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괜찮습니다. 우리에겐 드림이가 있으니까요.
드림이가 1월생으로 현재 24개월이 되었고, 8살 차이 나는 언니는 11살, 곧 초등 4학년이다.
드림이는 난청이고 언니는 건청이다. 난청, 건청.. 낯선 두 단어가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게 나온다.
드림이는 청각장애인으로, 인공와우 수술 후 와우로 소리를 듣고 있다. 담당 교수님께서 환우회에서 수술 후기 나눔을 해 주길 부탁하셔서 작성해 본 글을 올려 기록해보려 한다.
안녕하세요. 저는 건청인 11살 첫째와 24개월 난청인 드림이를 키우고 있는 두 아이의 엄마입니다.
드림이는 돌이 지난 직후 양측 인공와우 수술을 했고, 2주 뒤 인공와우를 착용하고 첫 매핑을 받았습니다.
첫째가 건청이어서 둘째의 청력 검사 이상 소견을 처음 들었을 때는 ‘별일 아니겠지’라는 마음이 컸습니다. 하지만 세 차례의 정밀검사에서 소리에 반응이 없었고, 원인을 찾기 위해 진행한 유전자 검사에서 원인 유전자가 확인되며 난청을 확진받게 되었습니다.
검사하는 과정에서 아니길 바라는 마음이 컸기에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는데, 난청 아이를 둔 부모라면 아마 비슷한 마음일 거라 생각합니다.
저희 가족에게 인공와우 수술은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었습니다. 하지만 수술이 필요하다는 걸 알면서도, 부모로서 어린 아기를 수술대에 올려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 마음이 아팠고, 수술을 하고 나면 되돌릴 수 없는 선택을 하는 것 같아 막연한 두려움이 컸습니다. 혹시 나중에 드림이에게 이 결정에 대한 원망을 듣게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함께 들었습니다.
그때의 저는 사실, 드림이가 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게 많이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또 장애가 있는 아이와 함께 살아가야 할 미래에 대한 두려움도 솔직히 컸습니다.
그러던 중 난청 인구에 대해 알아보게 되었고, 들을 수 있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많은 분들이 자신의 삶을 건강하고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이미 청각장애를 가진 아이를 멋지게 키워내신 부모님들과 그 자녀들을 보며, 우리 아이도 충분히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겠다는 희망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드림이가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을 조금이라도 더 쉽게 배울 수 있다면,
드림이가 세상의 소리를 조금이라도 더 들을 수 있다면 그 방법을 선택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을 먹게 되었고,
결국 드림이와 의료진을 믿어보기로 했습니다.
교수님의 세심한 배려 덕분에 수술은 감사하게도 무사히 끝났습니다.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 것은, 수술 중간에 충혈된 눈으로 나오셔서 수술 과정을 설명해 주시며 “잘해보겠다”라고 말씀해 주시던 교수님의 모습입니다.
수술 후 드림이는 상처가 잘 아물어 첫 착용까지 순조롭게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이 과정을 겪으며 저는 사람들이 소통하는 데에는 정말 다양한 방식이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무엇이 더 낫고 어떤 방법이 더 옳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드림이는 와우를 통해 세상과 소통을 시작할 수 있었고, 그 변화는 생각보다 훨씬 컸습니다.
수술 후 드림이는 주 2회 언어치료와 청능훈련을 받으며, 와우를 통해 소리를 듣는 것에 익숙해지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이 쌓이면서, 엄마, 아빠 외에도 점점 할 수 있는 말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1년이 지난 지금, 가족들과 짧은 문장으로 소통하기 시작했고, 때로는 야단도 맞으며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거실에서 놀다가 세탁기 종료음을 듣고 주변을 살피는 모습을 보았는데, 그 순간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아, 이 아이가 정말 열심히 소리를 배우고 있구나” 하는 마음이 들어 고마웠습니다.
물론 말이 빨리 늘지 않는 것 같아 막막했던 시간도 있었고, 와우가 없으면, 어떤 소리에도 반응하지 않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아픈 순간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와우를 통해 소통하는 시간은 저희 가족에게 무엇보다도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이제 저희에게 와우는 더 이상 낯설고 어려운 기계가 아니라, 안경이나 손목시계처럼 없으면 불편한, 일상에서 꼭 필요한 물건이 되었습니다.
처음 난청이라는 진단을 받고, 들어보지도 못한 수술 방법을 알게 되고, 수술을 결정해야 했던 그 시간은 너무 낯설고 두려웠지만, 이제는 그것이 우리 삶의 일부가 되었음을 느끼고 있습니다.
물론 드림이가 들을 수 있는 소리에 제한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 주변에 이를 설명해야 하는 순간들, 자신의 상황을 말해야 하는 순간들도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주변에 많은 난청인들이 세상을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듯이, 우리 아이도 자신을 잘 받아들이며 자라 갈 수 있을 거라 믿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이 결코 나만 겪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고, 주변과 나누고 조언을 구하며 한 걸음씩 나아가 보려고 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 수술을 앞두고 두려운 마음으로 이 자리에 계신 부모님들도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 그 마음이 너무 이해되어 감히 뭐라고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분명 시간이 지나며 감사하고 기쁜 순간들이 찾아온다는 사실만은 전하고 싶습니다.
여담이지만, 발표문을 작성하고 검토하는 동안 여러 번 눈물이 나더라고요. 괜찮아졌다고 생각했는데, 마음 한구석은 여전히 아린가 봅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저희에겐 드림이가 있으니까요.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