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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nny Sep 25. 2015

카지노 그리고 인생

2년 전


"아이고 애들아 지금 저녁 12시다. 여기서 어떻게 강원랜드까지 도착 가는데?"


나는 그때 친구들을 말렸다.


친구들이랑 '봉화'에 래프팅을 하러 간 적이 있는데.


저녁에 숙소에서 카드게임을 하다가 한 친구가 뜬금없이 강원랜드에 가보자고 한다.


시간도 늦었고 차 타고 가기엔  위험할 것 같아서 가지 말자고 했다.


"애들아 태어나는데 순서 있어도 가는데 순서 없다"


친구들을 말렸지만 결국 나도 강원랜드에 가게 되었고 그 날 나 혼자 돈을 따서 돌아왔다.


"종현아 갈래? 말래? 가자!"


진만이가 되 묻는다


2년 전 강원랜드의 추억이  떠 올랐다.


"그래 진만아 한 번 가보자. 이것도 경험인데"


스탠소프에서 3시간을 차를 타고 브리즈번에 저녁에 도착했다.


진만이가 미리  예약해놓은 콘도에 짐을 풀고 나갈 준비를 했다.


카지노에 간다고 옷도  캐주얼하게 입었다.



수현이가 재킷을 걸치는데 내 모습을 보더니 한 마디 한다.


"멋 부리다가 더워 뒤지겠다. 더워 뒤지겠어"


콘도에서  나오자마자 카지노로 향했다.


여권으로 신분을 조회 한 다음 200불을 출금 한 후  입장했다.


주말이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많았다.


나는 '블랙잭'이라는 카드 게임을 할 줄 안다.


게임 룰을 간단히 설명하면 이렇다.


카드 숫자 2~10 그리고 J, Q, K, A가 있는데


J, Q, K는 숫자 10으로 처리하고 A는 자신이 유리 한쪽으로 1 또는 11로  적용할 수 있다.


딜러와 플레이어와의 싸움인데


딜러와 플레이어 둘 중에 카드의 합이 높은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다.


그 대신 21을 초과하면 '버스트'라고 해서 죽는다.


그래서 플레이어는 카드를 받기 전 금액을 배팅한 다음 두장의 카드를 받는다.


여기서


딜러를 이기기 위해 더 높은 숫자를 받기 위해 '히트'(카드를 더 받는 것) 할 건지


'버스트'를 안 하기 위해서 '스테이'(카드를 안 받는 것) 해야 한다.


블랙잭 테이블을 찾았고 뒤에서 구경 좀 하다가 자리에 앉았다.


"하이"


딜러와 웃으면서 인사하고 생각했다.


'돈 번다고 생각하지 말고 즐긴다고 생각하고 200불로 시작해서 2배만 따고 일어나야지'


'자 한 번 해보자'


20분 후



정확하게 20분 만에 200불을 다 잃었다.


뒤에서 구경하던 혜주누나와 민형이는 안타까운지 내 눈을 못 마주친다.


"후.. 훗 저 괜찮아요. 정.. 말 괜찮아요 재미로 온 건데요. 뭘."


태연한 척 말하면서 손이 떨리고 있다.


1시간도 안되어서 카지노에 나와서 브리즈번의 저녁을 구경했다.


브리즈번의 저녁이고 나발이고 계속 게임 생각만 난다.


'내가... 왜 졌지... 왜 돈을 잃었지.. 뭘 잘못했지..'


같이 놀러 온 사람들 끼리 노래방에 왔는데 나 혼자 초상집 분위기다.


콘도에 도착해서 사람들 끼리 술자리를 가졌지만 나 혼자 멍 때리고 있었다.


'내가... 왜 졌지... 왜 돈을 잃었지.. 뭘 잘못했지..'


그 모습을 진만이가 보더니 안타까웠나 보다


"종현아. 새벽에 우리 둘이 가서 딱 200불만 하고 오자. 본전은 찾아야지"


처음엔 안 갈려고 했지만  생각해보니 이왕 이렇게 된 거 한 번 더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아까는 내가 너무 긴장을 했어"


다시 카지노 입성



술 기운도 있으니 테이블에 앉으니 전혀 긴장되지 않았다.


긴장을 안 하고 게임에 집중하다 보니 돈을 긁어 모으고 있다.


현란한 플레이에 딜러도 놀라고 옆에 있던 외국인들도 박수를 친다.


200불로 시작해서 550불 벌었다



시계를 보니 새벽 6시가 되었다.


본전도 찾았고 150불 벌었으니 진만이에게 이제 콘도로 돌아가자고 말했다.


"진만아 이제 콘도 가자. 나 본전 찾았어"


진만이는 돈을 잃고 있었다


"종현아. 1시간만 1시간만 있다가 가자"


가고 싶어지만 진만이 심정을 모르는 게 아니라서 그냥 알았다고 대답했다.


진만이 옆에서  게임하는 걸 지켜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까 전에 잃은 건 되 찾았고 150불 벌었는데... 150불을 다 걸어볼까?'


'어차피.. 돈 벌로 온 게 아니라 게임 즐기러 왔는데.. 잃어도 본전이니 손해 볼 거 없잖아..'


150불을 전부 걸었다.


진만이가 옆에서 보더니 놀랜다


"종현아 니 와 그라노??"


"괜찮아. 어차피 게임 즐기러 왔는데. 본전만 되 찾았으면 됐지 뭐."


150불 잃었다.


"후... 훗 재밌게 놀았네..."


잠깐... 가만히  생각해보니 딜러가 5판 연속으로 이기고 있다.


이 말은 즉슨!  다음 판은 플레이어가 이길 확률이 높다!!


나중에  공부하면서 안 사실이지만 항상 51대 49로 딜러가 유리하다.


'그래 딜러가 5판 연속으로 이겼으닌깐 이번 판은 플레이어가 이길 확률이 매우 높다!'


200불 걸었다.


진만이가 말린다.


"니 와카노!"


"괜찮다 괜찮다 내 믿어라"


"하느님 제발"



 200불 잃었다.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사람이 무슨 일이든 감정적으로  행동하지 말고 이성적으로  행동하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200불 잃으니 이성이고 나발이고 뵈는 게 없다.


이성을 잃었다.


"그래.. 그래 6판 연속으로 딜러가 이겼으니 이제 플레이어가 정말 이길 차례야"


남은 돈 200불을 전부 걸었다.


진만이도 이제 말리지 않는다.


"하느님... 제발.. 살려주세요"



200불을 잃었다. 다 잃었다.


그때 만큼은 정말 쿨했다.


'아  도박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생각하며 웃음이 나왔다.


400불을 잃으면서 많은 걸 배웠다.


'무슨 일 이든 감정적으로 행동하지 말고 이성적으로 행동해라"


'절제할 줄 알아라'


'무슨 일이든 무리수는 두지 마라'


"어머니 저 카지노에서 돈 40만원 잃고 이런 교훈을 얻었습니다"라고 말하면


엄마한테 맞아 죽겠지?...


평생 비밀로 해야지.


아무튼 그 날 내가 고쳐야 할 점과 단점을 알게 되었다.


진만이는 그 날 300불 정도 벌었던 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몇 주후 진만이는 같은 곳에서 자동차 한대 값을 날렸다.


'내가 진짜 다시는 카지노 가나 봐라'


그 후 사람들은 진만이 앞에서 카지노 이야기는 절대 하지 않았다.


콘도에 돌아와서 돈 잃은 이야기를 하니 수현이가 한마디 한다.


"어이구 어이구 그럴 줄 알았다. 네가 그렇지 인마 정신 차리고 성실하게 딸기나 따서 돈이나 벌어"


태호도 한마디 거든다.


"형. 좋은  경험했다고 생각해요. 저는 토토 해서 400만 원 날려봤어요. 살면서 그런 경험도 해봐야죠."


사람들과 브리즈번 구경을 하고 스탠소프로 돌아갔다.



그 후 나도 아직 정신을 못 차렸는지 집에서 '블랙잭'공부를 했다.


친구들과 골드코스트에 놀러 가면서 카지노를 가서 다시 블랙잭 게임을 했었는데.


300불로 지옥과 천국을 오고 가며 50불을 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담이 작아서 도박은 못 하나 봐'


수현이는 그날 기계의 버튼을 눌러서 하는 게임을 해서 100불을 벌었다.


"종현이 처럼 머리 써가면서 3시간 동안 50불 벌면 뭐하냐? 버튼 하나 누르면 100불 버는데"


"인생 한방이다"


정말 재미로 카지노 가는 거지 돈 벌로 가는 곳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 나는 카지노에 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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