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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nny Sep 25. 2015

워킹홀리데이는 운칠기삼

"수 투다이 이즈 라스트 다이(today is last day)"

(수현 오늘이 마지막 날이야)


슈퍼바이저 데이비가 수현이를 잘랐다.


수현이는 농담으론 나에게 하던 말이 있었다.


"너 일 그렇게 하다가 투다이 이즈 라스트 다이 된다 열심히 해 인마"


"너도 내가  볼 땐 너도 조만간이다 베니~ 투다이 이즈 라스트 다이~"


"베니~ 투다이 이즈 라스트 다이"


"베니~투다이 이즈 라스트 다이...."


그 말을 나에게 하던 수현이가 잘렸다


사람은 정말 말 조심해야 하나 보다.


그리고 득제형과 경옥이 누나도 잘렸다.


데이비는 3명이 일 못 한다고 잘랐다고 말했지만 3명은 일을 잘 했었다.


사람들이 잘린 이유의 배경은 이렇다.


수현이랑 득제형 그리고 경옥이누나랑 친했던 동생이 있는데.


그 동생이 일하다가 허리를 다쳤었다.


허리 다치고 며칠 후 주말에 축구를 한 걸 보니 심하게 다치진 않았던 것 같다.


아무튼 그 동생은 일하다가 다친걸 이용해서 '워크커버'를 신청했었다.


'워크커버'가 뭐냐 하면 간단하게 말해서 일하다가 다치면 병원비랑 월급의 70%를 노동자에게 줘야 한다.


아무튼 '워크커버'에는 증인이 필요했다.


그래서 그 동생과 같이 사는 득제형과 경옥이 누나가 증인을 해줬고


정 많고 의리의 사나이 수현이가 증인으로 나서다가 SSR에서 괘심 하다고 생각했는지 3명을 잘라버렸다.


이런 걸 보면 한국이나 호주나 노동자한테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현이가 걱정됐다


"수현아 괜찮아??"


수현이도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없이 서 있었다.


득제형은 데이비에게 다가가서 따진다.


"나는 열심히 일했는데. 왜 자르느냐? 왜!"


그리고 두손으로 멋지게 Fxxk  you를 날렸다.


경옥이 누나도 짜증이 났는지 득제형에게 그만 집에 가자며 차에 타라고 한다.


데이비도 표정이 안 좋다


데이비도 회사에서 자르라고 해서 잘랐을 텐데. 데이비 마음도 편하지 않아 보였다.


집으로 돌아와 씻고 수현이가 사는 집으로 찾아갔다


그 당시 나는 승현이가 다른 곳에 집을 렌트해서 그 곳에서 살고 있었다.


왜냐하면 수현이가 집 청소도 안 하고 설거지도 안 하니 같이 사는 쉐어생들도  불편해했고


나도  그 당시 스트레스를 받았었다.


아무튼 그 당시 수현이랑 물과 기름 같은 사이였지만 친구 수현이가  걱정되었다.


"수현아 괜찮아???"


수현이는 마당에 있는 의자 앉아서 데이비 욕을 퍼붓고 있었다.


"데이비 썅 x 내가 그 x 시 x #@$#$@$"


마침 승현이가 집에 왔었다.


"형이 왜 잘려요?  잘못한 것도 없는데? 이런 건 SSR 사무실에 따지러 가요"


승현이는 영어를 잘했다.


그러다 보니 승현이는 여러 사람들에게 이런 저런 부탁을 많이 받았다.


한 번은 승현이에게 물어 본 적 있다.


"승현아 너는 사람들이 너한테 해주는 것도 없는데. 이런 저런 부탁을 왜 다 들어줘? 안 귀찮아??"


이야기를 듣자 승현이가 웃으며 말한다.


"음. 힘든 일도 아니고 제가  그 부탁 들어준다고 해서 제가 죽는 것도 아니잖아요~"


승현이는 그릇자체가 큰 아이였다.


나보다 어린 동생이었지만 정말 배울 점이 많은 동생이었다.


승현이와 수현이는 자동차를 타고 SSR 사무실로 갔고 나는 득제형 집으로 갔다.


"형 괜찮아요??"


"난 왜 이렇게 재수가 없냐? 이번에 일이 잘 풀리나 싶었는데.. 결국 이렇게 되었네.."


"형 조만간 다른 도시로 떠날 거야. 뭐 어떻게든 되겠지. 너무 걱정하지 마 형 괜찮아 인마"


득제형은 멘탈이 강한 사람이었다.


득제형이 자동차로 우리 집까지  바래다줬다.


"종현아 다음에 또 보자"


착했던 득제형이 그렇게 잘리니 마음이 무거웠다.


이번 일로 통해서 워킹홀리데이라는 게 운이 정말 중요하구나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내가 이렇게 살아남고 잘 될 수 있었던 건 내가 잘 나서가 아니라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운칠기삼


한 편 같은 회사에서 일했던 친구가 있는데. 걔는 시드니에서 오지주방에서 일하며 경력을 쌓고

(오지 : 호주인 / 오지잡 : 호주인 운영하는 곳에서 일하는 것, 오지잡 같은 경우 주마다 다르지만 시급이 18~20불이다)


남은 6개월 동안 퍼스에 감자농장에서 일하며 세컨비자를 받으려고 했지만


2층 침대에서 자다가 떨어져서 손목이 부러졌단다.


그래서 얼마 전 한국으로 갔다.


인생이란 게 정말 계획처럼 되지 않는다.


나도 이제 워킹홀리데이 5개월 차에 접어 들었다.


처음엔 호주 와서 편의점에서 담배 샀을 때


"아이 니드 시가렛 말보루  라이트"라고 말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무슨 깡패였나 생각이 든다.


'can i get~'(나에게 ~ 줄 수 있어?) 도 몰랐는데...


SSR에서 처음 일했을 때 시급 21불 받는다고 좋아했지만


잡초 뽑는 일 자체가 지루하다 보니 농장이 싫었다.


시간당 돈 21불 벌어도 빨리 일이 끝났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다가 지루하고 재미없던 농장 생활도 이제 익숙해지니.


여유로움을 즐기며 보내고 있다.


딸기모종 밭


4월 중순쯤이면 이곳 스탠소프도 시즌이 끝나서 지역 이동을 해야 한다.


처음엔 시드니 갈려고 생각했었는데.


시드니에서 살면 뭔가 인생이 팍팍 해질 거 같은 생각이 들어서.


요즘은 생각이 바뀌어서 케언즈라는 휴양지가 있는 곳으로 가서


리조트랑 식당에서 일하면서 비벼 볼까 생각 중이다.


문제는 영어다.


영어 공부를 해야 하는데.. 도통 나는 공부를 하지 않는다.


참 나도 문제다.


'사람은... 안 변해'


한국에 있을 때 사회 생활할 때 뭐 만 하면 스트레스였는데.


호주에서 딱히 그런 적이 드물었다


호주도 사장님이 오면 워홀러들에게 열심히 일하는 척 하라고 눈치 준다.


상사 눈치를 본다거나. 등등 한국이나 호주나 다 똑같다


사람 사는 거 다 똑같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사고방식이라던지 문화 차이는 존재하는 거 같다.


한마디로 여유롭다.


처음엔 나도 답답했는데. 적응이 되는 듯하다.


우리 집에 인터넷 달아준다고 2달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안 달아준다.


미친놈들


이런 건 좀 화가 나는데. 괜찮다.


여긴 호주닌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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