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benothing
Oct 12. 2023
나는 기억한다. 흑요석 같이 까만 눈은 미동도 없었고 보호소의 악취는 대단했다. 수백 마리 개들의 짖음은 쇠창살에 부딪혀 찢어지는 소리가 났다. 너는 사진보다 비대했고 대나무비처럼 거친 털이 덥수룩했다. 한품에 쏙 안길만한 자그마한 개를 원했지만 너는 그렇지 않았다. 너는 다른 개들과 달리 고개를 수그리지도 이빨을 보이지도 않았다. 까만 눈으로 그저 직시했다. 어떤 간절함이나 두려움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안도했다.
너를 데려온 건 어떠한 사명 때문이 아니었다. 아니, 표면적으로는 안쓰러움 때문일 수도 있겠다. 네가 그곳에서 불행했는지, 악취가 네게도 괴로움이었는지 나는 알 수가 없다. 다만 인간의 생각으로는 불쌍히 여길 도리 밖에 없었다.
인간과 부대끼기 위해 필요하지만 짐승에게는 그렇지 않은 목욕과 미용을 했다. 네 세상이었다면 단연코 하지 않았을 중성화 수술을 마쳤다. 너는 내가 허락한 시간에만 바람 냄새를 맡고 꺼진 형광등 밑에서 잠을 잔다. 나는 시리얼을 좋아하지 않지만 네게는 건사료를 먹인다. 맛 좋은 음식을 통제하고 맛없는 영양식을 챙긴다. 네가 원하는지는 모른다.
너는 아직도 그 까만 눈으로 눈 맞춤을 한다. 두려움과 체념 없이 꼭 믿음과 사랑이 담긴 것처럼.
나는 네 앞에 서면 아주 큰 인간이 되고 구원자가 된다. 열패감과 고독을 너를 통해 우그러뜨리는지도 모르겠다.
네가 나를 필요로 하는지 알 수 없다.
나는 네가 필요하다. 사람들은 너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