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SS KPH40 Utility
유선 이어폰은 가성비 타이틀을 지닌 제품이 워낙 많아 선택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유선 헤드폰은 굉장히 쉽다. 어떤 브랜드도 KOSS의 가성비를 따라오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KOSS에는 삼대장이라 불리는 헤드폰 KSC35, KSC75, Porta Pro가 있는데 이들은 치명적일 수 있는 단점을 하나씩 갖고 있다.
KSC35와 KSC75는 클립형 구조로 호불호가 강하다. 구조상 소리가 새어나가는 누음도 많고, 귓바퀴에 걸어서 착용해야 하기 때문에 오래 착용시 귓바퀴가 빨갛게 달아오르며 아픈 경우가 있다. 운좋게 귀가 전혀 아프지 않더라도 착용감에서 썩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 20년 전에야 저가형 헤드폰 다수가 클립형이라 그런게 정상이겠거니 했지만 지금에 와서는 클립형 헤드폰을 거의 찾아볼 수 없을만큼 비중이 낮아졌으니 구태여 클립형을 찾는 사람도 거의 없어졌다.
포타프로는 디자인이 썩 호감이 아니라는 단점이 있다. 구독자 200만명이 넘는 초대형 유튜버 'IT섭'님이 올린 영상에 '너무너무 못생겨서 유명한 헤드폰' 라고 못박아둘 정도이고, 나는 거기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물론 거기에 달린 '내 눈에는 이쁘다'라는 댓글도 많이 보이더라)
코스의 수준높은 사운드와 그에 비해 너무나 착한 가격을 인정하고, 전설적인 3대장을 칭송하는 입장이지만 이들을 추천하면서도 마음속 한 구석에 켕기는 무언가가 있었다. 세상에 완벽한 건 없으니 가격과 사운드로 상쇄시킬 수 있다는 합리화 주문을 중얼거리면서 말이다.
그러나 작년에 출시된 KPH40 Utility 모델은 내 기준에서 단점이 전혀 없다. 이제서야 비로소 거리낌없이 '닥치고 KOSS'를 주장할 수 있게 된 것이다.
KPH40 Utility의 첫번째 장점은 압도적인 착용감이다. 머리띠같은 외형을 갖고 있기 때문에 느껴지는 무게가 거의 없어 오래 착용해도 편안하고, 대부분의 헤드폰이 가지는 단점인 '헤어스타일의 손상'도 신경 쓸 필요가 없다. 헤드폰 중 가장 작은 이어컵을 갖고 있어 아름다운 내 외모(?)를 가릴 일 또한 없다.
두번째 장점은 사운드다. KOSS는 해상력보다 고급스러운 소리의 분위기와 높은 밀도, 안정적인 재생이 매력 포인트다. 일반적으로 이런 사운드의 성향이 저가형보다는 고가형에서 느껴지기 때문에 포터블 하이파이에 오래 몸을 담가 잔뼈가 굵은 이들도 KOSS의 사운드는 인정한다. 고가 시스템을 구성하고 있는 분들도 호기심에 KOSS 헤드폰을 사용해보고나서 현자타임이 왔다는 얘기를 주기적으로 듣는다. 게다가 최근 나온 헤드폰들의 성향이 대체로 밝고 가볍기 때문에 비교되어 더 높은 평가를 받기도 한다.
세번째 장점은 Utility 시리즈 특유의 케이블 교체다. 기본적으로 3.5mm 플러그를 제공하는데, 라이트닝 케이블이나 USB-C 타입 플러그를 추가 구매해서 스마트폰에 직결할 수 있다. 요새 스마트폰에는 3.5mm 단자가 없고, 주렁주렁 매달아 연결하는 변환 젠더는 음질도 깎아먹는데다 미관적으로도 썩 좋지가 않다. 헤드폰 금액에 비해 추가 케이블의 금액이 상당하지만(약 4만원) 외적으로도 내적으로도 돈값을 톡톡히 하는 추가 옵션이다.
네번째 장점은 가격으로 23.12 현재 기준으로 판매가 6만원 정도에 구매할 수 있다. 이 정도 금액을 투자했을 때 이 것과 비슷한 정도의 사운드를 내는 헤드폰은 사실상 없다고 봐도 된다.
KPH40 Utility의 헤드밴드와 유닛은 간단히 분리시킬 수 있다. 이 헤드밴드는 KSC35, KSC75, Porta Pro의 헤드폰 유닛과 호환된다. KSC35, KSC75의 착용감 문제를 이 헤드밴드로 해결할 수 있다는 말이다.
KPH40 Utility를 구입했다는 가정 하에 Porta Pro는 KPH40 Utility에 비해 음질이 떨어지고, KSC35는 KPH40 Utility와 성향이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구입을 추천하지 않는다. 사실상 2만원대에 구입할 수 있는 KSC75를 구매해서 연결해보길 권장한다. KSC75는 고운 고음의 스페셜리스트, KPH40 Utility는 묵직한 저음의 스페셜리스트라고 요약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