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네이버 블로그를 먼저 시작했다. 우연히 브런치 관련 전자책을 읽고 한 번 해볼까? 했던 게 합격으로 이어졌다. '합격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작가님' 그 작. 가. 님.이라는 말이 왜 이렇게 설레던지 가족들에게도 자랑을 했다. 작가님이라 불러주니 작가의 꿈도 생겼다. 종이책을 출간한 진짜 작가가 되고 싶다는.
브런치에 작가신청을 할 때 이혼얘기를 쓰겠다고 했다.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사실 거짓말이었다. 주제가 자극적이어야 합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합격하고 보니 브런치에서 이혼은 흔하디 흔한 소재라는 걸 알게 됐지만. 이미 지난 얘기를 꺼내려니 잘 살고 있는데 다시 불행 속으로 기어들어가는 느낌이라 참 별로였지만 약속을 했으니 지켜야지 라는 마음으로 글을 썼다.
2023년 12월 06일 브런치에 합격했고 2024년 01월 06일 첫 글을 발행했다. 한 달 동안 글을 쓰고 퇴고를 했다. 오늘 쓴걸 내일 또 수정하고 이틀 뒤에 또 수정했다. 재밌었다. 글을 고쳐나가는 게. 바위를 깎아 조각상을 만드는 조각가들의 마음이 이랬을까? 글에서 군더더기를 빼고 수정하고 다듬는 게 너무 신났다. 어떻게 봐도 봐도 계속 고칠거리가 나오는지 점점 더 정교한 모양새를 갖추어가는 조각상처럼 내 글도 그럴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미리 작성해 둔 2편의 글을 첫 발행하고 어플 알림을 꺼두었다. 하루 뒤쯤인가 갑자기 글감이 생각나 메모해 두려고 브런치 어플을 켰는데 알림이 37개나 떠있었다. 맙소사! 무슨 일이지?
글이 어디로 퍼 날라졌는지 조회수가 1만에 다다르고 있었다. 그런데 브런치 생태계에 무지한 나는 도대체 내 글이 어디에 노출됐는지 모르겠다. 아직도 모른다. 그 이후로 올린 글들도 하루 만에 수천의 조회수를 기록하곤 했는데 도대체 어디서 보고 오시는지 너무 궁금하다. 나는 메인에 떠있는 글 밖에 볼 줄 모르는데.
한 달 전에 미리 써둔 글들을 일주일에 2편씩 발행하고 브런치북을 만들었다. 근사하다. 종이책은 아니지만 왠지 내 이름으로 나온 첫 번째 책이라고 할 수 있을까.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읽어주셨고 메인에 추천 브런치북 1위까지 올라갔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글을 쓴 목적인, 나와 같은 아픔을 겪고 있거나 겪은 분들의 소중한 댓글들. 손끝발끝까지 뿌듯함이 밀려들었다. 내 치부를 드러내는 글을 쓰면서 혹시 누가 아는 사람이 볼까 싶은 걱정도 했었지만 그 댓글들을 보는 순간 마음이 난로를 켠 것처럼 따뜻해졌다. ’단 한 명이라도 내 글로써 위로를 받은 사람이 있다면 그걸로도 충분히 글을 쓴 보람이 있구나’
브런치에 처음 글을 발행한 지 딱 한 달이 된 지금 시점에 내 성적표는 구독자 206명에 조회수 134,959회를 기록하고 있다. 나쁘지 않은 수준이 아니라 기대이상이다. 나는 조용조용 내 이야기를 하얀 종이에 털어놓았을 뿐인데 만인에게 내 이혼이야기를 고해버린 셈이 돼버렸다. 화려하게 신고식을 치르며 브런치에 입문했다.
이제부터 열심히 글을 써!라는 뜻일까? 의외로 반응이 없었다면 금방 흥미를 잃어버렸을지도 모르는데 왠지 브런치에서 내 글이 읽힌다는 건 생각이상으로 기분이 매우 좋았다. 그렇게 나는 브런치와 순식간에 사랑에 빠져버렸다. 하지만 입문기와 생존기는 엄연히 다르다고 생각한다. 이제 입문자를 지났으니 생존의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