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리안을 사랑하게 된 그들과 아세안
중국인이 사랑하는 음식은 무엇일까?
마파두부, 꿔바로우, 마라탕과 같이 우리나라에 잘 알려진 음식이 많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유명세로는 취두부를 이길 수 없다. 두부를 소금에 절이고 발효하여 만든 취두부는 그것의 악취로 악명이 높다.
외국인은 익숙하지 않은 향에 기겁하는 것은 기본이고 취두부 먹는 것 자체를 일종의 도전으로 여기기도 한다. 하지만 정작 중국인에겐 우리에게 김치와 같이 사랑 받는 존재이다.
이러한 강력한 냄새에 익숙해져서일까? 그들은 이제 새로운 악취 홀릭에 빠졌다.
두리안 (Durian)은 과일의 황제라고 불리지만 상상을 뛰어넘는 악취로 우리에게 더 잘 알려진 열대과일이다.
태국에 가면 흔히 마주할 수 있는 이 과일이 최근 중국인들 사이에서 급격히 유행되었다. “지옥의 냄새”만 이겨낸다면 맛볼 수 있는 소위 “천국의 맛”은 두리안을 찾는 사람이 늘어났다. 그리고 피로 해소, 고혈압 및 골다공증 예방과 항산화 효과 등 두리안 섭취의 효능이 중국인 사이에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두리안의 수요는 급격히 증가하였다. 실제 현재 두리안 주요 수입국 중 1위는 중국으로, 전체 두리안 수입량의 66%를 담당하고 있다니 이 열풍은 무시할 수 없다.
주요 두리안 생산국인 태국은 이와 같은 폭발적인 수요의 증가로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실제로 전체 두리안 수출 시장의 94%를 독점하고 있는 태국은 대중국 수출이 매년 30%씩 늘어 현재 이들의 두리안 총수출의 80% 이상이 중국으로 유입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두리안의 가격 상승은 당연한 수순이다. 실제로 수확량이 적은 시기 한때 중국에서의 두리안 가격이 개당 60달러 (한화 7만)를 상회했다.
이와 더불어 태국의 두리안 농장을 찾는 중국 관광객이 많이 늘어 관광사업으로도 큰 가능성을 보인다. 매년 천만여 명의 중국인이 태국을 방문하는데 이 중 대다수는 두리안 농장을 꼭 들른다고 한다. 5%도 안 되는 중국인이 두리안에 빠졌는데도 이 정도 파급력을 보여주다 보니 두리안이 더 대중화되었을 때 태국은 얼마나 큰 혜택을 받을지는 안 봐도 비디오다.
하지만 정작 태국 정부는 빠른 성장을 하는 태국 시장을 보고 한숨을 내 쉬고 있다.
과연 무슨 연유 때문에 그들이 이런 반응을 보일까? 거기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태국 두리안에는 여러 종이 있고 이들의 맛과 특성은 정말 다양하다고 한다. 이러한 다양성으로 인해 각종 질병에 대한 위험에도 불구하고 두리안이 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다채로움이 폭발적인 수요 증가로 인해 위협을 받고 있다. 이 중 상업적으로 효율성이 좋은 품종은 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특히 몽통(Monthong)이라고 불리는 품종은 익어진 지 20일이 지나도 상하지 않는다는 편리함 때문에 유행이 되었다. 실제로 현재 태국에서 생산되는 두리안 중 이 품종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증가하여 이제는 89%에 육박한다고 한다.
이러한 품종 단일화는 단기적으로는 효율성 제고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태국의 두리안 산업 전체에 리스크를 가중한다. 몽통에 치명적인 질병이 한번 발현한 순간 태국의 상업적 두리안 89%가 사라질 수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바나나의 경우 품종의 극단적인 단일화로 인하여 멸종할 위기를 몇 번이고 겨우 넘기기도 하였던 것을 보면 실현 불가능한 이야기가 아니다. 특히 두리안의 경우 대부분의 생산이 태국에서 이루어진다는 특성 때문에 두리안에 대한 위협은 곧 태국 경제에 대한 위협이 될 것이다.
위에 언급했듯 태국의 두리안 생산량은 전 세계 1위다. 하지만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함께 말레이시아 또한 두리안 산업에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중국 전체 수입량의 5%는 벌써 말레이시아의 지분으로 적극적인 투자로 인하여 이 숫자는 커질 것이다. 다만 이들 또한 골머리를 앓고 있으니 바로 열대 우림의 파괴가 가속화 되었기 때문이다. 단기적인 이익을 보고 농민들이 두리안 산업에 뛰어들고 있는데 그로 인해 과도한 공급을 충당하는 토지를 구하기 위하여 주변 열대 우림을 파괴하는 것이 성행하였다. 그 결과 말레이 호랑이가 멸종될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태국 또한 두리안 수요의 폭발적 증가로 많은 농민을 끌어모으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이들에게 큰 이익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관광산업에서 오는 수익이 아세안에서 1등을 차지하고 있는 태국에서 주요 관광지로 꼽히는 것은 열대우림이다. 그렇기에 과도한 공급을 적절히 제재하지 못한다면 장기적으로 큰 피해를 볼 수 있다. 농민들의 과도한 공급이 두리안 가격을 낮추어 지속가능한 성장이 불가능할 것이며 중국인이 두리안을 사랑하는 것이 단순한 유행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태국의 경제를 지탱하는 관광산업을 스스로 무너뜨렸기 때문에 만약 그들의 두리안 산업이 잘 안 되었을 때에 그들의 경제는 안전장치 없는 자유낙하처럼 떨어질 수 있다.
높아진 두리안 가격으로 인하여 태국의 많은 농부는 다른 작물의 수확을 뒤로하고 두리안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높아진 가격과 그 산업에 종사하는 태국인의 증가는 언뜻 보기엔 태국인에게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실상은 그렇지 않다. 중국인의 돈이 많은 부분 이 현상을 이끌기 때문이다.
올해 7월에 중국의 여러 투자자는 중국으로 직접 두리안 가공식품을 유통하기 위하여 태국 현지에 공장을 지었는데, 이 규모는 7천억 바트, 우리나라 돈으로 무려 27조여 원이라고 한다. 태국 농업인들은 초기에는 중국인의 투자를 환영했지만 이와 같은 거대한 투자가 계속되다 보니 이렇게 태국 두리안 산업에 대한 주권을 빼앗기는 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에 느끼기 시작했다. 실제 유통은 물론 가공까지 중국인의 자본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태국은 큰돈을 벌지 못하고 단순히 육체적인 노동을 제공하는 일에 국한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종속적인 관계가 지속한다면 미래에 중국인에 의해 가격이 조율되는 등 태국인의 권리가 점점 줄어드는 것이니 태국 정부 입장에서 우려를 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중국 자본의 침투는 이웃 아세안 국가가 주의 깊게 보고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 또한 이러한 위협에서 안전지대에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는 중국의 일대일로(중국이 추진 중인 신 실크로드 전략. 一帶一路, One belt, One road) 사업이 주요 원인이다.
시진핑 주석이 들어선 이후로 중국은 자신의 주변국 인프라 구축 산업 및 유망 산업에 막대한 투자를 하여 아시아 전체에 지대한 영향력을 불러일으킬 계획을 폈고 이것이 바로 일대일로 계획이다. 실제로 일대일로 사업 표명 이후, 중국은 아세안 국가에 막대한 자본투자를 하고 있고, 태국 두리안 산업에 대한 투자는 좋은 예시이다. 그 말은 즉 태국 두리안 산업의 중국에 대한 의존적 현상은 다른 아세안 국가도 겪을 수 있는 잠재적 위험요소라는 것이다. 태국 정부가 맞닥뜨린 위협은 중국 자본의 유입을 환영하는 아세안 국가에 어디까지나 주권을 보존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허용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의 막강한 경제적 영향력으로부터 아세안이 얼마나 현명하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아세안 경제의 운명이 걸릴 것이다.
이 글은 아비랩에 실린 글입니다.
https://www.bangkokpost.com/thailand/general/1708491/china-puts-b700m-into-durian-pla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