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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에 맞서는 리더십은 어디서 나올까?

계엄령에 맞선 용감한 시민들을 보며..

by 신루이스

1. 압도적인 불의와 양심의 무게

불의를 마주했을 때, 특히 국가 권력처럼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거대한 힘과 대치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가끔 믿을 수 없는 장면을 목격합니다. 이번에 계엄령 사태에서 군인들과 대치하면서 저항한 시민들처럼 말 입니다. 자신이 아무리 작은 존재일지라도 거대한 바위 앞에 계란으로 던져지는 것을 선택한 사람들, 그런 사람들은 도대체 무엇을 믿고 행동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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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이라면 싸워서 이길 수 없는 상황에서 물러설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상황에서도 저항을 멈추지 않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계산이나 전략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들에게 있어 승패는 행동 여부를 결정짓는 주요 요소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옳은 일"을 해야 한다는 강렬한 내적 목소리, 즉 양심이라는 무게에 압도되어 행동합니다.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에서 등장하는 한 인물은 이렇게 말합니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뭔지 아세요? 바로 양심이에요. 그 힘이 저를 움직이게 했습니다."
양심은 보이지 않지만 가장 강렬한 힘으로 우리를 움직이게 만듭니다.


2. 위험에도 불구하고 행동하는 이유

심리학적으로 용기란 두려움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무엇을 위해 행동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질 것이 뻔한 싸움"에 뛰어드는 이유는 단순히 승리에 대한 희망 때문이 아니라, 그럼에도 지키고자 하는 가치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 가치는 시대나 사람마다 다릅니다. 그러나 중요한 공통점이 있습니다. 우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지키지 못하면, 우리는 스스로에게 부끄러움을 느끼며 살아가야 한다는 점입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가치관에 부합하지 않는 삶을 살면, 내면의 목소리가 스스로를 질책하게끔 설계되어 있습니다.


마크 리어리(심리학자)에 따르면, 자아의 존재 이유 중 하나는 끊임없이 우리를 성찰하고 비판하는 것입니다. 그 내면의 목소리는 때로 이렇게 묻습니다.
"이렇게 살아도 되는가?"
"네가 정말 이런 행동을 해서 떳떳할 수 있겠는가?"

이 질문들에 답하지 못한 사람들은 내면에서 자기비판의 고통을 피할 수 없습니다. 심리학자 로이 바우마이스터의 연구는 이를 한층 더 깊이 파고듭니다. 그는 "내가 나 자신을 부끄럽게 여기는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그것은 매일을 지옥으로 만드는 원인이 된다"고 말합니다. 사람들은 스스로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피하려는 본능에서 위험을 감수하거나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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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부끄럽게 여기는 타인과는 멀어질 수 있지만, 자신을 부끄럽게 여기는 자신과는 헤어질 수 없습니다. 따라서 자신의 양심과 마주하기 위해, 또는 내적 고통으로부터 자신을 해방시키기 위해 옳은 일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이는 위험을 무릅쓰는 사람들의 심리적 원동력을 설명합니다.


3. 양심의 힘이 주는 희망

위험을 감수하고 저항하는 사람들은 우리에게 양심의 힘이 얼마나 강렬한지를 보여줍니다. 이러한 행동은 때로는 작은 결과에 그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인간이 가진 가능성을 믿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각자의 삶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붙들고 살아갈 때, 그리고 그러한 가치를 지키기 위한 행동이 모여 사회적 변화를 만들어낼 때, 양심이라는 무형의 힘은 세상에 실제적인 변화를 가져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여전히, 그리고 반드시 양심에 따라 행동해야 합니다. 그것이 개인으로서도, 사회 전체로서도 더 나은 미래를 여는 열쇠이기 때문입니다.


양심이 없는 대통령의 뜬금없는 계엄령 선포에 맞서서 양심있는 시민들의 용감한 행동을 함께 보면서 몸을 사리고 있었던 다른 시민들도 힘을 얻게 되었습니다. 양심이 있는 사람들이 양심을 지키며 사는 것이 존경받는 사회라면 이 사회는 소망이 있습니다. 하지만 양심을 지키는 시민들에게 '미련하다' '오버하지 말라' 이런식의 반응이 다수라면 이 사회는 소망이 없습니다. 더 많은 시미들이 용기를 얻어 무책임하고 무도하고 무지한 대통령을 몰아내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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