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나일강 중류에 자리 잡은 고대 도시 룩소르. 이곳은 과거 테베라 불리며 이집트 신왕국의 중심지였고, 지금도 신전과 무덤이 빽빽이 들어선 신비한 땅이다. 정현우는 새벽 첫 배를 타고 강을 건너 카르나크 신전으로 향했다.
나일강 위로 비치는 아침 햇살은 마치 천상의 빛처럼 찬란했고, 그는 마음속에서 웅장한 기대감을 느꼈다. “이곳은 단순한 유적이 아니야. 이건 시간의 기록이야.”
카르나크 신전의 거대한 기둥 숲 속을 지나며 그는 각 기둥에 새겨진 상형문자들을 살폈다. 곳곳에서 태양 디스크를 중심으로 날개를 단 형상이 나타났다. 호루스의 눈, 태양의 배, 그리고 그 곁에 작게 새겨진 구불구불한 문양.
그는 작은 사제의 방으로 안내받았다. 그곳에는 특별히 보존된 석판이 하나 있었다. 그 위에는 해를 상징하는 디스크와, 그 아래로 흘러내리는 듯한 곡선들이 새겨져 있었다.
“이건...” 그는 놀라며 중얼거렸다. “태양의 배에서 떨어지는 빛의 흐름인가?”
현지 가이드가 설명을 덧붙였다. “이건 라가 저승을 항해하는 장면이에요. 밤의 시간, 해는 지하를 지나며 다시 아침으로 돌아오죠.”
“그럼 이 곡선은... 태양의 궤도이자, 생명의 흐름이네.” 현우는 기록을 남기며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곧 뱀을 떠올렸다. 뱀은 흐르는 듯한 형상을 하고 있었다. 다시금, 시간과 생명을 상징하는 ‘변화’와 ‘재생’의 존재.
그날 저녁, 그는 룩소르 야경을 바라보며 노트를 펼쳤다. 그는 문양을 조합하여 하나의 삼위 도형을 완성시켰다. 해, 달, 뱀. 각각의 방향과 위치를 설정하고, 그것들이 구성하는 순환의 흐름을 도표로 나타냈다.
“이건 의식의 순환이다. 고대 이집트인들도 이를 알고 있었어.”
그는 마지막으로 한 구절을 써 내려갔다.
“태양은 죽음 속에서 다시 태어나고, 그 길 위엔 언제나 뱀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