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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로 Jul 05. 2018

오래된 연인을 위한 사랑

오래된 연인, 영원한 사랑을 꿈꿨던 때가 있다.
말하지 않아도 눈빛만으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연인
뜨겁진 않아도 서로에게 편안한 쉼터가 되어주는 그런 사랑


오래된 연인, 영원한 사랑을 동경하던 시절이 있었다.
오늘의 만남을 넘어 내일을 꿈꾸는 그런 사이, 그런 관계


장미처럼 화려하진 않아도 드넓은 평야 위에 들꽃처럼 함께할 때 더 아름다워지는 사이

진한 향수의 끌림은 아닐지라도 한잔의 커피에서 흘러나오는 은은한 향기처럼 편안함이 되어주는 사이

불꽃처럼 뜨겁게 타오르진 않아도 어둠 속 은은하게 켜진 하나의 촛불처럼 서로를 밝게 비춰주는 사이


하루의 일상을 넘어 나의 삶의 일부가 되고, 오늘의 만남을 넘어 내일을 함께 꿈꾸는

그런 사이, 그런 관계, 그런 사랑을 동경하던 시절이 있었다.

거리를 걷다 서로의 손을 꼭 잡고 걸어가는 노부부를 볼 때면

그런 사랑, 그런 연애에 대한 간절함이 더 북돋아 오르곤 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는 듯하다.
익숙해진다는 것은 더 이상 설레지 않는다는 것이기에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는 듯하다.

그와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진다는 것은, 그의 옆에 오래 머물러 있다는 것은 

그에게 내가, 나에게 그가 익숙해져 가고 있다는 것의 또 다른 표현이기 때문이다.


익숙해진다는 것은 더 이상 설레지 않는다는 것이기에
익숙해진다는 것은 감사했던 것들이 당연해져 간다는 것이기에

익숙해진다는 것은 어쩌면 식어가는 사랑을 나타내는 하나의 근거일지도 모르기에


그에 대해 더 이상 궁금하지 않을 때, 그와의 관계를 위해 노력하지 않는 것이 당연해질 때

어쩌면 새로운 것에 대한 동경, 설렘에 대한 그리움이 오래된 연인에게 소리 없이 찾아와

조금의 빈틈도 없었던 굳게 닫힌 문을 살며시 열고 이별의 시작점을 준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랑의 시작은 설렘으로 표현될지 모르지만
관계의 지속은 의지라는 단어로 정의되는 듯하다.

하지만 사랑이라는 단어를 설렘이라는 단어와 동일시할 수 없기에

설렘보다 편안함이 앞선 관계는 사랑이 아니라 단정할 수 없기에

오래된 연인, 익숙해진 관계의 사랑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다른 무언가가 필요한듯하다.


한 사람만을 사랑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합의된 사랑의 원칙 중 하나라 가정할 때

사랑을 설렘이라는 단어만으로 정의하지 않는 것은 

한 사람을 사랑하기 위해서는 설렘 그 이상의 무엇인가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우리의 생각 저변에 깔려있는 것 아닌가 싶다.


어쩌면 사랑의 시작은 설렘이란 단어로 표현될지 모르지만 

그 관계의 지속은 의지라는 단어로 정의될지도 모른다.


누군가와 설레는 사랑을 꿈꾸는 당신에게
그 사랑을 지켜나갈 의지가 함께 더해지길


사랑에는 유효기간이 있다고 말하는 것은 설렘이 가져오는 사랑의 한계를 표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설렘만으로 누군가를 오랫동안 사랑하겠다는 것 자체가 모순의 시작일수 있으니 말이다.


지금 이 사람, 이 관계, 이 사랑을 지켜내겠다는 의지
설렘을 넘어 내가 마주한 이 사람의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의지
설렘도, 편안함도, 연민도 그 사람을 사랑하는 방식 중 하나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그를, 그 관계, 그 사랑을 온전히 지켜내기 위한 의지가 필요하다.


누군가를 향해 설레고 싶은 당신에게 그 사람을 지키기 위한 의지가 함께하길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은 당신에게 그 사랑을 향한 최선의 노력이 더해지길

뜨거운 설렘의 사랑이 지지 않는 영원한 사랑으로 꽃 피우길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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