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처럼 만난 임시 보호 가정에 아이를 맡길 수 있는 기간은 약 한 달 반 정도였다. 이후에는 가족 모두가 오랫동안 집을 비우기 때문에 임보가 어렵다고 했다. 한 달 반의 시간 동안 우리가 해야 할 다음 숙제는 녀석이 평생 지낼 수 있는 입양처를 찾는 것이었다.
우리는 각종 고양이 카페와, 커뮤니티에 가입을 하고 등업 절차를 거친 뒤 입양 홍보글을 올렸다. 개인적으로 후원 중인 동물보호 단체에도 글을 올리고 당근, 인스타 등 각종 SNS에도 아이의 사연을 올렸다. 아직 치료 중인 녀석은 1~2주에 한 번씩은 병원에 가서 경과를 살펴보고 약을 처방받아와야 했다. 예상했던 대로 병원비가 만만치 않았기 때문에 후원금을 모금받기로 했다.
처음에는 글과 사진만 올렸지만 그걸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해 아예 포스터를 직접 만들었다. 카톡 프로필 사진에 포스터를 올려놓았고 인스타에 지속적으로 아이의 소식을 업로드하고 홍보했다. 또 포스터를 A3 사이즈로 출력해 버스 정류장과 동물 병원 등에 부착했다. 하지만 우리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처음 한 달간은 놀라울 정도로 아무런 문의가 오지 않았다. 여러 곳에 홍보를 했지만 간간히 응원한다는 댓글만 달릴 뿐, 임보나 입양이 가능하다는 문의는 전혀 없었다. 12월로 들어선 후에야 조금씩 연락이 오기 시작했고 개중에는 입양이 가능하다는 사람도 몇 명 있었다.
실제로 입양처가 두 번 정해지긴 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모두 입양 가기 전날 무산이 됐다. 녀석은 생후 4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았고 아직 허피스와 폐렴이 다 낫지 않은 상황이라 접종이나 중성화는 나중 문제였다. 아플 때 접종이나 중성화를 하다가 몸에 더 무리가 갈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어떤 분은 이미 집에 강아지가 있기 때문에 입양을 하는 대신 아이를 데려가자마자 중성화를 하겠다고 하면서 중성화 비용까지 요구했다. 일찍 발정기가 오면 자신들과 강아지가 힘들어질 것 같다는 이유였다. 그분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갔지만 녀석은 아직 4개월 밖에 되지 않은 아픈 고양이었다. 아무리 입양자의 집과 환경이 중요하다지만 아픈 아이의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채 녀석을 수술대 위에 올라가게 하는 건 도저히 용납이 되지 않았다. 결국 입양하기로 한 전날 부서 쌤들과 논의 후 미안하지만 아이의 건강이 우선이기 때문에 못 보내겠다고 연락을 했다.
또 다른 분은 이미 고양이를 두 마리 키우는, 사업을 하시는 남자분이었다. 전날까지 아무 말이 없다가 입양하기로 한 전날, 여자친구가 반대를 한다고 못 데려가겠다고 했다. 알고 보니 사업 때문에 집을 거의 비우기 때문에 낮에 여자친구분이 남자친구 집에 와서 고양이들을 돌봐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여자친구와 논의도 없이 아이를 데려가려고 했던 거였다. 그야말로 황당했다. 고양이를 이미 키우고 있기 때문에 고양이 한 마리를 키우는 게 얼마나 손이 많이 가는지 알 텐데, 알 만큼 아는 사람이 그렇게 대책 없이, 그것도 아픈 고양이를 입양하려고 한 걸까 생각하니 너무 어이가 없고 화가 나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런 곳들에 아이를 보내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었다.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구나 싶었다. 이후에도 문의가 계속 오기는 했지만 제대로 된 입양자가 나타나지 않은 채 한 달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그 사이 녀석이 너무 보고 싶었던 나와 부서 쌤들은 임시보호해 주시는 분께 양해를 구하고 집에 방문하기로 했다. 임보자 분이 가끔씩 사진과 영상을 보내 주시기는 했지만 직접 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우리는 녀석을 구조했던 다음 날처럼 놀아주고 안아줄 생각에 설레하며 선물과 장난감을 잔뜩 챙겼다. 방문하는 길에 임보자 분들께 드릴 과일을 사서 집에 도착했고, 한 달 전과는 또 다른 설렘을 느끼며 초인종을 눌렀다.
한 달 만에 방문한 집은 여전히 따뜻한 온기가 가득했다. 우리를 반겨줄 것을 기대했지만, 우리의 예상과는 달리 녀석은 우리를 보자 무서웠는지 소파 밑에 숨어 버렸고 심지어 우리를 피해 도망 다녔다. 약간의 괘씸함(?)과 서운함을 느끼기는 했지만 따지고 보면 구조한 날과 다음 날까지 이틀밖에 같이 있지 않았기 때문에 녀석에게는 우리는 그저 갑자기 나타난 낯선 사람들일 터였다.
고양이를 키우는 나로서는 낯선 사람의 등장이 고양이에게 얼마나 스트레스를 주는지 알았기 때문에 더 다가가지 않고 멀리서 지켜보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한 달 만에 본 녀석은 그새 살도 좀 더 찌고 체격도 커져 제법 어린이 티가 났다. 구조 당시 새빨갛던 눈은 온 데 간 데 없고 조금 불투명하긴 하지만 많이 회복된 눈으로 우리를 또렷하게 쳐다보았다. 아픈 고양이를 케어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을 텐데 정성으로 아이를 케어해 주신 임보자 부부에게 너무 감사했다. 그리고 잘 회복하며 쑥쑥 크고 있는 녀석이 마냥 기특했다.
욕심 같아서는 이 집에서 아이를 입양해 주기를 바랐지만, 아무런 대가도 요구하지 않으시고 밤낮으로 돌봐주신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한 일이었다. 녀석은 아직 눈이 회복되지 않아 세 가지 종류의 안약을 5분에 한 번씩, 하루에 최소 3~4번씩 넣어줘야 했고 폐렴 때문에 하루에 두 번씩 가루약을 사료에 타서 먹여야 했다. 그건 결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한 번이라도 아픈 동물을 케어해 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절대 쉬운 일도 아니고, 누구나 그렇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그렇기에 그분들의 천사 같은 마음과 행동에 더 감사하고 감동받았다. 녀석을 제대로 보지 못해 조금은 아쉬운 마음으로 집을 나왔지만 마음속에는 안도감과 감사함이 가득했다.
앞으로 이 집에서 녀석이 있을 수 있는 시간은 2주 남짓. 과연 남은 2주 안에 평생을 함께할 수 있는 좋은 가족을 찾아줄 수 있을까. 장담할 수 있는 건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한 달 전과는 다르게 어떻게든 잘될 거라는 막연한 희망이 생겼다. 나 혼자서는 불가능했겠지만, 녀석의 구조부터 지금까지 모든 걸 함께 감당해 온 우리 부서 쌤들이 있었고,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해 아이를 케어해 주시는 분들이 계셨다. 수많은 사람들이 피드에 올라온 녀석의 사연에 하트를 누르고 응원 댓글을 달아 주셨고, 어느새 병원비를 충당할 만큼의 후원금도 모금되었다. 너무도 감사한 일이었다. 아이를 향한 많은 사람들의 응원과 간절한 마음이 모여 또 한 번의 기적을 만들 수 있기를 바라며 우리는 다시 힘을 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