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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nothing Oct 05. 2023

깨진 타일, 낮은 천장, 둘이 있기엔 비좁았던 화장실

나는 기억한다

 나는 기억한다. 화장실에 둘이 가기엔 비좁았다. 내가 먼저 양변기에 앉았고 그 애는 허리를 구부려 화장실을 죽 둘러보았다. 좁아진 눈꺼풀 속 눈동자를 따라가니 깨진 타일과 낮은 천장이 보였다. 그 애의 미간에 주글주글한 주름이 생겼다. 번갈아 용변을 해결하고 나와 싱크대에서 손을 씻었다. 그 애는 여전히 좁아진 눈으로 현관문과 닿아 있는 주방을 흘겨보고, 싱크대와 가까운 화장실을 바라보고, 낡은 경첩이 새된 소리를 내는 방 문을 쳐다보았다. 너희 집 너무 누추한 것 같아. 그 애가 왠지 화가 난 목소리로 말을 했다. 난 당시 누추하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애의 미간에 가득한 주름처럼 볼썽사납다는 것을 알았다. 그 애의 폭신한 침대와 방만큼 넓은 주방을 떠올렸다. 나는 자꾸만 아스팔트 바닥에 닿아 캉캉 시끄러운 소리가 나는 현관문을 열어 잘 가,라고 손을 흔들어 주었다. 삽시간에 물러간 빛이 그늘을 몰고 와 주방 바닥에 스며들었다. 발이 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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