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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atre Romance Dec 14. 2021

허세의 속사정

That's a distorted version of me. 

며칠 만에 몸무게가 2kg나 빠졌다. 44kg이라니. 내 인생에 이런 몸무게를 가져본 적이 없다. 역시 스트레스와 마음고생이 최고의 다이어트라는 말은 1+1=2와 같은 진실과도 같은 말이었나 보다. 심장이 멈추지 않고 벌렁벌렁 뛰고, 깊은 수렁에 빠진 기분이다. 무엇을 해도 되돌릴 수 없다는 그 진실을 이미 알고 있어서인지 정말이지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허세의 속사정. 이 모든 것은 편견의 결과다. 은연중에 가지고 있던 나의 편견과 편협한 생각은 내 머릿속에서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그 편견들은 또 다른 편견을 낳았고 나는 편견에 구속되어 버렸다. 내 머릿속에는 실상과는 다른 상상의 나래가 펼쳐졌다. 편견이 바탕이 되어 버리면 나는 그 편견에 갇혀버린다. 내가 만들어낸 이미지들은 나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고 외치고, 상처 받지 않기 위한 방어기제를 발동시킨다. 나는 많은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고. 나는 상처 받지 않을 것이라고. 나는 상처 받을 이유가 없다고. 상처 받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허세를 부린다. 그 허세는 내 본모습까지 감춘다. 진짜 내 모습을 지워버린다. 실상은 그렇지 않으면서. 속은 까맣게 타들어 가면서. 모든 일은 기대하지 않으면 상처 받을 일이 없다고 자만한 대가다.


믿을 수 있는 것인가, 라는 생각을 했다. 너를 믿어도 되는지, 나 또한 나를 믿고 또 믿어달라는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 그런 말을 할 관계가 되는지도 의심이 들었다. 계속 의심하면서도 마음은 멋대로 움직이고 요동쳤다. 이성과 감성이 서로 계속 부딪히니 올바른 행동이 나올 리가 없었다. 단단한 믿음으로 묶여있는 관계란 것이 부재한 채로 혼자 오랜 시간을 보낸 터라 진정으로 누군가를 믿고, 배려하고, 소중히 한다는 그 감정 자체를 잃어버린 듯한 기분이다. 그 감각이 어떤 것인지, 그 감각을 어떻게 가져야 하는지 말이다. 잃지 말아야 할 감각을 잃어버린 대가 또한 참혹하다.


 주말 동안 속이 뒤틀리고 쓰리고 먹지 못한 채 누워있었다. 주말 내내 하루 12시간씩 무기력하게 잠만 잤다. 잠에서 깨면 그저 누워 있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나 많이 잤는데도 잔 것 같지 않은 기분이었다. 잠든 내내 온갖 꿈을 꿔댔고 그 꿈이 현실인지 꿈인지 또 진실인지 거짓인지 아무것도 구분이 가지 않았다. 지금까지 내가 원치 않는 방향으로 돌아가버렸던, 잘못되었던 수많은 일들이, 상처 받았던 일들이 미친 듯이 꿈속에서 되풀이됐다. 출구 없는 미로에 갇힌 것 같았다. 깨어 있는 시간에는 머리가 터져버릴 것 같았다.


 아무것도 하지 못했고 앞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이유는 씁쓸한 진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이다. 이것은 절대로 구걸로 얻을 수 있는 게 아님을, 지난 몇 년간 구걸을 받아보고 또 구걸을 해 본 결과 알 수 있었던 소름 끼치는 진실이다. 하지만 이건 그저 알아줬으면 하는 나의 작은 바람.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님을. 나는 가벼운 사람이 아님을. 마치 겁이 많은 강아지가 강해 보이려 더 사납게 짖어댄 것임을. 상처 받는 것이 무서워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센 척'들을 한 것임을. 이미 모든 것이 늦어 버렸다는 사실을 앎에도 불구하고.


That's a distorted version of me. Please don't get the wrong idea of me. I'm not that kind of person. I'm a faithful, loyal, thoughtful, devoted person. I know it's too late to tell though. Just all I want for now is that I want you to know this and give me another ch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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