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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교사 정쌤 Mar 27. 2024

읽는 사람은 결국 쓰는 사람으로 살아가게 된다

책모닝 너머 책 쓰기 

읽고 또 읽고 블로그에 독서 기록을 꾸준히 남기던 어느 날, 장강명 작가의 [책 한 번 써 봅시다]를 읽었다. 요동치는 내 마음을 잠재우고 싶어서 독서를 하던 중이었다. 책을 읽고 기록을 하다 보니 어느 순간 내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뭐든 꺼내놓고 싶었다. 그렇게 블로그에 [일단 쓰자]라는 카테고리를 만들고 글을 써 보겠다고 선포했다. 그렇게 나의 글쓰기는 시작되었다.

          

내 생각만 쓴다는 것은 ‘어린 나’가 엄마 없이 슈퍼 심부름을 다녀오는 것처럼 느껴졌다. 모든 게 어색하고 불편했다. 그러면서도 글을 하나씩 내어놓았다. 어떤 글은 댓글이 달리고 어떤 글은 댓글이 달리지 않았다. 내가 쓴 글을 읽고 또 읽으면서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장강명 작가의 책 [책 한 번 써 봅시다]에 말한 글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선 가보겠다고 손을 뻗어 물을 잡고 물장구를 치고 있다. 새로운 도전은 설레기도 하지만 부족한 나와 대면하는 만큼 괴롭기도 하다. 무엇을 위해 이 고생을 하고 있지 하는 생각과 마주한다. 나는 그저 평범하게 살고 경제적으로 여유롭고 싶을 뿐인데 글은 왜 쓰겠다고 해서 고민하고 나를 괴롭히고 있나 싶다.    

  

사실 갑상선암이 걸리기 전까지는 내가 아파서 교직을 빨리 관둘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 명예퇴직을 하더라도 아파서라기보다는 좀 더 다른 시간들을 갖고 싶어서 할 수 있겠다 생각을 했지 내가 아파서 퇴직을 하게 된다는 것은 선택지에 없었다. 그렇게 갑상선암은 나에게 또 다른 선택지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아프면 내가 하고 싶어도 못한다는 것, 내 마음대로 끝을 정하는 게 아니라 내 건강이 그 끝을 정해준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나는 '읽는 사람'에서 '쓰는 사람'으로 나아갔다. 쓰는 사람은 읽는 사람이 전제된다. 읽지 않으면 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무언가를 열심히 쓰는 사람은 열심히 읽는 사람이다. 이제야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 먹는 여우]가 왜 책을 먹고 책을 먹기 위해 책을 썼는지 알게 되었다. 작가는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사람, 쓰기 위해 책을 읽을 수밖에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에게 일어나는 시련들이 모두 슬프고 고되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 고비를 넘기로 나면 내 삶에 다양한 것들을 남기고 간다. 태풍이 휩쓸고 가면 쓰레기들은 해변가로 올라오게 되고 바다 생태계는 한 번 뒤집혀서 살기 좋아진다고 한다. 우리 삶에 오는 시련도 그렇다고 본다. 눈앞에 펼쳐진 문제들만 처리하기에도 정신없이 바쁜 내게 시련은 잠시 쉬어가라고 나를 멈춰 세운다. 그리고 아픈 몸도 돌보고 가족들도 돌보라고 한다.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알려준다. 소중한 사람이 누군지 다시 알아보게 한다. 다행히 내 곁에 계신 부모님이 생각난다.     


긴급하고 중요하지 않은 일들만 처리하느라 정작 중요하지만 긴급하지 않은 일들을 못하고 살았다. 이제 무엇이 중요한지 알게 되어 시간 나는 틈틈이 살피고 있다. 자녀와의 문제, 집안일, 나의 업무로 인한 문제, 남편과의 문제 등 수없이 많은 문제들이 닥쳐도 이제는 가장 중요한 것들을 생각한다. 내 가족, 건강을 중심에 두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뭣이 중헌디’에 도달해서 마음이 좀 낫다.     


며칠 전에는 싱크대 수전과 싱크볼에 연결된 배수로가 말썽을 부렸다. 인테리어 사장님께 수리를 요청했다. 싱크대 수리기사님과 오셔서 ‘싱크대 수전이 많이 비쌀 텐데’ 걱정을 하시면서 말씀하셨다. 나는 “괜찮아요. 아랫집으로 누수되기 전에 파악한 것이 너무 다행이다”라고 하며 바로 수리를 요청했다. 문제의 초기 단계에 잘 해결하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돈을 지불했고 싱크대를 안전하게 수리받았다. 


싱크대 수전을 교체하면서 문제를 더 키우지 않는 것만으로도 큰 성공이라고 생각했다. 문제에 직면했을 때 이렇게 해결하려고 노력하기로 했다. 무엇이 중요한지, 그 중요한 것들과 크게 연관이 없으면 내 정신건강을 위한 방향으로 처리한다. 문제는 해결된다.   

   

글을 쓰면서 나의 삶을 정돈시키고 있다. 한 때는 여러 사람을 만나고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어서 부단히 노력했다. 아프고 나니 부질없다는 것을 알았다. 결국 나에게 중요한 몇몇에게만 나를 내어주면 될 뿐이었다. 그렇게 삶을 정리하며 살기에 글쓰기는 너무나 매력적이다. 내가 쓰는 만큼 내 삶이 정돈됨을 느낀다.   

   

물론 어느 날은 ‘왜 이렇게 많은 생각들을 하며 살까? 나는 왜 단순하지 못할까?’하는 고민에 괴롭기도 하지만 결국 받아들인다. 나는 원래 그렇다는 것을. 언제나 마음속에 ‘왜’가 많았기에 주어진 삶을 그냥 받아들이지 않았다. 가난해도 꿈을 꾸어야겠기에 꿈을 꾸고 열심히 살았고, 암이라고 우울의 늪에 빠져 살기 싫었기에 책을 읽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나란 사람이 원래 그렇다. 나는 주어진 대로 살고 싶지 않다. 딱 살아있는 만큼은 흐르는 물을 거슬러 오르는 물고기처럼 살고 싶다. 나는 그렇게 ‘쓰는 사람’으로 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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