학생들이 모였고 이틀동안 여러가지 이론과 필요한 정보들을 얻었는데 ...가장 중요했던 것은 이틀째 마지막 날 44세의 나이에 올해 최상급대학병원으로 당당히 입사하신 만학도 선배님이 강연을 하신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나는 그 강연을 듣고 완전히 마음을 바꿔 먹었다. 나 반드시 저 동갑내기 만학도 선배님이 가신 그 병원 가겠다고....

서류전형은 블라인드고 토익 600점만 되면 되고 자소서 내고 가장 중요한 것은 자체 필기고사. 그리고 마지막으로 면접으로 구성된다고 했다. 사실 그 병원은 우리 언니가 다녔던 병원이기도 했고...내가 실습해 봤던 병원이기도 했고....

그 선배님은 절대 가스라이팅 당하지 말라고 했다.

첫째 만학도는 나이 때문에 대학병원 못가

둘째 만학도는 나이 때문에 체력이 안 받쳐줘서 못가

셋째 만학도는 나이어린 선배들 사이에서 태움을 받고 응급 사직해.

등등 절대 아니라고...그런 가스라이팅 당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나는 강연이 끝나고 나서 그 선배님께 개인적으로 토익은 몇점이셨는지 물어봤고 친절하게 답해주셨다. 그런데 어딘지 본듯한 느낌적인 느낌. 알고보니 같은 고등학교 동창이 아닌가.

그래 저 동창도 갔으면 나도 가보자. 성적은 별로 좋지 못하지만 그래도 1년 준비해서 최선을 다해보자. 

라는 생각이 확연히 들었다. 가장 그 병원에 좋은 점은 개인적으로 신규간호사를 3달동안 1:1로 밀착 교육을 시켜준다는 것이다. 나같은 허당 어리버리에게는 그런 시스템이 꼭 필요하다.

결국 나는 토익 어학원에 7,8월 거금을 주고 등록을 했다. 신발사이즈 정도의 그런 실력이지만..... 토익 시험을 한번도 제대로 시험본적도 없는 나지만..... 소신을 갖고...해보겠다고 결심했다. 

그래 간호대 온 것도 큰 결심인데 조금더 자신감을 갖고 해 보겠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 해보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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