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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사람에서 쓰는 사람으로

by 쓰는교사 정쌤

“써야 하는 사람은 써야 합니다”라는 장강명 작가의 글이 내 마음속의 쓰고 싶은 마음을 넘치게 했다. 『책 한번 써봅시다』를 읽기 전까지 나는 충실하게 읽는 사람일 뿐이었다. 책을 읽은 후 내 생각을 정리하는 글은 썼어도 그것은 읽는 과정의 마무리 단계로 했지 쓰는 사람으로 생각하며 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책 한번 써봅시다』를 읽고 나서 나는 무엇인지 모르는지만 내 안에 넘치는 이야기들을 꺼내놓고 싶었다.


나는 무엇을 쓰고 싶기에 이 속이 자꾸만 꿈틀거리는 걸까? 자꾸만 속에 하지 못한 말들이 쌓이고 있는 느낌, 그 느낌을 알면서도 글로 쓴들 무슨 해결책이 되겠어하는 마음으로 잠재웠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그 마음은 더욱 요동치면서 부풀어 올랐다. 더 이상 나의 속마음을 외면하며 살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이 될지 모르지만 꺼내놓아야 알 수 있다는 것만 알 수 있었다.


장강명 작가의 무엇이 나를 그토록 건드렸을까를 떠올려보면 그의 이력부터 시작이었던 것 같다. 작가는 자신의 전공(도시공학과 졸업)과는 다르게 전직 기자로 11년간 일을 하다가 아내의 허락을 받고 회사를 관두고 작가가 되기로 다짐하고 글을 썼다고 한다. 짧은 한 줄의 이력에는 담기지 않는 그 사이의 고생이 그의 글에 묻어나고 어쩌면 작가는 그래서 더 강력하게 말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써야 하는 사람은 써야 한다'라고.


"무엇보다 우리는 우리가 다 같이 바다에 빠져 죽을 운명임을 알고 있다. 진짜 바다와 글자의 바다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이것이다. 글자의 바다는 절망의 바다다. 이 바다는 가도 가도 끝이 없다. 우리에게는 최종 도착지가 없다.

... 책이 이 세상을 바꾼다고? 세상은 사람들이 바꾼다. 사람들은 책 없이도 세상을 바꿀 수 있다.

글자를 다루면 다룰수록 글자로 할 수 없는 일을 명확히 알게 된다. 그럼에도 우리는 글자에 매달린다. 거기에 홀려서. 왜인지도 모르면서.

너도 뱃놈, 나도 뱃놈, 우리 모두 언젠가 이 아름답고 잔인한 파도 아래로 가라앉겠지... 그런 생각을 할 때 나는 다른 저자들에게 거의 사랑에 가까운 감정을 느낀다.

그렇다면 우리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왜 손에 넣지도 못할 무언가를 위해 자살하듯 바다로 향하는 걸까? 누구는 우리의 종교나 구도와 비교하기도 하고, 누구는 숙명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아마 아무도 모를 것이고, 끝까지 모를 것이다."

[책 한번 써봅시다]- 장강명 글, 이내 그림, 한겨레출판


내 마음에 쓰기에 대한 찰랑거리던 욕망하는 마음들이 없었다면 그냥 지나갈 수 있는 문장들이었다. 하지만 이 문장들을 읽으면서 마지막 부분에 다다라서는 나도 끝없는 항해를 해야 하는 건 아닌가, 아니 잠시 쪽배라도 띄워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내 안에 있는 이야기들이 무엇이 될지 모르지만 무엇이 되지 않아도 한 번쯤 세상에 나와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저울질하고 있던 내 마음을 비집고 나왔다.


이전에도 내 안의 이야기를 써내고 싶었던 욕망이 조금씩 올라왔지만 그것들이 과연 읽히는 글이 될 수 있을까에 대하여 스스로 저울질을 했다. 쓰고 싶다, 아니 쓰고 싶지 않다. 쓰고 싶다, 아니 쓸 필요 없다....

그래서 이전에는 내 마음을 위로하고 또는 책의 내용을 다음에 보기 위해 정리하는 수단으로써의 글을 썼다면 이제는 내 안의 것을 나누고 싶은 글쓰기, 내 안의 것들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글을 쓰고 싶다.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채우게 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졌다.

어디로 가는지 알지도 못한 채 나는 글자의 바다에 나룻배 하나를 띄웠다. 아직 내가 무슨 배를 몰아야 할지도 모르겠고 어떤 바다로 나아가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모르는데도 나아가기 위해 배를 띄웠다. 나의 무모함이 누군가에게 닿아 그의 무모함을 부추기길 나는 진심으로 원한다. 어린 시절의 나는 그렇게 헤맸고 그 덕분에 아이들 앞에 섰다. 누군가에게 닿을 그날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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