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쓰는교사 정쌤 Oct 27. 2024

책모닝의 시작, 그것은 궁금함이었다

       

"선생님들 중 혹시 zoom 독서 모임 하실 분 있으실까요? “     


 ‘책모닝’ 독서 모임의 시작이었다. 2021년 4월 어느 날,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생각으로 블로그 글쓰기를 함께 할 선생님들을 모집하고 ‘쓰기의 즐거움’ 밴드를 만들었다. 그 해를 마무리하고 나서 송길영 작가의 <그냥 하지 말라>를 읽고 가슴이 터질 것 같이 수많은 물음이 올라왔다. 당신의 모든 것이 메시지이기 때문에 그냥 하지 말라며 작가는 세상의 변화를 알려주었다. 세상은 이토록 빠르게 변하는데 학교는 왜 이렇게 조용하지? 그렇다고 학교에 문제가 없는 게 아니었다. 몇 년 전부터 학교폭력 업무는 점점 많아지고 업무 담당자들은 힘든 학부모로 인해 병가를 들어가는 경우도 많았고 학부모 민원도 많이 늘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새로운 업무는 많아지는데 실질적인 교육적 변화는 느껴지지 않았다. 학교 안에서 문제가 많음에도 조용히 덮여서 해결된 것처럼 지나갔다. 그런 것들을 목도하면서 내 안에서 변화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게 차올랐다. 그때 만난 책 <그냥 하지 말라>가 독서모임을 시작하게 하였다. 내 생각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며 다른 사람들의 생각도 듣고 싶었다. 그들과 이야기하며 내가 놓치고 지나가는 게 무엇인지 너무 알고 싶었다. 그래서 블로그 글쓰기 밴드에 글을 올리며 ‘책모닝’ 독서모임을 시작하게 되었다.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 새벽 6시 zoom을 켜고 선생님들을 기다린다. 한 분씩 입장하면 닉네임을 부르며 인사를 나눈다. 첫 만남에서는 어색한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간단한 자기소개를 하였다. 그 뒤로는 한 달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서로의 학교 이야기, 사는 이야기를 나누고 책 이야기를 나눈다. 한 명씩 돌아가면서 책을 읽고 인상 깊었던 점, 궁금했던 점들을 이야기하였다. 첫 책은 송길영 작가의 <그냥 하지 말라>로 시작했다. 다음 책을 고를 때도 학교 밖 세상이 돌아가는 것이 궁금해서 교육 관련 책이 아닌 트렌드, 재테크, 경제, 사회와 관련된 책을 선정했다. 함께 읽는 시간이 쌓이면서 문학 작품도 읽고 고전과 함께 벽돌책인 총균쇠, 이기적 유전자, 코스모스와 같은 책을 읽었다.      


 첫 모임이 끝나고 나서 독서모임을 시작하길 너무 잘했다고 생각하며 '나는 1을 내놨는데 다른 분들이 9를 주셔서 10이 된 느낌이다'라고 그날을 기록했다. 독서모임을 하는 멤버들이 모두 교사이자 엄마라는 공통점이 서로에게 친밀감을 주었다. 우리들은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학교에서 교사로서 학생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그리고 가정에서 자녀들을 어떻게 키워야 할지, 그리고 나의 미래를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가감 없이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나를 포장하기 위해 애쓰는 일이 없었다. 책이 어려우면 어려운 대로 쉬우면 쉬운 대로 재미가 없으면 재미가 없는 대로 서로의 의견을 꾸밈없이 말했다. 내가 독서 모임을 하자고 했고 독서 모임 운영자임을 자청했지만 나는 그저 판을 깐 사람이었지 그 안에서 속을 채운 사람들은 독서 모임에 참여한 선생님들이었다.     


 이렇게 함께 읽는 시간이 쌓이면서 서로의 블로그 글로도 소통하면서 ‘책을 한 번 써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렇게 꾸준히 2년이라는 시간 동안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 새벽 6시에 모여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고 약 3년 동안 블로그 밴드를 함께 했다는 것만으로도 이 선생님들과 함께라면 공저 책을 한 권 내도 괜찮겠다는 생각에 다다른 것이다. 목표가 주어지면 누구보다 열심히 할 것을 알기에 나보다 멤버 선생님들을 믿고 제안하였다. 나는 부족하지만 함께이기에 서로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며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가 되리라 생각한다. 우리의 시작은 블로그 글쓰기였지만 ‘책모닝’ 독서모임을 하고 이렇게 공저 책을 쓰는 여정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 시작은 나의 궁금함이었다. 그리고 나의 궁금함을 담은 질문에 ‘저요!’하고 답을 주신 선생님들 덕분이었다. 우리들의 작은 날갯짓이 무엇을 이룰지 다시 궁금해진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