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o Restaurant
고기를 먹는다는 건 즐거운 일이다.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동물을 먹는다는 것』을 읽으며 마음이 새파랗게 질렸다 하더라도 때때로 내 종의 육식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세련된 탈선이랄까, 나는 죽었다 깨나도 따라할 수 없는 진보한 감각의 분만실이랄까, 여하튼 그런 냄새가 차고 넘친다 싶었던 생로헝 가Rue Saint-Laurent를 걷다가 어차피 난 안 돼, 자괴감이 들며 동시에 허기도 따라왔다. 우리가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다양했다. 코코 리코Coco Rico에서 커피 한 잔 가격에 망치로 써도 될 것 같은 전기구이 닭다리를 먹거나 쉬바르츠Schwartz's의 대기열에 합류해 이름에서부터 훈연의 향이 느껴지는 스모크드 미트 샌드위치를 먹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레스토랑다운 분위기가 필요한 낭만적인 저녁이기도 했거니와 주방장이 창가에서 고기를 굽는 모습에 현혹되기도 했기 때문에 우리는 자노 레스토랑Jano Restaurant을 찾았다. 이곳의 문을 열면 어떤 따뜻한 기운, 크리스마스 이브의 저녁 식사를 떠올리게 하는 불그스름한 실내 공기에 합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자노는 포르투갈 식당이었다. 어디서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싶은데 포르투갈은 가본 적이 없고 아쉬운 대로 마카오가 떠올랐던 모양이다. 냉장고에 진열된 에그 타르트만 보더라도 그러했다. 브라질에서 나고 자랐을 게 분명한 닭 다리 한 조각과 양 갈비가 함께 나오는 세트 메뉴를 주문하고, 포르투갈 소시지를 곁들였다. 포르투갈 소시지가 독일이나 미국의 소시지와 무엇이 다른지를 알고 넣은 주문은 물론 아니었다. 세트가 일 인분이 맞냐는 물음에 영화에서 현명한 조언자로 나올 것 같은 인상의 아저씨가 그렇다고 답했는데, 막상 접시에 나오는 양을 보니 두 사람이 먹어도 될 판이었다. 역시 캐나다의 다른 도시에 관해선 아는 바가 없고, 최소한 이곳 몬트리올 사람들은 체구가 그리 크지 않던데 정말 혼자서 이걸 다 먹을 수 있는 걸까?
양 갈비는 적당한 수준의 한국 양 꼬치 집에서도 흔히 맛볼 수 있는 수준이었지만, 로스트 치킨은 기대를 넘어섰다. 껍질은 바삭바삭하게 익어 달콤하기까지 하고, 씹을 때마다 배어나오는 육즙은 침이나 흘리고 다니던 꼬꼬마 시절에 후라이드 치킨을 처음 먹었을 때의 감격이 이랬을 거라고 환기할 만큼 넘치고 흘렀다. 그래, 이 맛이다. 캐나다에 오면 바로 이런 거대하고 저렴하고 단단한 고기를 먹고 싶었다. 몬트리올에 오기 전엔 이 도시에서 북미의 파리를 발견하고야 말 거라는 이상한 집착을 했었지만(그리고 도착한 지 이틀 만에 그 집착을 내다버렸지만), 최소한 음식에 있어서 만큼은 북미다운, 캐나다다운 메뉴로 접근하고 싶었다. 그러니까 빵(몬트리올은 베이글이 유명하다고 들었다) 쪼가리보다는 햄버거나 스테이크나 베이컨을 먼저 떠올렸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이곳의 전통 요리랄까, 어쨌든 꼭 먹어야 한다고 알려진 현지 음식은 감자 튀김이지만.)
갑자기 체면을 차리는 말이 되겠으나 사실 고기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그 어떤 고기보다도 계란이나 면을 더 좋아하고, 밖에서 삼겹살이나 양념 갈비를 구워 먹을 때도 밥과 된장찌개로 배를 채워야 한다. 결국, 캐나다에서는 고기를 많이 먹어줘야 한다는 고정관념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캐나다는 땅 덩어리가 엄청나게 넓은데 그 위를 소똥이 덮는다며? 따위의 말도 안 되는 오해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헤어나오지 말라는 법도 없지 않은가. 언제부턴가 때려 부숴야 할 대상의 대명사가 된 고정관념 덕에 이런 식사를 했다면, 그것도 그리 나쁜 일은 아니지 않은가.
이제 닭과 양을 먹었으니 소와 돼지와 오리가 남았다. 바다로 눈을 돌리면 청어와 대구, 새우도 있다. 어떤 것이 식탁 위에 오르든, 포크와 접시가 부딪치는 소리, 음악 소리, 속도와 우아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대화 소리가 들려오는 이런 따스한 실내에서라면 나의 몬트리올 식사는 항상 맑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