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그대에게

퀴어 원더풀의 이야기 (5)

by 백고래

원더걸스를 덕질했던 시간들이 끝내 내게 남긴 것은 아름다움에 대한 상념이다. 아름다운 팀이란, 아름다운 팬이란, 아름다운 인간이란, 아름다운 끝이란, 아름다운 인생이란 무엇인가?


인생은 고통의 모습을 하고 우리에게 온다. 고통은 그렇게 절대적인 총량으로서 우리 삶에 주어져있다. 그런 면에서 행복을 맹목적으로 쫓는 삶은 추악하다. 좋은 음식과 좋은 차, 좋은 집과 좋은 옷. 내가 행복한만큼 누군가 불행해진다는 생각에 미칠 때면, 내가 받는 칭찬이 동시에 누군가에게 비난으로 돌아갔다는 생각을 할 때면, 인생은 고통일 수밖에 없구나 단념한다. 평생을 사랑했던 짝꿍을 묻지마 칼부림으로 잃는 고통과 생떼같은 자식을 사고로 잃은 부모의 절규는 결코 다른 세상의 이야기가 아니다. 피맺힌 절규와 화목한 웃음, 심장을 도려내는 이별의 고통과 이제 막 사랑을 확인한 연인의 포옹이 공존하는 세상을 우리는 살고 있다. 언제나 1등이던 원더걸스의 뒤에는 2등, 1000등 이었던 수많은 가수들이 함께 존재했다.


행복만 쫓겠다는, 추하고 이기적인 마음을 일으켜 세운다. 고통스러워도 어쩔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그걸 피하기 위해 몸부림치지 말자. 피한다면 잠시 잠깐 편할지언정 돌이킬 수 없는 깊은 수렁으로 나를 담궈버리는 일 일테니. 인생의 고통을 마음 깊이 느낄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기를, 그래서 고통스럽지만 아름다운 인생을 살 수 있기를.


인생은 끝내 이룰 수 없는 것으로 가득하다. 두 손에 거머쥘 수 있는 건 모래 같이 빠져나가는 불완전함 뿐이다. 그래서 인생은 기도하고 기도하는 모습으로 남는다. 원더걸스를 향한 나의 마음도 그런 모습으로 영영 남을 것이다. 원더걸스로 인해 슬프기도 많이 슬펐고, 불안하기도 많이 불안했으며, 행복하기도 많이 행복했다.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불완전했던 그 시절 원더걸스와 나에게, 여기서 여전히 고통스럽게 반짝이는 아름다운 우리 모두에게.


“하이하이하이얀 아름다운 우리 내 맘속에 번져가네”
- <아름다운 그대에게>, 원더걸스 (2016)


** 작곡가 Frants와 원더걸스 멤버들이 의기투합하여 만든 곡으로 70년대 밴드 사운드의 영향을 받아 작업되었다. 사람 사이의 관계가 점점 차가워지는 디지털 시대에서 서로를 좀 더 아껴주고 사랑하는 세상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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