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개의 오렌지를 위한 사랑3

어차피 어긋난 운명이다.

by Hugo

-일곱 번째 날-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서로를 외면하고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다.

아내는 지난 일을 망각 속에 묻으려 했고 나는 냉정히 따지려고만 들었다.

그리고 이젠 서로에게 지쳐버렸다.

아내에게 자유가 필요하듯 나는 쉬고 싶다.

어차피 어긋난 운명이다.

아내는 오클랜드로 떠났을 것이다.

공항으로 가자.

그리고 오클랜드 지구 반대쪽 항공권을 달라고 해야겠다.


-여덟 번째 날-


항공사 카운터의 직원은 되레 그곳이 어디냐고 묻는다.

당연히 나는 오클랜드 반대쪽을 왜 모르냐고 언성을 높인다.

황당하다는 표정이다.

“말라가잖아요, 스페인에 있는.”

옆 창구의 여직원이 다가와 아는 체를 한다.

연미지, 유니폼에 적힌 이름이 비현실적이면서도 그리 낯설지 않다.

여직원은 내게 마드리드 행 항공권을 내밀면서 아내의 안부를 묻는다.

어떻게 그녀를 아느냐고 되물으려다 결국 포기한다.

난 이미 지칠 대로 지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