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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로 돌아가는 비밀의 음악

클래식 시네마 4 <말할 수 없는 비밀>


중화권에서 주걸륜만큼 화려하고 안정적인 스타는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배우면 배우, 가수면 가수 또 감독이면 감독 만능으로 소화하며 다양한 분야에서 대중과 소통하고 있는데요. 특히 2007년 감독으로 처음 발표한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은 아름다운 음악과 이야기가 함께 어우러지며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작품입니다. 클래식 음악뿐만 아니라 대만의 전통 가요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음악을 감상할 수 있거든요.

주걸륜은 어린 시절부터 피아노 연주에 소질을 보였는데요. 예술고등학교에 진학해, 첼로와 작곡 공부도 병행하며 음악가의 꿈을 키웠고요. 그러나 안타깝게도 끝내 그는 음대에 입학하지 못했는데요. 음악에 대한 그의 여러 아쉬움이 이 영화 곳곳에 잘 드러나 있습니다. 감독이자 주인공 상륜 역으로 출연한 그가 피아노를 연주하는 장면은 대역 없이 실제로 연주했거든요. 또 이 영화는 그가 실제로 다녔던 아름다운 바닷가 마을 단수이 지역에 위치한 예술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펼쳐지는데요. 먼지 쌓여있던 비밀의 악보 연주를 통해, 서로 다른 시대에 살던 두 청춘이 결국 비현실의 사랑을 이루는 판타지가 펼쳐집니다.


비밀의 악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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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서 가장 유명한 음악은 남녀 주인공인 상륜과 샤오위가 만날 때 마다 반드시 연주되었던 곡 <시크릿>인데요. 이 영화에서 가장 빛나는 음악입니다. 주인공 상륜과 샤오위가 만날 때는 반드시 이 노래를 통해 시간을 초월해야 했죠. 피아노 앞에서 선율을 연주하는 순간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그런 신비의 멜로디, 다시 되돌아갈 때는 마지막 부분을 빨리 연주해야 한다는 등의 설정도 참 흥미롭습니다. 첫 부분은 바흐 스타일의 푸가 기법으로 풀어나갑니다. 이 시대의 건반 음악의 특징처럼 경건한 분위기로 시작하죠. 그러다 점점 화려해지며, 마치 라흐마니노프의 피날레 같은 분위기도 납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사라지죠. 마법처럼요.

또 이 영화에서 정말 재미있는 장면이 있죠. 바로 ‘피아노의 왕자’라는 별명을 갖고 있던 상급생 위하오와 전학생 상륜이 피아노 배틀을 겨루는 장면인데요. 한 번 들은 음악을 그대로 연주하는 상륜은 거기에 더해져 변주까지 훌륭하게 넣어서 마무리를 하죠. 쇼팽의 ‘흑건’ 변주는 정말 흥이 절로 날만큼 잘 연주했죠. 위하오는 결국 귀한 악보를 상륜에게 건네줍니다. 그 악보를 선물하러 샤오위를 찾아갔지만 만날 수가 없었죠. 같은 세상에 살던 사람들이 아니었으니까요. 이 유쾌한 피아노 배틀에서 연주된 음악은 쇼팽의 ‘흑건’, ‘왈츠’,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왕벌의 비행’ 등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인기가 많은 클래식 음악 작품들인데요. 특히 흑건의 경우 상륜은 검은 건반에서 쇼팽의 악보대로 연주하던 중, 갑자기 흰 건반에서 즉흥 편곡한 연주를 보여줍니다.


또한 극 중 상륜의 아버지 역의 황추생은 클래식 음악을 무척 사랑하는 고등학교 선생님 역할을 무척 잘 소화했습니다. “음악을 듣지 않는 것은 큰 죄야.”라고 아들에게 늘 잔소리를 하면서요. 또 스스로도 수준급 피아니스트이지만 아들 앞에서는 창피해서 연주도 하지 않던 그런 아버지의 모습도 재미있게 잘 그렸습니다. 클래식 음악을 삶에서 사랑하는 상륜 부자, 음악을 통해 시대를 초월한 사랑을 만났던 상륜과 샤오위의 이야기는 이 가을 우리들의 마음을 재미있게 두드려주기에 충분할 것입니다.

<말할 수 없는 비밀> 빛낸 3곡

쇼팽 <연습곡 작품 10-5> ‘흑건’


쇼팽이 작곡한 27개의 연습곡 중, 도를 제외한 오른손의 모든 음을 검은 건반으로 연주해야 하는 곡입니다. 민첩하고 정확한 기교가 필요하다. 밝고 빠른 분위기의 작품입니다.


쇼팽 <왈츠 작품 64-2>


쇼팽이 살아있던 시대에 왈츠는 오스트리아에서 큰 유행 중이었습니다. 쇼팽은 자신만의 왈츠 스타일을 만들어, 춤곡 느낌보다는 서정적인 선율이 강조되는 왈츠를 선보였습니다.

림스키 코르사코프 <왕벌의 비행>

1900년 림스키 코르사코프는 오페라 <술탄 황제의 이야기>를 발표했습니다. <왕벌의 비행>은 독립된 작품이 아니라, 이 오페라의 2막 1장에 등장하는 오페라 관현악곡입니다. 보통 피아노로 연주하는 버전이 익숙하지만, 오케스트라로 연주하는 버전도 꽤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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