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다시 찾아 온 아시안 컵이 끝난 지 일주일.
대회 보다도 오히려 대회가 끝나고 더 시끄러웠던 최근이다. 기대와 관심보다 상처가 커서인지 여전히 여러가지 후폭풍과 기사들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여론의 최고점은 어느 정도 일단락 되는가 싶다. 겨울 월드컵 이후 1년 반 만에 다시 찾은 카타르에서 그동안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것 일까?
‘마르세유 턴’ 보다 더 필요한 기술
외신들의 보도를 통해 드러나게 된 준결승 전날 밤에 일어난 일명 ‘탁구사건‘, 그리고 파벌과 불화를 둘러싼 진실공방. 무엇이 진실인지는 몰라도 그 날 대표팀 안에서 많은 잡음과 충돌이 있던 것만은 확실하다. 심지어 몇 년 전 대회들에서의 생생한 증언들이 팝콘처럼 튀어나오는 기사들을 보면 어쩌면 분명 문제가 지속되고 있었음은 틀림없다.
일면에서는 선후배들간의 라인과 파벌에 의한 ‘편가르기 싸움’ 이라고 보도되지만, 어쩌면 내 눈에는 오늘 날 풍자화 되고 있는 요즘 날의 군대와 같기만 하다. 과거 ‘라떼는라떼는~’ 노래를 부르던 상병장급 고참들과 요즘 ‘MZ들은 버르장머리가 없다’ 고 귀에 못이 박히게 가스라이팅 되고 있는 일이병급 신병들 간의 세대갈등과 이해관계 충돌로 비춰진다.
어쩌면 과거 군대에서 매일 같이 들리던 악습과 유행어처럼 늘 오래전서부터 흔하게 발생되어 왔던 일인지도 모른다. 다만 기대 의 성적과 함께 수면 위로 올라왔을 뿐이고, 일파만파 확산되는 온갖 루머들로 인해 부풀어졌는지 모른다. 어린 나이부터 한국과 떨어져 생활 문화와 가치관이 다르다는 점은 십분 이해할 수도 어떤 이는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며, 시대가 시대 인만큼 본인의 개성과 취향을 존중하는 세대들이 사회에 많아지는 만큼 언제까지나 수직적인 관계와 위계를 강요할 수 없지만, 축구선수의 성적을 논하기 전에 먼저 인성을 중시했던 한 선수의 가치관이 상당히 대조적이고 큰 경쟁력 임은 틀림없는 듯 하다.
우리 역사 속 어느 월드컵에서처럼 “일본에 지면 현해탄에 에 몸을 던지고 오겠다” 는 대표팀의 결의를 기대하거나 각오를 강요할 수는 없지만 국가를 대표하는 대표팀의 자격으로 참가한 이상, 온 국민의 관심과 응원을 받는 공인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행실의 유의는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탁구 치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닐 것 이다. 어느 정도 시대와 세대간의 문화가 바뀌었기 때문에 서로를 존중하고 특히 축구같은 팀 단위의 스포츠에서는 더욱 중요한 덕목 중 하나로 보인다.
진실은 모른다.
어쩌면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지금 또 다른 스포츠들과 더 나아가 우리 가까운 사회에서도 조마한 줄타기속에서 수면 위의 걱정과 조바심을 느끼며 떨고 있을지 모른다.
명장과 운장 사이, 그 중간 ; 레전드 지도자의 몰락
어린 꼬맹이 시절, 친구들과 승부차기를 하면서 자체셀프 중계해설속에 자주 등장했던 축구 영웅들 마라도나, 클리스만, 바조… 우리들 입에 쉽게 오르락내리락 했던 한 시대의 레전드인 그가 “대한민국 대표팀의 감독직을 맡았다” 는 1년여 전의 기사는 참으로 놀라울 따름이었다.
물론 자라면서 그의 플레이를 직접 볼 수 있던 시대는 아니었지만, 그 시절 저 멀리 바다 건너 여기까지 유명함이 자자했던 네임드 플레이어 출신 레전드가 우리나라 감독 이라니, 내심 히딩크 감독보다도 더 큰 기대가 가슴 한 켠에 조용히 자리했던 것 같다.
그런 그가 아시안컵 우승을 목표로 한지 1년이 되지 않아 수많은 질타와 비난 끝에 결국 경질되었다. 물론 프로스포츠에서 팀의 성적은 또 다른 책임과 결과를 수반한다. 냉정하지만 당연한 이치다. 그렇기 때문에 프로다. 전술 부재, 역량 부족, 리더십 논란, 선수단 관리 실패, 근무 태만 등 배부른 타이틀을 뒤로한 채 그렇게 씁쓸히? 한국을 떠났다.
그의 축구 철학과 기술적인 부분을 평가할 수는 없지만, 축구 팬으로서 아니 국민의 한 명으로서 아쉬움이 가득했다. 따끔한 고배를 맛 본 준결승전 패배 이후, 낙담한 선수들과 관계자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러 올라온 그라운드에서 시종일관 잃지 않고 띄던 미소는 그렇게 얄미워 보일 수 가 없었다. 어떤 이는 좌절된 순간에도 환하게 웃을 수 있는 사람이 일류 라고 하지만, 경기 후 중계방송에서도 미디어 인터뷰에서도 우리들의 타 들어가는 속내는 아는지 모르는지 늘 미소가 끊이지 않는 그의 표정은 정말이지 TV를 돌리게 만들어버렸다. 상대팀을 축하하기 위해서 또 수많은 카메라와 취재진들이 항상 곁에 있어서 일지는 몰라도 아픈 마음을 위로 받아야 하는 우리 국민들의 정서와는 분명 거리가 멀었다. 만약 ‘탁구사건‘ 이 경기전에 세상에 알려졌다면 인천공항 입국 현장의 결과는 더욱 더 끔찍했으리라 짐작된다.
더욱이 한국으로 귀국하여 곧장 ‘카타르의 참사’를 분석한다던 그가 한국에 도착한지 하루 만에 미국으로 돌연 ‘빤스런‘ 출국했다. 이미 본인도 한국행 비행기 속에서 마음 속 정리를 끝냈던 것은 아닐까? 그렇게 무한 기대를 모았던 명장 ‘클리스만호’는 임기는 커녕 아픈 손가락으로 전반전도 마치지 못한 채 씁쓸히 침몰했다.
“축구 니까”
역대급 감독, 역대급 스쿼드와 황금세대 라인업으로 기대 받았던 아시안컵이 또 한 번 얼룩으로 끝나버렸고, 또 여러가지 숙제를 가져다 주었다. 이와 함께 유명 연예인, 정치인, 전 축구스타들의 스스럼없고 거세고 소신 있는 발언들이 이어지며 축구협회를 비롯 선수들에 대한 마녀사냥이 이어지고 있다.
허나 ‘축구’ 니까 이런 것 같다. 이번 사건들 속 어느 주인공이나 어떤 대상 또는 주장을 옹호하는 생각은 없지만, 그만큼 대중적으로 많은 지지와 관심, 그리고 질타를 받고 있는 스포츠이기 때문인 것 같다.
때문에 다가오는 신임 감독도 대표 선수들도 이를 통해 한 차원 더 성장되길 기대하며, 그 중심에는 이를 감내해야 하는 축구협회를 필두로 한 여러 노력과 행보에 많은 관심과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