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걱정이 많고 생각을 많이 해서 책을 읽지 않으면 혼자만의 생각에 사로잡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주변을 계속 맴도는 성향을 갖고 있다. 그로 인해 책을 적극적으로 읽으며 내가 스스로 만들어 낸 걱정과 생각에 너무 매몰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이런 나의 성향도 시간이 지나면서 나를 들여다보며 알게 된 것이지 어릴 때부터 알게 된 것은 아니다.
책을 읽는 방법은 책을 읽는 사람마다 다양하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이 책을 읽는 방법이 꼭 나와 같지 않음을 인정하면서 이렇게 책을 읽는 방법을 소개하는 이유는 이런 방법으로 읽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안내하기 위함이다. 다양한 객관식 선택지에서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내시길 바라는 마음에서 쓰니 한 가지라도 해 볼만하다는 생각이 들면 해 보시길 권한다. 그렇게 해보고 자신만의 독서법을 찾아나가길 바란다.
매년 독서 목표를 세우는가?
1년 전까지만 해도 책을 읽을 때 권수를 세워두고 책을 읽었다. 50권 이상 읽기, 100권 이상 읽기 같은 수치화된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작년 중반부터는 책의 권수에 연연하기보다는 내가 읽어야 할 책을 충분히 읽고 있는지에 집중하고 있다. 읽은 책을 또 읽어서 다시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기도 하고 읽고 싶은 주제의 책을 계속 연속해서 읽기도 한다. 권수에 집착하다 보면 얇은 책, 쉬운 책, 흥미 위주의 책을 읽고 정리해서 성과를 더 세우려고 하는 마음이 들 때가 있다. 종종 그런 유혹에 빠졌다. 그래서 일 년에 몇 권 읽느냐는 이제 목표로 세우지 않는다. 책을 읽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가 더 중요해졌다. 그리고 그 책을 읽고 생각한 것을 글로 적으려고 노력한다. 책의 내용을 적는 것이 아닌 책을 읽고 생각한 것을 위주로 남기려고 노력한다.
제일 먼저 책 읽을 시간 확보하기
책을 꾸준히 읽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책을 읽을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읽고 싶은 책을 쌓여있다 하더라도 그 책을 읽을 시간이 확보되지 않으면 독서를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바쁘고 시급한 일을 먼저 하다 보면 중요하지만 시급하지 않은 일은 뒤로 미루게 되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는 새벽 독서를 20분 정도 날마다 하고 저녁때 하루를 마감하고 30분 정도 이상을 책을 읽는다. 그리고 특별한 일정이 없는 주말에는 도서관을 다니며 책을 집중해서 읽는 편이다. 이러한 나의 책 읽는 루틴도 여러 방법을 해보다가 이제 자리를 잡은 듯하다. 평일에 책을 읽을 시간이 부족하다면 주말 하루의 반을 책 읽고 정리하는 시간으로 비워 두면 좋을 것 같다. 주말마다 충분히 책을 읽어주기만 해도 월 2-3권의 책을 읽을 수 있다. 한 달에 두 권을 목표로 한다면 두 주에 한 권씩 읽으면 된다. 책 읽는 습관이 형성되지 않았을 때는 독서량으로 목표를 정하는 것도 좋다. 너무 어려운 책 말고 쉬운 책부터, 서점에서 제일 재밌어 보이는 책부터 골라서 읽어보기 시작하자. 그렇게 책 읽는 습관이 형성되면 특별히 애쓰지 않아도 책을 언제나 손에 잡게 된다.
책은 모두 사서 읽나요?
나는 독서모임에서 읽는 책은 주로 사서 읽는다. 그리고 신간도서 중 소장하고 싶은 책은 바로 사서 읽고 주제에 맞는 다양한 책을 고를 때는 도서관을 이용한다. 도서관에서 7권씩 빌려와서 그중 몇 권만 읽고 반납할 때도 많다. 그래도 꾸준히 빌려 읽는다. 도서관 책, 집에 있는 내 책 골고루 읽다 보니 부끄럽지만 연체도 잘하는 편이다. 그럴 때는 남편 카드로 대출한다. 카드깡 돌려 막기를 도서관에서 대출할 때 한다. 오늘은 아들 카드까지 사용했다. 읽고 싶은 책을 마지막까지 잡고 있다가 늦게 반납하게 되는지 습관이 바로 고쳐지지 않는다. 다음 대기자가 없어서 못 읽은 책을 다른 카드로 빌릴 수 있길 바랄 뿐이다.
작년부터는 밀리의 서재도 가입을 했다. 밀리의 서재 구독권 행사를 할 때 신청하면 저렴한 금액으로 전자도서를 마음껏 읽을 수 있다. 나의 경우는 전자책보다는 오디오북이 더 활용도가 높다. 출퇴근 시간이 하루 1시간 30분 정도 되다 보니 그 시간 동안 오디오북을 들으면서 하나하나 알아가는 시간이 좋다.
어떤 책을 읽나요?
나는 책을 읽고 싶을 때 내키는 대로 책을 읽는 편이다. 독서모임을 하고 있어서 읽어야 할 책이 있고 내가 읽고 싶은 책이 있다. 읽어야 할 책은 마감일까지 읽고 독서기록을 남기려고 최대한 노력한다. 그 사이사이에 내가 읽고 싶은 책들을 골라서 읽는다.
내가 읽고 싶은 책은 그때그때 내 마음에 드는 책으로 골라서 읽기에 그날의 느낌에 따라 다르다. 책장 앞에서 서성거리다 들어오는 그 책을 읽는 경우가 꽤 많은데 그날의 책연이다. 정말 신기한 것이 그렇게 책연으로 읽은 책은 그 순간 내가 답을 구하고자 하는 문제의 답을 가진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나의 직감을 믿으며 책을 읽는 편이다.
읽고 싶은 책을 고르는 다른 방법으로는 블로그나 다른 분들의 추천, 서점나들이 가서 새로 나온 책을 충분히 살펴보고 마음에 드는 책으로 선택, 책 속의 추천도서 목록을 보며 선택하기도 한다.
때로는 한 권씩, 때로는 여러 권씩 읽기
나는 책을 읽을 때 병렬독서와 직렬독서를 병행한다. 직렬독서는 한 권을 마지막장까지 다 읽어가는 방법이고 병렬독서는 여러 책을 동시에 읽는 방법이다. 직렬독서는 그 책을 몰입해서 읽을 때 좋다. 병렬독서는 한 가지 책만 읽는 것이 아니기에 독서의 흥미를 꾸준히 유지하면 책을 읽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고명환 작가는 병렬독서를 하며 책을 읽고 생각을 뒤죽박죽 만들어서 그 안에서 새로운 것이 창조되게 한다고 하였다. 나의 경우는 꾸준히 흥미를 유지하며 독서를 하기 위해 직렬독서를 주로 하면서 병렬독서를 활용한다.
어떤 책은 한 번 잡아서 바로 다 읽기도 하고 어떤 책은 한 챕터씩 끊어서 다른 책들과 함께 읽기도 한다. 어떤 경우에는 따로 읽었던 책 두 권이 한꺼번에 완독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이야기의 흐름이 중요한 책은 되도록 직렬독서로 읽고 챕터별로 읽어도 문제가 없는 책들은 병렬독서로 다양하게 섞어서 읽는다. 날마다 세상에 나오는 책들이 많기 때문에 부지런히 병렬독서로 읽어도 그 많은 책을 못 읽는 게 아쉬울 때가 있다. 새 책을 더 많이 읽고 싶지만 가끔은 읽은 책을 또 읽으며 중요한 부분을 기억하기 위해 기록을 한다.
요즘 나의 관심사는 마인드 셋, 자기계발, 재테크, 심리, 글쓰기이다. 그래서 이런 부분의 좋은 책들을 예약도서로 신청하고 대출이 가능하면 대출해서 읽는다. 그중 읽고 싶은데 도서관에서 만나기 힘든 책은 직접 구매하여 읽고 있다. 책마다 분위기가 달라서 어떤 책은 자기 계발서임에도 흐름을 끊기 힘든 책이 있다. 흡입력이 아주 강한 책이기도 하다. 그런 책은 한 번에 다 읽는다. 하지만 주식이나 부동산 책들은 좀 끊어 읽어야 한다. 내가 한 번에 받아들인다고 해도 다 소화되지 않는 분량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 책들은 병행독서를 한다.
내가 일요일부터 읽고 읽는 책이 시작의 기술,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된다, 돈 공부는 처음이라, 아티스트 웨이이다. 이 중에서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된다]는 한 번에 다 읽었고 [돈 공부는 처음이라]와 [아티스트 웨이]는 나눠서 읽고 있다. [시작의 기술]은 예약도서 신청한 것이 일요일에 와서 어제부터 읽었는데 흡입력이 강하여 다 읽었다. 먼저 빌렸다고 먼저 읽지는 않는다. 먼저 빌렸어도 어떤 책은 목차보고 아직은 그리 당기지 않으면 안 읽고 반납하기도 한다. [시작의 기술]처럼 예약도서 신청한 것이 오면 바로 읽는 편이다.
이 방법이 설명은 복잡해 보이는데 실행하다 보면 생각보다 효율적이고 좋습니다. 왜냐하면 지식을 전달하는 책들은 너무 어려워서 그걸 계속 읽는다고 이해가 되지 않거든요. 아이들 수업할 때 계속 '국어, 수학, 사회, 과학, 영어' 시간표로 공부하면 아이들이 엄청 힘들어해요. 그래서 '국어, 수학, 음악, 체육, 사회' 이런 식으로 중간중간에 예체능을 배우거든요. 그것처럼 책을 읽을 때도 지식전달 책을 읽다가 좀 숨이 가쁘면 가벼운 소설이나 에세이, 자기계발 책을 읽어줍니다. 그럼 머리가 맑아지고 다시 시작할 마음도 생깁니다. 그때 또 지식전달 책을 읽고 공부처럼 독서를 하는 것이지요. 어쨌든 독서를 하는 행위는 즐기기 위함도 있지만 그 안에서 내가 찾고자 하는 게 있어서 하게 되는 것이니 공부처럼 독서한다는 것이 맞기도 하거든요.
훑어서, 자세히, 빠르게, 다시 읽기
통독이란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훑어 읽는 것을 말한다.
정독이란 뜻을 새겨가며 자세히 읽는 것을 말한다.
속독이란 책을 빠른 속도로 읽는 것을 말한다.
재독이란 이미 읽은 것을 다시 읽는 것을 말한다.
나는 책을 읽을 때 위의 방법을 골고루 사용하여 읽는 편이다. 대체로 통독을 한다.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같은 저의 인생책은 정독을 꾸준히 한다. 정독뿐만 아니라 재독을 해서 중요한 부분에 밑줄을 긋는다. 인생책은 읽고 또 읽어서 내 생각의 든든한 뿌리가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3-4번 이상 읽은 책은 가끔씩 자료를 찾아 발췌하기 위해 속독으로 읽기도 한다. 그래서 한 가지 방법만 고려하지 않고 다양한 방법을 읽는 책에 맞게 읽는다. 책을 재미로 읽을 때는 주로 통독, 공부로 읽을 때는 정독과 재독을 많이 사용하고, 책의 내용을 발췌하고 싶을 때는 속독을 하는 편이다.
꼭 완독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읽다가 재미가 없거나 크게 흥미가 생기지 않는 책은 그만 읽고 덮기도 한다. 그리고 어떤 책은 내가 필요한 부분만 읽는다. 너무 재미없고 이해가 안 되는 책을 의무감에 읽지 말길 권한다. ‘풀을 뜯어먹는 소처럼 독서하라’는 이어령 교수님의 말씀은 너무나 통쾌하다. 의무감에 좋은 책을 꾸역 꾸역이라도 읽어야 하나 하는 생각을 아예 없애주셨다. 지루한 책은 읽지 말고 덮으라고 하신다. 나비가 꿀 따듯이 책을 읽으라는 표현이 너무 멋지다.
독서기록은 어떻게?
읽은 책 중 완독을 한 것들은 독서기록을 대부분 남긴다. 예전에는 블로그에 그 기록을 다 했는데 요즘은 개인 정보 보관용 카페를 만들어서 기록을 한다. 가끔 때를 놓쳐서 독서기록을 남기지 못한 책도 있지만 읽은 책은 대부분 정리한다. 도서관에서 빌린 책들은 밑줄을 긋기 힘들기에 포스트잇을 많이 붙인다. 그리고 반납해야 하기에 따로 독서노트에 문장들을 필사하거나 개별 카페에 글을 올린다. 블로그에 남기는 독서기록에는 간직하고 싶은 문장들을 다 기록할 수 없기에 별도로 남긴다.
책을 좋아하는 성향이라는 것이 우선 기본값이라서 책을 아예 안 읽으시는 분들은 위의 방법을 아주 작게, 흥미유발로 사용하시면 좋겠다. 나에게 책은 재미와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것에 대한 즐거움과 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알려준다. 내 삶을 잘 살아가기 위해 그 방향키를 잘 움직이기 위해 책을 꾸준히 읽고 있다. 이 글을 함께 읽는 독자들도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 꾸준한 독서 생활을 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