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로 인해 군생활 고생할 거면 아프지 말아야 했다

군 병원에서 무릎 수술하고 6개월 입원한 이야기 (3)

by 메리제인

다양한 반응



군 병원에서 수술 확정을 한 뒤 무거운 발걸음으로 부대에 복귀하니 다들 이미 알고 있었다. 내가 수술을 하러 군 병원에 입원해야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미 소대장님이 이야기하셨나 보다'


이등병 인지라 후임이 없었기에 선임 소대원들이 한 마디씩 한다.


"수술하게 됐다며? 어쩌다가 그 지경까지 됐냐?"

"오~ 이제 군생활 끝난 거야? 병원 가면 꿀 빨겠네?"

"괜찮아?"


부러운 반 걱정 반 정도의 반응이었다.


'내가 부러운 걸까? 하긴 당분간 군생활도 안 하고 훈련도 안 하고 경계 근무나 불침번도 안 하는데 부러운 게 당연하겠지...'


처음 수술을 해서 무서운 것도 있었지만 사실 잠을 편하게 잘 수 있겠다는 생각에 무서운 마음이 가벼워졌다. 지금 생각해보면 수술하고 6개월 동안 고생했던 것보다 잠 좀 편하게 안 잔 게 더 낫다는 생각이 든다.


짐을 싸고 소대원들의 배웅 아닌 배웅을 받은 나는 그렇게 군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나와 같은 사람 투성인 402 병동



아직도 기억이 난다. 입원한 병동 말이다. 402 병동이었다. 그리고 생생히 기억이 난다. 그때의 풍경과 소독약 냄새.


입원이란 걸 처음 해본 나는 그래도 생각한 풍경이 있었다. 하지만 이건 보지도 듣지도 못한 풍경이었다. 한 병동에 60명 정도의 인원이 모여 있었기 때문이다.


'한 병동에 8명이 최대 아닌가? 이 풍경은 뭐지?'


한 병동에 구역이 나눠져 있었다. 한 구역에 6개의 베드로 이루어져 있었고 그런 구역이 10개 정도 있었다. 주로 수술을 할 예정이거나 수술을 하고 회복이 필요한 장병은 간호장교와 가까운 곳을 배치가 되었다. 그래서 나의 위치는 간호장교와 가까운 곳이었다.


짐을 풀고 있으니 옆 베드의 장병이 말을 걸어온다. 낯선 사람과의 대화가 거리낌이 없다.


"아저씨는 어디 수술해요?"


'아저씨? 뭐지? 이 난감한 호칭은?'


궁금함에 대뜸 반문했다.


"아저씨는 무슨 뜻입니까?"


"푸하하! 아저씨 그것도 몰라요? 타부대 사람들끼리는 그냥 아저씨라고 불러요~"


이등병인 나는 타부대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상황이 없어서 잘 몰랐는데 타부대 사람과 이야기할 때면 서로 간의 호칭을 아저씨라고 부른다더라. 그래도 원칙이 있긴 했다. 타부대 장병을 부를 때에는 'ㅇㅇ계급 님'이라고 불러야 하지만 이걸 지키는 장병은 이곳에서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습니까. 저는 무릎 수술하게 되었습니다. 아저씨는 어디가 아프셔서 오셨습니까?"


"여기서는 다나까 하는 사람 별로 없어요~ 편하게 해도 돼요~ 저는 발목 수술 때문에 입원했구요."


이곳은 타부대 사람들끼리 모여 있는 곳이다 보니 서로 간의 계급이 소용이 없는 것 같았다. 군생활 내내 얼굴 보는 맞선임도 아니니 말이다.


대화를 나누며 주위를 둘러보니 멀쩡한 사람이 없었다. 옆에 있는 장병과 대화를 나누며 알게 된 사실인데 이 군 병원은 주로 수술을 하는 장병들이 입원하는 곳이라고 했다.


'나와 같은 사람이 많구나... 나는 내가 제일 불쌍한 줄 알았더니 이건 뭐... 앞으로 잘 지낼 수 있을까?'


그렇게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마주한 402 병동이었다.


군 병원도 군생활이었다



수술이 이틀 뒤에 잡혀 있던 나는 간호 장교로부터 이런저런 군 병원 생활을 위한 규칙과 주의사항을 듣기 위해 면담을 하게 되었다. 사실 간호장교라는 직업이 있는지 처음 알았다.


"군 병원도 복무이니 환자라도 군인 신분인걸 잊으면 안 된다. 자대와 마찬가지로 점호도 있어. 그리고......."


면담을 하면서 군 병원도 군생활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처음 왔을 때 옆에서 아저씨 아저씨 하면서 민간인 느낌으로 대화하길래 편하게 해도 되나?라는 생각을 잠시 했지만 옆에 있던 장병이 유별난 거였고 실상은 아니었다. 급성환자가 아니면 불침번도 선다고 했다.


그렇게 나는 수술하기 전날까지 불침번을 서게 되었다. 그래도 편했다. 군복을 입고 군화를 신고 방탄을 쓰고 총을 메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환의를 입고 근무를 섰기 때문이다.


주된 임무는 통증으로 잠을 잘 못 이루는 환자를 케어한다거나 허튼짓하는 장병들 관리였다. 실상 허튼짓하는 장병 관리가 주된 임무가 맞겠다. 자대가 아니다 보니 잠을 자지 않고 딴짓하는 장병들이 많았다. 사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잠이 안 오더라. 지금 생각해보면 어찌 보냈나 모르겠다. 핸드폰도 없고 뭐하면서 시간을 보냈던 건지.


적응 기간은 하루면 충분했다. 미리 입원한 장병들과 위화감 없이 지내는 걸 보면 말이다. 그렇게 지내다 보니 어느새 수술을 하는 당일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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