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pfire Audio Trifecta
1 더하기 1은 2가 아니라 그 이상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시너지효과라고 한다. 그렇다면 1 더하기 1 더하기 1은 그 이상의 시너지 효과를 보일까? 어떤 이어폰도 도달하지 못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기 위해 미국의 Campfire Audio는 3개의 DD를 사용해 Trifecta(삼중주) 라는 이어폰을 선보였다. 판매가 4,980,000원의 하이엔드 이어폰이다.
생긴것은 완전히 테트라포드인데, 3개의 드라이버를 강조하기 위해 일부러 투명한 쉘과 페이스 플레이트 디자인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각 뿔에 위치한 다이내믹 드라이버가 원기옥마냥 에너지를 한데 모아 엄청난 울림을 만들어낸다. 해일이나 지진과도 같은, 일반적인 이어폰에서 느낄 수 없는 크고 거대한 기운을 만들어내고, 점진적으로 고조되는 대편성 곡에서 압도적인 표현력을 지닌다. 보통 음향기기의 소리가 차갑다, 따뜻하다 이렇게 표현을 하지만 이 제품에게 어울리는 표현은 '뜨거운 소리'다.
이 이어폰의 장르는 대서사시다. 모든 장르를 웅장하게, 끓어오르게 하는 성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음악 장르에 따라 평가가 크게 갈릴 수 있다. 이어폰 중에 가장 웅장한 분위기 연출에 능하고, 깊고 넓은 울림을 표현하는 이어폰이기 때문에 규모가 큰 에픽, 영화음악, 대편성 클래식 등의 장르가 만족도가 높다. 또한 무게 중심이 이례적으로 낮고 아래쪽으로 거의 모든 공간과 힘이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음량이 커질수록 불안정하게 느껴질 수 있는 문제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이어폰에 서브우퍼를 달아놓은 것 같다.
들으면 들을수록 신기하고 감탄이 나온다. 하지만 소리가 조화롭지 않고 부드럽게 이어지지도 않는다. 소리에 흐릿한 막이 쳐져 있다고 느낄 때도 종종 있다. 허나 원래 캠프파이어가 우선하는 가치는 늘 생동감과 재미, 강렬함이었다. 이런 매력에서는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브랜드이며, 이런 주장에 찬성하는 전세계의 캠프파이어 팬이 적지 않다.
반복되는 얘기지만 이 이어폰은 일반적이지 않다. 대서사시라는게 굉장히 옛날얘기에다 배경 설정부터 허황된 경우가 많고, 대부분 건국 신화에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개연성도 떨어진다. 차오르는 뽕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다분히 편향된 시각으로 서술되었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요새 100만원 넘는 프리미엄 ~ 플래그십 이어폰들은 EST나 초고음역대를 담당하는 특수 튜닝된 BA를 사용해 고음쪽을 강화하고 더불어 위쪽 공간을 확보하려고 한다. 그런데 트라이펙타는 끝없이 아래쪽으로 공간을 확장시키는 느낌이다. 별도의 커스텀 케이블을 통해 저음을 보강하는 것보다 고음을 보강하는 것이 더 쉽기 때문에 케이블 선택의 폭은 넓지만 트라이펙타만의 독특한 개성에 맞추어 매칭하는 건 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할 것이다.
여태 어떤 이어폰도 도달하지 못한 영역을 도달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마법을 부려야 한다. 그것이 기존의 질서와 균형을 무너트리는 한이 있다고 해도 그런 위험 부담 정도는 안고 가야 하는 것이다. 트라이펙타는 종결급 이어폰이 확실하다. 내가 생각하는 트라이펙타의 사운드를 이미지로 그린다면 아마 이렇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