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 원더풀의 이야기 (4)
여러 2세대 걸그룹은 15주년을 맞아 팬들에게 앨범, 방송, 콘서트, 화보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반면, 원더걸스의 15주년은 다른 세상에 잠들어있는 듯 미동조차 없었다. 몇몇 멤버들의 교류가 간간히 있을 뿐, 원더걸스 전체로서의 교류는 부재했다. 선예의 연예계 복귀 이후, 원더걸스 재결합의 가능성은 높아졌지만 동시에 어떤 강을 건넌듯했다.
“3년 동안 이어진 끝없는 암흑같은 공백 다들 물어봐 하긴하는거냐 컴백”
- <Back>, 원더걸스 (2015)
2013년 선예의 결혼 이후 3년 여의 공백기는 유빈의 가사대로 암흑 그 자체였다. 멤버들은 솔로 활동에 주력했고, 팬들은 구심점을 잃은 채 산산히 부서지고 있었다. 가망 없는 그룹 활동에 실낱 같은 희망을 걸고 있으면서도, 매일 온갖 추측과 시비로 서로 헐뜯으며 싸우기 바빴다. 솔로 입지를 다지고 있는 선미를 두고서도 설왕설래 난리통이었던 것을 기억한다. 그 무렵 나는 속으로 매일 빌었다.
“원더걸스의 끝을 받아들이겠다. 다만, 끝날 때 끝나도 깔끔한 마무리가 있으면 좋겠다. 정규 3집은 내고 끝났으면 좋겠다.”
그 소원은 실제로 이뤄졌다. 재수 학원을 마치고 돌아가던 길, 원더걸스 3집 ‘REBOOT’를 듣고 온몸이 찌르르 떨렸다. 꿈 같은 순간이었다. 행복함이 넘쳐서 심장이 펑 터져버릴 것 같았다. 3집의 마지막 트랙은 <이 순간>이라는 팬송으로 채워졌다.
“그 언젠가 우리가 함께한 수많은 날들이 조금씩 흐려져도 기억해 이 순간을”
원더걸스가 그리울 때 마다 그 순간을 끌어다 품는다. 그 때만큼 뜨겁지는 않지만 애틋한 온기가 남아있다. 원더걸스가 다시 뭉치지 않더라도, 더 이상의 선물을 주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다. 팬들과의 마지막 인사를 위해 돌아와줬던 4인 밴드 원더걸스의 진심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