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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rryverylucky Aug 06. 2017

방콕에서 UI 디자이너

Almost 1 year


Foreigner in Thai


사실 첫 라이팅을 이 주제로 하고 싶었었다. 근데 이야기를 시작하려 하니 어떻게 꺼내야할지 막막해 잠시 묵혀두고 일단 새회사와 새나라에 먼저 적응부터 하기로 했다. 결혼을 하고, 태국에 와서 외국인으로 지낸지 1년을 앞두고 있는 지금이 라이트하게 쓰기 적당하기 않을까 싶다. 


태국에 지내면서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들이 몇가지가 있다. 다들 외국에 일하러 온 외국인에게 가지는 궁금한 점은 비슷한가보다. ''어떻게 태국에서 일하게 된거야? 왜 태국을 선택했어? 태국이랑 한국이랑 일하는 방식이 많이 달라? 혼자왔어? 남편은 태국사람이야? "

여기에서 지내는 동안 나를 만난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던져준 질문들이다. 이 질문들에 대한 대답이 이 아티클의 이야기가 될것같다. 


현재 진행중인 프로젝트의 시작을 알리는 컨퍼런스 :P



Why Thailand?


이전 회사 체육대회에서 계주로 얻은 비행기표, 동생과 함께 떠나는 첫 해외여행지로 태국을 선택했었다.

추운날씨를 워낙 못견디는 내가 겨울을 피해 항상 4계절이 따뜻한 나라에 온탓일까, 아님 모든 음식이 맛있어서 였을까.. 핫한 나라만큼 핫한 추억과 기억을 캐리어에 가득 담고 다시 한국에 돌아왔다. 그때까지도 내가 태국에서 취직을 하고 신혼을 보내게 될줄은 꿈에도 몰랐었다 .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나도 외국에서 일하는 것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다양한 나라 사람들과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고 크리에이티브한 일을 한다는 생각만으로 두근거렸고 언젠가는 꼭 나가야지라는 다짐을 했었다. 그 기회는 위기와 함께 찾아왔다. 이전회사의 경영자금 위기는 새로운 회사를 찾을 계기가 됬었고, 그 계기는 해외에 디자이너로 잡을 찾아볼 수 있는 용기를 만들었다.

당시 결혼을 준비중이던 나와 남편은 (남편은 내가 속한 팀의 리더였다) 이왕 이렇게 우리 둘다 같은 시기에 일을 그만두게 됬으니, 해외에서 일도 하고 신혼생활도 해보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어느나라로, 누가 먼저 취직이되던 한사람은 따라가기로 했다. 운이 좋게도 라인태국에서 연락이 왔고, 서류전형-1차 면접- 과제 제출 -2차 임원 면접 (영어면접)을 통과한 후 그곳으로 신혼여행겸 일하러 가게 됬다.

일단 항상 따뜻하고, 맛있는 음식과 과일 그리고 에메랄드빛 바다가 있는 나라에 간다는게 나를 더 두근 거리게 만들었다. 신혼여행 못간 대신 매일매일을 신혼여행처럼 즐기면서 살자 라는 다짐으로 태국에 오게됬다.


200명이 넘는 직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라인태국 사장님의 이야기를 듣는중
정성스레 한명한명 이름이 적힌 라인 6주년 카드 받은 기념



Communication with 3 languages


라인태국은 다른 태국회사들보다 일명 하이쏘 (High-Sociaty)라 불리는 금수저 직원들이 많이 있는 편이라고 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대부분이 영어권 나라에서 5년~10년 이상 유학해 영어로 편하게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 모든 회의는 영어로 진행되며 태국어, 한국어, 영어에 유창한 통역사가 들어오기도 한다. 회의가 고조되어 모두가 의견을 낼때는 이 3개 국어가 여기저기서 동시에 들리는 글로벌한 신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 나는 캐나다에서 1년정도 워홀을 했던 경험이 다여서 제너럴 리스닝과 의사소통은 가능하지만 비즈니스 영어에는 약해 퇴근 후엔 영어공부도 틈틈히 하고있다. 또 회사에서 태국어 클라스를 제공해 매주 수요일 나와 같은 외국인들이(덴마크, 호주, 미국에서 온 친구들) 함께 태국어를 배우고 끝나면 맥주를 마시러 간다. 배운건 써먹어야 느는법인데 내가 태국말을 하면 보통 못알아들어서 다시 영어로 이야기 해야할 때가 많다. 아니면 알아들은 후 하는 대답이 내가 기대했던 문장이 아니면 못 알아듣는.. 일방통행적인 태국어 실력이라 배웠다고 하기도 부끄럽다. 초반에 한국에서 막왔을때는 한국사람이냐고 많이들 물어봤었는데, 요즘은 태국물이 들어서인지.. 길에서도 회사안에서도 다짜고짜 태국어로 말을 거는 사람들이 부쩍늘었다... 태국말 못하는 태국사람이 되었다.


태국어클라스의 오리엔테이션, 이후 3명이 추가로 들어왔다.
디자인팀의 귀여운 식후 커피타임




Prefer Thailand or Korea


자주 받았던 질문중에 하나가 "한국이랑 태국중에 어디서 사는게 더 좋아?" 였다

나는 한국에서 30년을 살았으니 이제 남은 삶은 여러나라에서 살고 싶어서 태국에 왔다고 대답한다. 그리고 한국의 겨울은 지독하게 추운데 여긴 never ending summer에, 물가도 싸고, 맛난것도 많고, 일도 다양한 사람들과 글로벌하게 하기 때문에 나에겐 새로운 경험이라 태국에 있는걸 즐기는 중이라고 했다. 물론 한국도 한국만의 장점이 있긴 한데 이미 많은걸 보고 느꼈기 때문에 comfort zone을 벗어나 새로운 나라에서 다른걸 경험하고 싶었다. 회사에 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한국인 통역사가 있다.이 친구는 국제학교를 나와 한국발음은 퍼펙트하진 않지만 영어는 네이티브 수준으로 잘하고, 태국말도 아무 문제없이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나는 그 친구에게 너무 궁금해서 물어봤다. 3개국어를 할 줄 알고, 동시통역도 너무 잘하는데 한국에 가서 일해 보고 싶은 마음은 없어? 너 정도 능력이면 한국에 가면 돈도 훨씬 많이 벌것같은데!! 그 친구는 한국은 경쟁이 너무 심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스트레스 받으면서 일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지금에 만족하고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릴렉스 할 수 있어서 나가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이야기 했다. 순간 나는 내가 스스로 행복의 목표치를 그 친구와 다르게 잡고 있구나 느꼈다. 한국에서는 항상 지금 행복보다 미래의 행복을 위해 목표를 잡고 그 목표에 올라가면 또 다른 목표, 현재에 만족하면 안주하게 된다는 고정관념이 있었던 것 같다. 태국 사람들(태국에서 태어난 한국인 포함)에게서 충분히 느리게 즐기면서 사는 모습을 보고 나는 항상 마음이 급했었다는 걸 느꼈다. 내가 제일 잘했으면 좋겠고, 빨리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초초하고 급한 마음이 있었는데 여기서는 조금은 느리게 생각해볼 여유가 있는 것같다. 또 일생에서 그럴수 있는 기회인 것 같다. 어느 책에서 이야기 했듯이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니까 


스페셜 런치가 있는날!! 회사에 쉐프님들이 오셔서 직접 스시만들어 주심
브랜딩팀이 디자인한 사랑스러운 6주년 케잌




Designer in thai


디자인잡을 찾을때 너무 한국에서만 찾지 않고 열린 마음으로 주변국도 함께 볼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혹시 처음부터 미국권이나 유럽국가를 가기 부담스럽다면 싱가폴/대만/ 태국의 글로벌 기업에서 경험을 쌓은 후 가는것도 추천한다. 특히 동남아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서 한국인을 찾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사실 태국지사에서 태국 디자이너가 아닌 한국 디자이너를 채용한 이유는 태국에서 UI디자이너를 여러번 뽑아봤는데 한국만큼 퀄리티가 나오지 않아 몇명의 한국 디자이너를 채용하기로 결정되었기 때문이다. 한국은 디자인 강국이라 어느 나라에 가더라도 환영 받을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필요없는 경험은 없다'라는 주의라 어느나라에서 일을 하던 일단 도전 자체로 본인이 얻어가는건 분명히 있을거라 믿는다. 내가 일하는 회사도 한국 회사지만 태국, 덴마크, 호주, 미국 등 여러 나라 사람이 섞여 일하고 있어 나에겐 모든것이 새롭워 여전히 매일매일 배우고 있다. 물론 초반엔 커뮤니케이션하기 힘든 부분이 있었다. 내가 태국인이 아니다보니 디자인 할때 로컬라이징을 고려해 태국인이 선호하는 방식을 인지하는게 우선이었다. 지금은 어느정도 적응이 되어 현지 사업팀과 함께 의논해 협의점을 찾고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도록 함께 협업을 하고있다. 

프로젝트가 릴리즈 될때면 잘 키운 아이 선보이듯 모두가 한마음으로 유저의 반응을 지켜보고 있다.

So far so good :)


일하다 말고 2017 라인 키워드 마그네틱 받은 기념컷



태국에 오고 나서 나는 자주 이런 말을 하게 됬다. 문만 열면 방콕이야. 하루하루가 여행같아 행복해. 오늘은 파타야갈까? 다음 휴가땐 어느나라를 가지? 방콕에서 디자이너로 산다는것은 일과 내삶을 다 즐길수 있는 워라밸이 되기 최적의 나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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