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태에서 흐름으로, 나의 디자인 이야기

그래서, 프로덕트 디자인

by ando

손끝에서 흐르는 디자인


어릴 때부터 디자인이 좋았다. 더 정확히 말하면, 디자인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좋았다. 종이에 스케치를 하고, 그것이 실물로 구현되는 것을 지켜보는 시간들. 크레파스를 쥐고 낙서를 하던 때부터, 연필로 선을 긋고 입체를 만들어가던 시절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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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스트로우를 아는가?

처음으로 디자인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 건 빅터 파파넥의 책을 읽으면서였다. 디자인이 단순히 ‘아름다움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가치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이 신선한 충격이었다. 나는 그가 말한 것처럼 사회에 도움이 되는 제품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했다.



산업디자인과 시각디자인 사이에서


산업디자인을 배우면서 제품의 형태를 설계하고, 재료를 연구하며, 사용성을 고민했다. 디자인이 단순한 미적 요소가 아니라 기능성과 논리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하지만 정밀한 치수 계산과 반복적인 프로토타이핑, 그리고 물리적 한계를 고려한 설계 과정은 내게 즐거움과 동시에 스트레스를 주었다.


너무 정교한 각과 비율, 오차 없는 도면들.

그 속에서 나는 ‘디자인’이 아니라 ‘설계’를 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러다 문득, 내가 진정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생각했다. 나는 디자인을 통해 스토리를 전달하는 과정을 더 좋아했다. 그래서 시각디자인을 복수 전공했다.


시각디자인은 나에게 자유로움을 주었다. 색과 폰트를 조합하고, 형태와 메시지를 결합하며 하나의 이야기로 확장하는 과정이 즐거웠다. 산업디자인이 구조적인 사고를 길러주었다면, 시각디자인은 감각적인 사고를 키워주었다.



스토리를 시각화하는 즐거움


전공을 병행하며 다양한 기회를 얻었다. 전시 브랜딩을 하면서 공간과 시각적 요소가 결합하는 경험을 했다.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정리하고, 그것을 공간과 그래픽 디자인에 녹여내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또, 주변 사람들을 통해 포스터 디자인 의뢰를 받기도 했다.

처음엔 단순한 시각적인 작업이었지만, 점점 더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다.

“디자인이 단순히 예뻐서는 안 된다. 보는 사람의 감정을 움직이고, 어떤 행동을 유도해야 한다.”


포스터 하나를 만들 때도,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라 그 안에 메시지를 담으려고 했다.

어떤 색이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끌까? 어떤 배치가 가장 자연스러울까? 어떻게 하면 시각적인 흐름을 만들 수 있을까?


하지만 여전히 부족했다.



손끝에서 움직이는 디자인을 찾아서


디자인을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직접 경험하는 것으로 확장할 수 없을까?

그 고민 끝에 나는 UI/UX 디자인을 배우기 시작했다.


사실 UI/UX 디자인은 산업디자인 학부 때부터 배웠다. 하지만 당시에는 단순히 또 하나의 디자인 영역으로만 생각했다. 물리적인 제품이든, 디지털 인터페이스든 결국 같은 원리라고 여겼다.


그런데, IT 동아리에 들어가면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처음으로 앱을 직접 배포하는 프로젝트를 경험했다. 사용자의 손끝에서 디자인이 살아 움직이고, 흐름이 형성되는 순간을 체감했다.

제품 디자인은 정적인 형태를 만드는 일이었지만, UI/UX 디자인은 사용자의 행동에 따라 움직였다.


버튼 하나, 애니메이션 하나가 사용자 경험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직접 확인하면서,

디자인이 단순한 시각적 요소가 아니라, 하나의 흐름을 설계하는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출판사 서포터즈 활동을 하면서 UX 관련 서적을 깊이 읽었고, IT 동아리에서 실제 앱을 배포하며 사용자 피드백을 직접 받아봤다. 개발자와 협업하며 기획과 디자인, 개발이 맞물려 하나의 서비스가 완성되는 과정도 배웠다.


그 경험이 내 길을 결정했다.



그래서, 프로덕트 디자인


나는 결국 프로덕트 디자인을 선택했다.


산업디자인은 구조적인 사고를, 시각디자인은 스토리텔링을, UI/UX 디자인은 사용자 중심의 사고방식을 키워주었다.

그리고 프로덕트 디자인은 그것들을 하나로 엮어준다.


산업디자인이 물리적인 경험을 설계하고, 시각디자인이 감각적인 경험을 만든다면, 프로덕트 디자인은 그것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일이다.


사용자의 흐름을 설계하고, 인터랙션을 고민하며, 사람들이 가장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는 경험을 만드는 일.

프로덕트 디자인은 단순한 시각적 요소를 넘어 데이터와 사용자의 행동을 분석하고, 더 나은 경험을 설계하는 과정을 포함한다.


디지털이라는 무형의 공간에서, 사용자의 손끝에서 살아 움직이는 디자인을 만드는 일이 나를 가장 흥미롭게 했다.


나는 여전히 디자인이 세상을 더 나아지게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빅터 파파넥이 말했던 것처럼, 디자인은 단순한 미적 요소를 넘어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

프로덕트 디자인은 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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