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정현우는 바티칸에서 돌아온 후, 전 세계에서 수집한 문양과 기록을 디지털로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의 숙소 벽에는 세계 지도와 함께 붉은 실로 이어진 문명의 중심지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멕시코, 과테말라, 페루, 이집트, 캄보디아, 티베트, 그리고 바티칸.
그는 그 도시들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세 가지 상징—해, 달, 뱀—을 중심으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처음엔 단순한 상징의 반복이라 생각했지만, 패턴이 점점 복잡한 수학 구조처럼 정렬되어 가는 걸 보고 그는 확신했다.
“이건 언어다. 더 정확히는... 시간에 새겨진 코드.”
그는 각 문명에서 사용된 상형문자와 천문 주기를 비교하며 하나의 그래프를 완성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상징들이, 특정 날짜에 일치하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그 날짜들은 대부분 일식이나 월식이 있었던 날이었다. 현우는 떨리는 손으로 계산기를 눌렀다. 그리고 이내 입을 열었다.
“다섯 개의 문명에서, 동일한 구조의 상징이 등장한 날짜... 모두 일식 전후 7일 안이다.”
그는 이 데이터를 논문 형식으로 정리해 세계 고고학회에 제출했다. ‘헬리오스 코드: 다섯 문명에 나타난 천문-상징 주기 분석’이라는 제목이었다. 그러나 반응은 예상대로 냉담했다.
“음모론과 학문은 구분되어야 합니다.” “고대 문명은 독립적으로 발전했습니다. 연결을 주장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하지만 그는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이메일로 논문 사본을 자신이 신뢰하는 몇몇 학자들에게 보냈고, 그중 한 명이 답장을 보내왔다.
‘정 박사, 당신의 이론은 혁명적입니다. 유럽 과학사 연구소에서 직접 만나 뵙고 싶습니다.’
그는 유럽으로 향할 준비를 하며 노트에 한 줄을 써내려갔다.
“신화는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시간의 지문이었다.”
그는 느릿하게 미소 지었다. 퍼즐은 거의 완성되고 있었다. 이제 남은 것은, 마지막 연결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