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이지만, 괜찮아

마흔 중반, 내 삶을 돌아보다

by 쓰는교사 정쌤

암이라는 단어가 주는 힘은 강력하다. 뭔가 이길 수 없는 벽에 부딪힌 느낌을 갖게 한다. 다행히 그 앞에 갑상선이 붙어서 갑상선암이라는 착한 암이 되었다. 착한 암이지만 암이기에 조심해야 한다. 오히려 착한 암이라고 치료를 늦추다가 전이가 일어나서 수술 부위가 넓어지기도 한다.


갑상선암 의심진단을 받고 수술을 하기 전에 친하지 않은 사람들로부터 들었던 위로 아닌 위로들은 불편했다. "착한 암이니까 괜찮다더라. 내가 아는 사람도 갑상선암이었는데 지금도 잘 살아" 원하지도 않은 위로가 이런 느낌이구나. 조심해야겠다 생각하며 반면교사 삼기로 했다. 이것도 겪어보니 알겠다. 위로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알았다. 이러면서 삶을 배워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모든 것을 용서했다. 내게 상처 준 다른 사람들도, 과거의 삽질하고 마음에 안 들었던 나도 모두 용서했다. 그 과정은 힘들었지만 용서하고 나니 마음은 편안해진다. 나를 위한 용서다. 내 마음의 평화를 위한 용서.


삶의 다양한 경험은 나를 성장하게 하고 단련시킨다. 갑상선암 진단 과정부터 수술까지 그리고 회복까지의 과정들 모두 나를 성장시키고 단련시키고 있다. 갑상선 수술일정을 받아놓고 더 많은 책을 읽었고, 더 많이 걸었고, 블로그에 더 많은 글을 썼다. 그냥 수술날짜만 기다리고 있기엔 내 시간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평범한 사람의 독서와 글쓰기 1년 프로젝트'이다. 그 당시 읽은 책들과 역행자를 읽으면서 독서와 글쓰기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으니 나에게도 실험을 하고 싶었다. 그날이 2022년 10월 20일. 처음엔 시작을 할까 말까 고민을 조금 했었다. 수술하면 못 할 텐데 하는 생각이 한 번 가로막았다. 뒤이어 수술하고 며칠 못하는 것이야 어쩔 수 없는 사정이니 그때 한 주 더 연기하면서 진행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대안을 마련했다. 어차피 흘러가는 시간 기다리지 말고 해 보자 하는 마음으로 바로 글을 올렸다. 그렇게 나의 독서와 글쓰기 1년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평범한 사람이라고 하면 브랜딩을 할 때 안 된다던데 나를 뭐 대단하게 포장할 것도 없고 지금의 나는 평범한 4인 가정의 엄마, 아내인 중년여성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님을 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내가 자의식 해체를 꾸준히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기에 평범한 나로 규정하고 그 시작점을 출발선으로 두고 싶었다. 그 평범함에서 독서와 글쓰기를 꾸준히 한 1년 후의 모습이 어떠한 성장을 했을지 비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갑상선 수술을 앞둔 휴직한 워킹맘, 사춘기 자녀 두 아이의 엄마, 책 출판 경험 없이 그저 독서만 좋아하는 삶을 산 소비자로서의 나. 그렇게 시작점을 두고 시작했다.


갑상선암 수술은 나에게 변곡점이 되었다. 그 변화는 지금은 미미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결괏값은 달라지리라 생각한다. 나는 나의 시간이 유한함을 너무나 절실히 깨달았기 때문이다. 한정된 시간을 알차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곳에 시간을 써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의 건강이 언제나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나는 작은 도전들의 시작을 미루지 않았다. '이거 좋아 보이네. 할 만한가?' '할 만하다'는 답이 나오면 바로 시작했다. 굳이 1월 1일을 기다리지 않고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것들이 1년 프로젝트 이 외에도 [일단 쓰자], [5년 다이어리] 쓰기이다. 하다가 실패할 수도 있고 하루 건너뛸 수도 있다. 삶은 계획대로 착착착 진행되지 않기도 하니까. 그렇게 실패로 끝나는 날이 있어도 내가 끝내지 않으면 된다는 것을 알기에 시작할 수 있었다. 한두 번 실패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기로 했다.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얻을 게 없는 시간들인데 실패라도 하면서 하는 게 어디인가 라는 생각을 갖기 시작했다.


어쩌면 나의 목표들이 무모해 보일 수도 있고 너무 빡빡하고 욕심 많은 목표일 수도 있다. 그 목표들이 빡빡하고 크긴 하지만 못 이룰 것도 없는 것이 날마다 조금씩 하면 되니까이다. 그리고 100점 맞으려고 안 하면 된다. 나의 도전에서 목표는 완주이다. 100점이 아닌 적당한 점수 60점 이상 맞으면서 완주하는 것이다. 그렇게 과락만 면하고 완주하는 기쁨을 누리는 것이 나의 목표이다.


나의 완벽주의 성향이 나의 건강을 해쳐온 것을 알았다. 나는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완벽주의 대신 실행해 나가면서 수정하는 것을 할 것이다. 계획- 실행- 결과- 수정- 실행- 결과.... 무한 반복을 해 보려고 한다. 그렇게 목표를 설정한 기한까지 하다 보면 뭐라도 얻어지겠지 하는 마음이다.


내게 일어난 모든 일들이 정말 감사하다. 너무 늦지 않은 때에 소중한 것들을 깨달아서 감사하다. 수술 전 날밤, '감사합니다'를 되뇌며 기도하던 그때, 결국 '살려주세요'로 끝났던 나의 기도를 잊을 수가 없다. 아직은 좀 더 제대로 쓰이고 싶고 아직 나의 아이들에게 더 많은 사랑을 충분히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것들을 잊지 않기 위해 기록했고, 기록할 것이다.


수많은 책을 읽으며 깨달았던 것들이었음에도 내가 맞닥뜨린 현실은 더 크게, 더 무겁게 다가왔다.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이미 변화는 이전부터 시작되었고 그 일의 발단은 모두 나로 인해서 일어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코 한 해 힘들었다고 생긴 암이 아니었다. 그동안의 나의 삶의 방식이, 내 삶에 일어난 모든 것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은 것이다. 바뀌지 못할 일이 일어났다면 받아들이고 다음을 준비해야 한다.


시련이 왔다고 주저앉아야 하는 이유는 없다. 오히려 그 시련을 기회로 내 삶의 방향키를 돌리는 변곡점으로 삼기로 했다. 이지영 강사가 그랬다. 삶의 선물은 시련이라는 포장지로 감싸진 채로 온다고. 시련이 시련으로 그치지 않고 삶의 선물이 될 수 있게 잘 이겨내는 삶을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