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를 배우는 아이 이야기

#3. 인공와우 실종사건

by 비온후

드림이의 와우가 사라졌다.

모든 상황이 해결된 후 작성하는 글임에도 후우~ 그때를 떠올리니 지금도 가슴이 두근댄다.




때는 2026년 1월 중순 경,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유모차로 드림이를 재우고 있었다.


졸려하는 아이를 유모차에 태웠기 때문에 별다른 움직임 없이 조용히 이동하고 있었다.


집에 도착하니 예상대로 푹 잠들어 있었고, 조심스레 안아 방에 눕혀 주었다. 눕히면서 와우를 빼줘야지라고 생각했던 것 같은데, 깨우면 안 된다는 생각에 빠져 순간 와우의 존재를 잊었던 듯하다.


그렇게 몇 분 후 드림이가 낮잠에서 일어나 엄마를 찾아가서 안아주는데, 아! 와우가 없네.라는 생각이 그제야 들었다.


뭐지? 어디 있지? 왜 없지?


와우가 그렇게 사라졌다.


너무 놀란 나는 발을 동동 구르며.. 정말 이 표현 그대로 동동 굴렀다. 동동 구르며 집안을 뒤졌지만, 애초에 집안에 같이 들어오지 않은 와우가 보일리가…


근처에 사는 시어머님께 연락해 상황을 설명하고 집에 와 달라고 부탁드렸다. 와우를 찾으러 길을 나서야 했기 때문이다.


시어머님도 헐레벌떡 놀라 달려오셨다. 그게 어딜 갔을까.. 그 비싼 게..


그렇다. 우리 와우님. 한쪽에 1000만 원가량 하는 귀하신 분이다. 이러니 내가 눈물이 나 안나….


어머님께 드림이를 부탁하고 아까 왔던 길을 뒤지기 시작했다.

없다. 가슴이 타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아파트 경비실에 들어가 상황을 설명했지만, 분실물을 접수되지 않았다고 하셨다.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꾹 참았다. 우선 찾는 게 중요하다.


다시 아까 갔던 길을 거슬러 올라갔다. 안 보인다. 혹시 모르니 다시 되돌아갔다. 역시나 없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찾아야 한다. 학원이 끝나고 돌아온 루디와 다시 길을 나섰다.


루디와 양쪽 길을 샅샅이 뒤지는데, 둘이 동시에 멈춰 서서 한 곳을 쳐다보며 외쳤다.

저거 뭐지???


달려가 보니 그곳에 와우가 있었다. 들어 올려 보니 배터리는 다 분리되어 있고, 일부 파손되어 있었다. 한쪽은 전원이 들어오지 않았고, 전원이 들어오는 쪽도 상태가 좋지 않았다.


와우를 들고 서는데 그제야 눈물이 쏟아진다. 어떤 감정이었을까. 찾아서 기뻤던 걸까. 아니면 놓쳤던 나에 대한 원망감이었을까.


집으로 돌아와 배터리를 갈아봤지만 작동이 안 됐다. 와우가 없으면 어떠한 소리도 듣지 못하는 우리 드림이.

뽀로로 동영상을 틀어 달라해서 티브이를 켜 주었지만 아무 소리도 들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드림이가 귀를 가리키며 와우를 채워 달라고 신호를 보내는데 너무 마음이 아팠다.

이렇게 와우가 소중한 존재였구나.




드림이는 평소 와우를 잘 착용하는 편이지만, 졸리거나 눕고 싶을 때는 와우를 휙 벗어던진다. 아마도 유모차에서 잠들기 전에 와우를 빼서 얌전히 길바닥에 내려놓은 모양이었다. 워낙 조용했던 상황이라 자는 줄만 알았던 나는 와우가 빠진 걸 눈치채지 못했던 거다.


내 탓이라는 자책과 아무런 소통도 되지 않는 드림이에 대한 죄책감, 안타까움, 미안함. 진짜 속상하고 속상한 밤이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드림이를 시댁에 맡기고 와우 회사인 코클리어로 달려갔다. 파손된 와우는 한국에서 수리를 할 수 없어 호주 본사로 보내진다고 한다. 보증기간이어서 리퍼 제품을 받을 수 있고, 리퍼 제품을 받기 전까지는 대여품을 착용해야 한다고 했다.


기계 자체를 분실했다면 재구매를 해야 하는데, 한쪽 당 1,090만 원이라고 하셨다.

와.. 정말.. 말이 쉽네 1,090만 원


대여품에 매핑 정보를 넣어 집으로 돌아왔다. 이제 드림이가 소리를 찾을 수 있게 되었다. 반나절을 소리 없이 답답했을 우리 딸.


얼른 와우를 채워주자 드림이가 말을 하기 시작한다. 와우가 없으면 말수도 줄어드는 우리 딸.


안아줘. 안아줘.

소리를 찾은 드림이가 입을 뗐다.


그래. 안아줄게 엄마가. 엄마가 미안해.

눈물이 찔끔 낫지만 참아본다. 다시는 필요할 때 소리가 사라지지 않게 할게. 노력할게.


이렇게 강렬히 소중함을 느껴본다.


고마운 와우. 돌아와 준 우리 와우.


앞으로 잘할게요. 와우선생님.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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