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질, 음악성, 현장감
어떤 음향기기를 선택하려고 할 때 기준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첫번째는 그 제품을 사용하려는 목적이 아닐까 싶다. 내가 정의한 좋은 소리의 세가지 요소 - 음질, 음악성, 현장감을 기준으로 용도에 따른 제품 선택법을 정리해보았다.
1. 음향 작업(모니터링), 업무 및 통화 용도
음악성 < 현장감 < 음질
이 경우는 최우선적으로 음질이 좋은 제품을 고려하면 된다. 음질이 뛰어난 제품을 찾는 방법은 아주 쉽다. 제품 설명에 모니터, 프로, 전문가가 써져있는지 확인해보면 된다. 또한 역사가 오래되고 규모가 큰 대형 음향기기 브랜드는 프로용 제품을 주력으로 성장해왔기 때문에 이 목적이라면 인지도가 높은 대형 브랜드 제품을 고르면 실패 확률이 낮다.
2. 게이밍, 영화감상
음질 < 음악성 < 현장감
게이밍과 영화감상의 사운드 주안점은 현장감이다. 현장감은 소리가 어떻게 들려오는지보다 어느 방향에서, 얼마나 먼 곳에서 소리가 들려오는지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이어폰/헤드폰의 현장감을 좋게 만드려면 두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물리적으로 울림통을 좋게 만드는 것인데, 사실 이어폰이나 헤드폰이란게 고막에서 너무 가까워 충분한 거리를 확보하기 어려운데다 울림통을 크게 만들면 그만큼 부피가 커지기 때문에 사용하기 불편해진다. 그래서 두번째 방법을 주로 사용한다.
바로 사운드의 변형을 통해 인위적으로 현장감을 부여하는 것이다. 기존 사운드를 변형했기 때문에 음질과 음악성 모두에서 점수가 떨어지게 된다. 다시 말해 꽤나 부자연스럽게 들리는 것이다.
이것을 다른 말로 가상서라운드라고 부른다. 가상 서라운드는 3D 사운드, 입체 음향, 공간 음향, 360도 음향 등 다른 이름들을 더 갖고 있지만 사실 다 같은 말이다. 주로 게이밍 헤드셋이 현장감에 강한 면모를 보이며, 홈시어터를 다루는 브랜드들도 꽤나 내공이 있어 우선적으로 추천할 수 있다.
3. 음악 감상
음질 = 음악성 = 현장감
가장 난관이다. 위의 두 용도는 비교적 명확한 모범답안이 존재하는 반면, 이쪽은 정답 비스무리한 것이 아예 없다. 따라서 음악 감상을 위해 음향기기를 구매하고자 한다면 많은 시행착오를 감내해야한다. 일단 본인이 어떤 소리를 원하는지도 모를 가능성이 높고, 각 브랜드의 제품이 어떤 소리를 지향하는지도 모르기 때문에 판단 자체가 불가능하다.
여러 제품을 장시간 사용하다보면 자신만의 기준이 생기게 되고, 어떤 브랜드가 내게 맞는 소리인지 가늠할 수 있다. 여러 제품을 직접 들어볼 수 있는 청음샵을 자주 방문한다면 시간과 비용을 크게 단축시킬 수 있다.
수 많은 음향기기 브랜드들이 입문(엔트리급)부터 하이엔드(플래그십)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을 내놓는데, 내 경험에 비추어 그마나 공통적인 경향을 정리해보았다.
1) 입문 제품 : 음악성 = 현장감 < 음질
가장 판단 근거가 확실하고 객관적인 '음질'이 가장 먼저 높은 평가를 받는다. 대부분 가성비가 좋다는 제품들은 음질 하나만큼은 뛰어난 것을 알 수 있다. 음악성과 현장감은 후순위로, 아예 고려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2) 중급 제품 : 현장감 < 음질 < 음악성
이 정도가 되면 음질은 기본으로 깔고 가고, 이제 음악을 밀고 당기면서 자신만의 개성을 찾아 이런 저런 시도를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음악성이 두드러지며, 브랜드가 지향하는 소리가 무엇인지 본격적으로 알 수 있다.
3) 고급 제품 : 음질 < 음악성 < 현장감
앞서 이어폰/헤드폰은 구조상 현장감을 내기 어렵다고 설명했기 때문에 이걸 극복하는 것이 고급 제품의 핵심 과제다. 이어폰은 EST 드라이버를 포함한 고음 튜닝으로, 헤드폰은 개방형 구조와 헤드폰앰프의 구동력으로 소리를 힘차게 밀어붙여서 현장감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