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국은 내 마음 가는 대로 내 삶이 흘러가게 되리라는 걸.
... 대신 밥벌이의 어려움이 작가 생활의 기본값이라고 마음 깊이 새겨 넣었다. 바람이 불면 머리카락이 날리는 것은 당연지사인데 왜 날리느냐 하늘을 원망할 필요 없듯, 작가가 되면 밥벌이가 어려운 것은 당연지사인데 왜 생활이 이토록 곤궁해진 것이냐 꼬치꼬치 따지고 들 필요 없는 것이다. 바람이 불면 귀에 머리카락을 꽂으면 되듯, 밥벌이가 어려우면 소식을 하면 된다. 하지만 언제까지...?
언제까지 이 생활을 할 수 있을까. 실은 내내 이 고민을 했던 것 같다. 미련퉁이처럼 답을 내지 못한 채 한 해 한 해를 보내고 또 한 해를 보내다 30대를 지나온 것이다.
[단순 생활자]- 황보름 에세이, 열림원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를 쓴 황보름 작가의 에세이다. 위에 인용한 글은 이 소설이 세상에 나오기 전의 상황에서의 고민을 쓴 것이다. 터널 안을 지나는 동안의 생각을 쓴 것이다. 터널 안에서 막연하게 걷고 걷다가 이래도 되나, 여기가 맞나 하는 무수히 떠오르는 생각들을 하나씩 엮어내며 쓴 글을 읽으며 나를 살펴본다. 자신의 인기 있는 소설이 나오기 전의 이야기를 기록한 책이어서 좋다. 그 막막한 시기의 생각과 고민을 편안하게 풀어쓴 글이어서 작가의 속마음을 엿볼 수 있어서 좋다.
이 책을 다시 읽으면서 나의 생각을 잘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터널 안에 들어갈 때와 터널 안에서 헤맬 때, 그리고 터널을 통과했을 때의 나는 다른 시선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시기마다의 내 생각이 제철 생각인 것이다.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생각과 행동들로 인해 20대에는 20대의 이야기를, 30대엔 30대의 이야기를, 40대엔 40대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지나고 나서야 또 말해줄 수 있는 지혜들도 있다.
훗날 삶의 지혜 모음을 위해, 그날그날의 생각조각들을 잘 모아 글로 써야겠다. 요즘 들어 생각하다 보니 남는 건 글이다. 오늘 블로그를 확인하는데 1년 전, 2년 전, 3년 전 글이 떠서 발행했다. 블로그를 한 지 3년이 되어 가는 것이다. 내가 글을 쓰며 하는 생각들이 내 안에 씨앗을 뿌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생각을 하며 계속 씨앗을 뿌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