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유홍준 선생은 ‘아는 만큼 보인다’라고 하셨지요. 여행의 실제에 있어서는 ‘아는 만큼 절약한다’는 말도 성립합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알고 있느냐에 따라서 여행 비용의 차이가 생각보다 크더라는 것입니다. 가능한 한 저렴한 비용으로 여행하는데 도움이 되는 정보들을 함께 나누는 것이 이 글을 쓰는 목적 중의 하나입니다.
우리는 같은 거리를 가는 비행기표라도 가격이 천차만별이라는 것을 다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비행기표만 그런 게 아닙니다. 유럽에서는 열차요금도 숙박요금도 자동차 렌트 요금도 다 그렇습니다. 파리에서 리용을 가는 TGV열차 요금이 하루 중에도 차편에 따라 10배까지 차이가 날 수 있다는 것을 아시는지요? 출퇴근 시간의 열차 편은 새벽이나 오후 두 세시쯤의 열차 편에 비해 당연히 비싸고, 출발 날짜가 다가올수록 빠른 속도로 가격이 올라갑니다. 열차요금이 어떤 로직으로 설정되는지 여러 명의 프랑스 사람들에게 물어보았지만 대답은 한결같이 ‘그것은 누구도 모른다’였습니다. 기차요금을 산정하는 공식이 없을 리는 없겠지만 그만큼 복잡하고 공개적이지 않다는 얘기이겠지요. 아마도 수요에 따른 변동 가격일 것입니다. 자동차 렌트 요금의 경우, 똑같은 차량인데도 조건과 날짜에 따라서 3배 이상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숙박요금은 말할 것도 없지요. 숙박요금과 관련해서는 프랑스의 관광시즌에 대해서 알아 둘 필요가 있습니다. 대체로 3가지로 나눠 볼 수 있는데요, 이에 따라 숙박요금이 크게 달라집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성수기와 비수기로 나눠지듯 말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관광 시즌 구분은 전국적으로 일률적이지도 않고 규정이 있는 것도 아니며, 지역에 따라서는 그 반대가 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알프스 지역인 오뜨사부아에서는 1월 2월이 극성수기이지만 노르망디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지요. 이처럼 각 지방마다 관광시즌의 시기가 다르기 때문에, 저렴한 비용으로 여행하기 위해서는, 내가 여행하고자 하는 지역을 먼저 선정하고, 그 지방의 시즌을 알아본 다음, 여행할 시기를 조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어느 인터넷 사이트의 계절요금 설정 가이드에 따르면, 비수기의 가격을 성수기 가격의 25~30%로 설정하는 게 좋다고 권고하고 있더군요. 이 말은 곧, 비수기에 여행을 하게 되면 성수기의 3분의 1도 안 되는 비용으로 여행할 수 있다는 얘기이고, 그만큼 계절적 변수에 따라 가격차이가 크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다행히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여행하기 좋아하는 봄가을은 대체로 성수기를 벗어나 있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전경을 가진 숙소들도 비수기에는 성수기의 절반 비용으로 숙박이 가능하다. 루체른의 게스트하우스
오스트리아 Grundlesee에서 묵었던 Mondi Holiday 전망
일반적으로 프랑스의 관광 시즌은 다음과 같이 나누어질 수 있습니다. 단, 비수기 기간 중에도 어떤 행사나 축제가 있을 경우에는 특정기간 또는 날짜가 성수기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이러한 구분은 정해진 특정 기간을 지칭한다기보다는, 관광 수요에 따른 숙박업소들의 자의적인 구분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1) 성수기(Saison haute) : 가장 대표적인 시기는 7월, 8월 여름휴가철과 1월, 2월 산악지대의 스키 시즌입니다.
2) 중간성수기 (Saison intermédiaire) : 성수기와 비수기 중간쯤의 관광 수요가 있는 기간을 말합니다. 부활절(4월 초~중순)과 만성절(11월 첫 주) 휴가 기간이 그 예라 할 수 있습니다.
3) 비수기 (Saison basse) : 대개 4월~ 6월, 9월~11월의 학기 중에 걸쳐 있습니다.
4) 특수기 (Les saisons additionnelles) : 축제기간(성탄절, 신년 등), 연휴기간, 방학, 지역행사(연례축제, 스포츠행사, 콘서트 등)등의 관광특수 기간을 말합니다.
필자가 본 바로는, 똑 같이 한 달을 여행하더라도 여러 가지 정보들을 공부하고 여행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여행자 간의 여행비용은 심한 경우 3배 이상 차이가 났습니다. 이것은 기본적인 여행 경비만을 계산한 경우이고, 실제로 유사시 발생하는 비용까지 감안한다면 더 많은 차이가 날 수 있을 겁니다. 해외여행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닥쳤을 때에, 현지 사정을 전혀 모르거나 소통이 어려울 경우 돈으로 메꾸는 수밖에 없으니까요.
스키장이 있는 Berwang. 아래 사진은 필자가 묵었던 숙소. 이런 곳의 숙박료는 시즌에 따라 더 극명하게 차이가 난다.
외국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여행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러나 경험과 정보들을 서로 나누는 것은 분명히 도움이 될 것입니다. 몇 가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외국의 여러 요금체계들이 이렇게 복잡하고 지역에 따라 다양하지만, 여행경비를 줄이는 원칙들은 아주 간단합니다.
첫째, 일반적인 성수기를 피해 여행계획을 세우는 것입니다. 성수기 때에는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여행하기에 적합하지도 않습니다. 예를 들면, 프랑스의 여름 바캉스의 경우, 날씨도 더울 뿐 아니라, 관공서나 편의 시설들, 심지어는 슈퍼마켓까지도 시간을 단축하여 운영하기 때문에 불편한 점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자녀들의 방학을 이용해서 여행해야 한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요. 결론을 요약하자면, 가급적 봄가을에 여행하는 것입니다.
둘째, 미리 준비하는 것입니다. SNCF(프랑스 국영철도회사)조차도 “당신의 여행경비를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예매입니다”라고 광고하더군요. 한두 달 전에 준비하는 것은 미리 준비하는 것이 아닙니다. 가능하면 6개월~1년 전에 계획을 확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셋째, ‘알아보고 공부한다’입니다. 경험이 있고 현지 사정에 밝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더욱 좋겠지요. 작은 정보라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에는 차이가 많습니다. 조금 아는 것도 힘을 발휘하는 때가 해외를 여행할 때입니다. 적어도 머물 곳의 지리와 교통만큼은 충분히 알고 가야 합니다. 인터넷을 통해 쉽게 알 수 있으니까요. 그것이 여행 비용과 어떻게 관련되는지는 실제로 떠났을 때에 실감하게 될 것입니다.
여행 가고 싶다는 충동만으로 급하게 결정해서 대충 떠나는 경우, 유일한 대비책은 돈을 아주 많이 들고 가는 것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