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오늘 완벽할 수 없는 첫 글을 씁니다
지난 3월, 언젠가는 꼭 되고 싶었던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이미 한번 떨어졌던 터였고, 다시 도전하게 된 이유도 그냥 '포트폴리오에 브런치 주소 하나 넣고 싶다'는 웃긴 이유에서였다. 그렇게 8개월이 흘렀고, 계절이 세 번 바뀐 지금에서야 첫 번째 글을 쓴다.
나에게는 완벽주의적인 성향이 다소 있다. 모든 분야에서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보이는 결과물이라면 더욱 공들여 완성한다. 10년간 블로그에서 1,000여 개가 넘는 글을 써왔음에도 브런치라는 공간은 어쩐지 낯설었고 아무 글이나 적으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누군가가 '브런치 작가 됐다며? 글은 언제 써?' 할 때마다 '언젠가 쓸 거야. 각 잡고 제대로 써야지!'라며 미루기만 했다.
하지만 그 '언제'는 오지 않았다. 제대로 된 글을 써본 적이 없는데 어느 날 '뚝딱' 완벽한 글이 나올 리 없었다. 완벽을 포기해야만 무엇이든 쓸 수가 있고, 그렇게 쌓인 글들은 습작이 되어 나를 레벨업 시켜주는 든든한 존재가 되는 거였다. 완벽한 글 하나를 내놓겠다는 내 욕심은, 마치 게임을 이제 막 깔아놓고 하위 레벨의 빌런은 처리하지도 않은 채 바로 보스몹을 만나러 가겠다는 것과 다름없었다. 오늘은 이 주제로 '그냥' 한번 써보고, 내일은 저 주제로 '일단' 한번 써봐야 완벽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그래서 이렇게 느지막이 첫 번째 글을 발행한다. 그러고 보면 올해 생각지도 못했던 브런치 작가가 된 것도, 꼭 되고 싶다는 욕심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지원했기에 된 것인지 모른다. 한 걸음을 뗄 때마다 힘이 들어간다면, 의도적으로 힘을 빼고 가벼워져야 한다. 그래야 가고 싶은 목적지에 닿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