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을 잃은 신들

7화

by 에르네스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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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카이로 박물관. 정현우는 수천 년 전 이집트 왕조의 유물들 사이를 천천히 걸었다. 금으로 장식된 석관, 우람한 조각상들, 그리고 빛바랜 파피루스 문서들. 그는 한 벽면을 차지하고 있는 태양신 라(Ra)의 벽화를 바라보며 멈춰섰다.

“저 태양의 배는...” 그는 속삭이듯 말했다.

라 신은 하늘의 배를 타고 낮에는 인간 세상을, 밤에는 저승을 항해한다고 믿어졌다. 태양이 매일 떠오르고 지는 것은 그 여정의 반복이었다. 그는 그 배의 돛대 아래에 그려진 뱀을 발견했다. 라를 위협하는 아포피스. 혼돈과 어둠의 뱀.

“여기도 뱀이 있군.” 현우는 메모장을 꺼내 빠르게 그림을 그려 넣었다. “낮과 밤, 빛과 어둠... 뱀은 경계 그 자체야.”

현우는 그날 박물관 큐레이터인 나딘 박사와 면담을 가졌다. 그는 조심스럽게 헬리오스 코드 이론에 대해 설명했고, 나딘은 흥미롭게 듣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흥미로운 가설이에요. 사실, 최근 사카라 지역 발굴에서 흥미로운 상형문자가 발견됐어요. 태양, 달, 뱀이 함께 등장하는 문장입니다.”

현우의 눈빛이 빛났다. “정말요? 복제본을 볼 수 있을까요?”

나딘은 그를 자료실로 데려갔다. 문서에는 해를 감싸는 반달 모양과, 그 아래를 지나는 뱀의 그림이 있었다. 놀랍게도 그 구조는 마야 유물에서 본 삼위 상징과 거의 흡사했다.

“이건 무언가를 은유하는 상징 체계가 아니에요.” 현우는 중얼거렸다. “이건... 기록이에요. 시간의 구조를, 우주의 흐름을... 고대인들이 표현한 방법.”

나딘은 잠시 그를 바라보다 조용히 말했다. “정 박사, 당신은 문명을 연구하는 게 아니라, 그들이 하늘을 바라보던 방식을 따라가고 있는 것 같군요.”

그 말에 현우는 웃었다. “맞아요. 저도 그렇게 느껴요. 그들은 하늘에서 해답을 찾았고, 저는 그 발자취를 쫓고 있어요.”

밤, 숙소로 돌아온 그는 침대 맡 지도에 ‘사카라’라는 새로운 점을 추가했다. 그리고 이어진 연결선 위에 한 문장을 써내려갔다.

“태양은 매일 떠오른다. 하지만 그 태양을 지키기 위해, 신들은 매일 밤 어둠과 싸워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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