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도 편안함, 둘째도 편안함
세번째도 역시 편안함
BOSE QC Earbuds 2
BOSE QC Earbuds 21. 여러 이어폰/헤드폰 브랜드 중에서 착용감에 가장 많이 신경을 쓰는 브랜드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미국의 BOSE다. 여태 구입해서 써본 5개의 BOSE 제품이 단 하나의 예외없이 당시 경쟁 모델 중에 가장 편안했다. 착용감이 중요하다면 BOSE, 일단 기억해두면 좋다.
2. 이런 놀라운 착용감의 뒤에는 BOSE가 줄창 밀고 있는 타원형의 반투명한 이어팁이 있다. 대부분의 이어팁은 원형을 쓰는데 굳이 타원형을 미는 이유가 무엇일까? 타원형의 이어팁은 귀를 압박하지 않으며, 얇고 부들부들해서 살갗에 닿는 느낌이 다른 제품들에 비해 훨씬 좋다. 그래서 제품이 망가질 때까지 늘 한결같이 좋은 느낌을 유지할 수 있다.
3. 이 반투명 팁의 약점은 차음성이다. 밀착력이 그다지 좋지 않고, 팁 자체의 밀도가 낮기 때문에 외부 소음을 차단하거나 내부의 음이 새어나가는 누음 현상을 막기엔 역부족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QC Earbuds 2에겐 별다른 문제가 안된다. 막강한 성능의 ANC가 그걸 충분히 커버하고도 남기 때문이다.
4. 지금은 Active Noise Cancelling, ANC라는 단어가 꽤나 대중화되어 있지만 BOSE는 여전히 이 기능을 Quiet Comfort, 줄여서 QC라고 부른다. 이 QC야 말로 이 제품의 핵심이다. 이 제품은 고요하게 느껴질 정도로 압도적인 소음감쇄 능력을 갖고 있고, 그래서 편안하다. 같은 기능을 지닌 경쟁 모델과 비교시, 현존 최강의 ANC라고 생각한다.
5. 실제로 제품을 처음 페어링하면 이어폰의 이름을 지을 수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고요의 바다' 이다.
6. BOSE의 QC는 다른 브랜드와 좀 다른 면이 있다. 음향기기 브랜드에서 ANC 기능을 넣을 때에는 ANC의 강도를 무작정 올릴 수 없다. ANC 성능을 강화시킬수록 음질은 떨어지는 상반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태생이 전자기기라면 사운드와의 조화를 고려하지 않고 우선적으로 ANC 성능을 강화할 것이다. 하지만 음향기기 브랜드는 그래서는 안된다는 것이 본인의 생각이다. BOSE는 음향기기 브랜드답게 ANC 성능이 탁월하면서도 음질이 치명적으로 떨어지지 않는다. 2023년 현재 ANC 성능이 가장 뛰어난 두 브랜드가 BOSE와 SONY라고 할 수 있다. 앞서 말한 '음질 저하를 고려한 ANC 설계' 라는 점에서 BOSE가 더 강점이 있다.
7. 보스는 첫번째로 착용감에서 편안함을 주고, 두번째로 노이즈 캔슬링을 통한 소음 감쇄에서 편안함을 준다. 마지막으로 세번째로 사운드에서 편안함을 준다. 보스의 사운드는 고음이 어떻다 중음이 어떻다 저음이 어떻다 보컬이 어떻다 이런식으로 디테일하게 나누어 설명하는 것이 굳이 필요하지 않다.
8. BOSE는 오래전부터 기술적 우월함을 알리는 것보다 '고객이 어떻게 받아들일까'를 어필해왔다. 사운드 역시 마찬가지로, 음질적으로 더 뛰어난 사운드를 튜닝하는 것보다 듣는 사람의 편안함과 즐거움을 우선했다. 따라서 음질을 하나하나 디테일하게 분석하면 BOSE의 점수는 높지는 않다. BOSE의 사운드의 기본은 부드럽고 깊은 저음에 있다. 오래 들어도 질리거나 피곤하지 않으며, 각양각색의 소비자들이 판단할 호불호 요소가 적다.
9. 기존 BOSE 제품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EQ의 부재'였다. 무릇 음향기기 브랜드라면 자기네들이 고집하는 좋은 소리에 대한 집착, 그것을 들려주고자 하는 강렬한 의도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다만 이 제품을 사용하는 대다수의 일반인들은 어느정도는 자기 입맛에 맞추고 싶어한다. '나에게 맞는 것', '내게 맞추는 것'에 대한 가치가 지속적으로 높아져감에 따라 EQ의 부재는 곧 경쟁력의 하락이다. 이 모델에서는 BOSE 이어폰 중 최초로 EQ 기능이 들어가 내가 원하는 사운드를 어느정도 만들어 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