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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의 영문법

영문법은 왜, 어디까지, 얼마나 공부해야 할까?

평균적으로 한 달에 30명 정도 영어 공부법에 대한 상담을 한다.


그중 많은 분들이 문법에 대해서 질문을 하신다.

"영어 문법을 공부해야 할까요?"



문법은 말 그대로 "법"이다. 법칙이다.


말이라는 것이 사실 하는 사람 맘대로이기 때문에 법을 지키지 않는다고 큰일이 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또 이 법에서 벗어나서 말을 하게 되면 듣는 사람을 갸우뚱하게 만든다.


친구와 대화를 하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이 친구가 자꾸 "은"이랑 "는"을 잘못 사용한다면 느낌이 어떨까?


"걔은 지금쯤 밥 먹고 있을걸?"

"우리 부모님는 좀 보수적인 편이셔."


뭐,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는 알 수 있다. 그런데 계속되다 보면 그 거슬리는 것 때문에 대화에 집중을 할 수 없다. 친구의 말이 너무너무 어색해서 웃음이 나올 수 도 있다.


우리는 살면서 누군가의 말이 문법적으로 맞는지 맞지 않는지 따지지 않는다. 그러나, 막상 누군가 문법적으로 잘못된 말을 하면 정확히 뭔지 모르더라도 어색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영어도 언어이다. 영어를 쓰는 사람들도 우리랑 다를 것이 하나도 없다. 굳이 상대방의 문법이 맞는지 맞지 않는지를 신경 쓰지 않지만, 막상 문법적으로 너무 어색한 표현이 있으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그러니까 문법을 공부 하기는 해야 한다.


자연스럽게 말하기 위해서는 문법적 지식이 어느 정도 있어야 한다.






한국에서 영어 공부를 해온 많은 사람들은 문법이 마음에 걸려서 말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정말 많다. 정말 간단한 문장도 문법적으로 맞는지 맞지 않는지를 따지다가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한다. 문법이란 것이, 의사소통을 잘할 수 있도록 존재하는 것이다. 그런데 문법을 신경 쓰다가 의사소통을 못하게 된다는 것은 정말로 큰 문제이다.


이런 문제를 겪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진단은 이렇다.

"문법이 지식으로만 남아있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발생합니다."


말 그대로 "문법적 지식"만 가지고 있다. 그 문법을 이용해서 문장을 만들었다면, 그 문장을 "익혀야"한다.

고등학교 때 체육시간에 농구를 배웠다. 레이업 슛을 배우고 평가를 했다. 순서는 다음과 같다.


드리블을 한다

> 공을 두 손에 쥐고 한발 두발 내딛는다

> 세 번째 발에 점프를 해서 공을 골대 옆에다가 가져다 놓는다

> 공이 골대로 들어간다.



머릿속으로는 제대로 알고 있는데 하다 보면 스텝이 자꾸 꼬이고, 공은 골대에 들어가지 않았다. 내가 슛에 실패할 때마다 옆에서 친구들을 웃음을 터뜨렸다. 그 상황에 위축이 되어서 시도를 하면 할수록 오히려 처음보다 더 더 안 좋은 슛을 쏘게 되었다.


레이업 슛을 하는 방법을 배운 것과 레이업 슛을 실제로 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이다. 방법을 배우는 시간이 10분이라고 한다면, 실제 레이업 슛을 완벽하게 소화해 내기 위해서 필요한 시간은 그보다 훨씬 많다.


나는 일주일 동안 중학교 때 친구를 불러서 저녁마다 레이업 슛을 연습했다. 하루에 두 시간 정도 일주일 연습을 한 뒤 수행평가에서 A를 받을 수 있었다. 결국 연습의 문제였다.




주어가 3인칭 단수일 경우, 현재형 문장에서 일반동사 뒤에 s나 es를 붙여야 한다.


I like you. 나는 너를 좋아해.

라는 문장의 주어가 "나"가 아니라 "그"라면,

He likes you. 그는 너를 좋아해.

like라는 동사 뒤에 s나 es를 붙여야 한다.


이 내용을 세 명에게 가르친다면, 셋의 반응이 다 다르다.


"He like you가 맞는 문장일까요?"라고 물어본다.


첫 번째 사람은 그냥 이 사실 자체를 까먹었다. 다음날까지 단 한 번도 영어 수업에 대해서 생각지도 않고 그냥 수업에 나온 것이다.


두 번째 사람은 배운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He likes you.라고 정확하게 대답한다.


그런데 내가 "그녀는 나를 싫어해", "제인은 톰을 사랑해"라는 문장을 영어로 만들어보라고 하면 더듬거리면서 어려워한다. 문법적 지식 그 자체는 기억을 하고 있지만, 이를 익히는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세 번째 사람은 "그녀는 나를 싫어해", "제인은 톰을 사랑해"라는 문장을 잘 만든다.

hate가 아니라 hates로,

love가 아니라 loves로 잘 만들었다.

세 번째 사람은 문법적 지식을 흡수한 뒤에, 다른 문장들을 만들어가면서 익히는 시간을 가졌던 것이다.


문법이 영어를 말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제약이 되는 사람들은 여태까지 영어 공부를 두 번째 사람과 같이 한 것이다. 문법적 지식 그 자체는 가지고 있지만 이를 연습하지도, 익히려는 시간을 갖지도 않았다. 지식으로 남아만 있지 내가 사용할 수 없는 무기가 된 것이다.





문법을 배울 때 실전과 동떨어진 학습법으로 배우면 안 된다. 이는 수십 년간 한국 공교육에서 행해왔던 것과 같은 것이다. 영어 문제는 풀 수 있지만, 실제 문장을 만드는 능력도, 회화 실력을 높여주지도 않는다. 말 그대로 "죽은"영어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전쟁이 나서 무기고에 가 보니까, 총도 있고 폭탄도 있고 지뢰도 있고 이것저것 다 있다. 근데 사용법을 모른다. 쏴본 적도 없다. 영문법을 아무리 많이 알고 있더라도 사용법을 모르면 의미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까 문법 공부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생겨나고, "문법을 공부하지 말자"라는 말들도 나오게 되었다.


그러나 내가 볼 때 영문법은 필요하다. 중학교 1학년 수준까지의 영문법을 실전 감각과 함께 길러준다면, 평생 영어공부를 해 나가는데 정말 커다란 도움이 된다. 나는 "문법 스케치"라는 이름으로 영어 초보자들에게 기초적인 문법 강의를 한다. 다른 영문법 강의에서 2강 3강 정도면 끝날 내용들을 길게 늘여서 가르친다. 실전적인 감각을 같이 기르게 하기 위해서이다.


진도는 느리다. 그러나 그냥 문법적 지식을 머릿속에 집어넣는 것이 아닌, 실제로 써먹을 수 있으면서도 영문법이 체계적으로 자리 잡게 하기 위해서 연구하다 보니 이런 결과물이 나왔다. 내가 가르치는 영문법의 목차는 다음과 같다.


1.     한국인이 영어를 못하는 이유

    (1)   영어 공부의 자동화 시점

    (2)   강세와 억양 (이유 1)

    (3)   주어와 목적어를 생략하는 한국어 (이유 2)

    (4)   한국어의 조사 (이유 3)

    (5)   강세, 박자, 연음

2.     문장과 단어

    (1)   문장의 구성단위 : 단어 <구 <절 <문장

    (2)   문장 구성 성분 : 주어, 서술어, 목적어, 보어

    (3)   8 품사의 개념 도입

3.     인칭 개념과 Be동사

    (1)   인칭 개념이란

    (2)   be동사 사용

    (3)   자동사와 타동사

4.     문장의 5 형식

    (1)   1형식과 2형식 비교

    (2)   3형식과 5형식 비교

    (3)   2형식과 3형식 비교

    (4)   4형식과 5형식 비교

    (5)   4형식과 3형식 비교

5.     현재형 문장

    (1)   영어의 12가지 시제 도입

    (2)   Be동사와 일반동사

    (3)   인칭에 따른 일반동사 변화

    (4)   인칭대명사의 변화

6.     8품사

    (1)   명사, 대명사, 동사, 형용사

    (2)   부사, 전치사, 접속사, 감탄사

7.     문장 응용 방법 배우기

    (1)   의문문 만들기

    (2)   부정문 만들기

    (3)   명령문 만들기

    (4)   감탄문 만들기

8.     조동사

   (1)   조동사의 개념

    (2)   can, will, should, may 등

    (3)   have to, used to, need to 등

9.     기본형 시제

    (1)   시제란 무엇인가?

    (2)   현재형, 과거형

    (3)   시제와 서술어의 관계

    (4)   미래형

    (5)   12가지 시제

10.  분사

    (1)   분사의 개념

    (2)   과거분사와 현재분사

    (3)   분사와 시제의 관계

11.  진행형

    (1)   진행형을 위한 간단 복습 (be동사, 현재분사)

    (2)   현재진행형

    (3)   과거진행형

    (4)   미래진행형

12.  완료형

    (1)   완료형을 위한 간단 복습 (have동사, 과거분사)

    (2)   현재완료형

    (3)   과거완료형

    (4)   미래완료형

13.  완료진행형과 수동태

    (1)   완료진행형 이해하기

    (2)   현재완료진행형

    (3)   과거완료진행형

    (4)   미래완료진행형

    (5)   수동태 문장 만들기

14.  준동사의 개념

    (1)   준동사의 개념과 종류

    (2)   분사

     (3)   To 부정사

    (4)   동명사

15.  준동사 문장 연습

    (1)   분사 이용 문장 공부

     (2)   To 부정사 이용 문장 공부

    (3)   동명사 이용 문장 공부


이 정도의 문법적 지식을 체계적으로 쌓아 두게 되면 영어 회화를 하는데 탄탄한 기초를 세울 수 있다. 당연히 이게 영문법의 끝이라는 말은 아니다. 그렇지만 여기까지 제대로 쌓이게 되면, 그 이후의 다른 문법적 지식들은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쌓아 나갈 수 있다. "마중물"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영문법 지식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들을 체계적으로 챙겨두고 있지는 않다. 책상 앞에 앉았더니 책도, 공책도, 팬도, 사전도, 컴퓨터도 다 있어서 공부할 준비가 되었다. 근데 이 모든 준비물들이 엉망진창으로 늘어져 있는 것과 같다. 정리되어있지 않으면 생산성이 떨어진다. 영문법도 체계적으로 있어야만 헷갈리지 않고 효율을 낼 수 있다.


실전 감각과 동시에 영문법 체계가 어느 정도 쌓이고 나면, "정확하고 자연스럽게 구성된 문장"들을 공부한다. 수준에 따른 글을 가지고 읽는 연습을 해야 한다. 읽는 연습이라는 것은 정말 중요한 것이다. 헬스장에 가서 아령 한번 들었다 놨다고 운동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 제대로 발음할 줄 알고 제대로 해석할 줄 알고 있는지 아닌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혀에 새겨질 정도로 반복을 해야 한다. 수많은 양의 문장들이 당신의 무의식 속으로 흘러 들어가야 한다. 그래야 말이 나올 수 있다.


누군가 영문법을 어디까지 공부해야 하냐고 물어보면 나는 딱 저기까지만 하라고 이야기한다. 당연히 이 이후에도 공부할 것들이 있다. 관계대명사나 분사구문 같은 경우는 별도로 공부를 더 해야 한다. 그러나 진도 안에 포함시키지 않은 이유가 있다. 딱 저기 까지만 제대로 익히면, 그 이후의 것들은 누군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혼자서 공부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로 선생이 필요 없는 시점이 오게 된다, 적어도 영문법에 관해서는.


문법이 구속하는 것처럼 느껴지면 안 된다.

문법이 당신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문법을 타고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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