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회고가 늦었다. 늦게나마 한 해를 돌아보니 자잘하게 이것저것 많이 했던 2022년과 다르게 굵직한 몇 가지만 하며 비교적 여유 있게 보낸 것 같다. 업무적으로는 조금 더 뾰족해졌고, 일상적으로는 조금 더 단단해졌다. 한 해 동안 충분히 성장했느냐고 묻는다면 여전히 갈증은 남지만 분명히 성장했다. 2023년의 주요 성장 포인트를 되돌아본다.
<목차>
1. 디자인 시스템 개발 완료 및 제품 적용
2. 조직 이동
3. ZIGZAG UX Writing Guide 제작
4. 브런치 & 커리어리
5. 독서
6. 스마일 라식
7. 운전면허 취득과 자가용 구매
8. 크로스핏
9. 새해 목표
PDS: 파트너 디자인 시스템
2022년 하반기부터 지그재그, 포스티, 패션바이카카오 셀러를 위한 파트너센터의 디자인 시스템 구축을 맡아 초기 계획했던 컴포넌트의 96%를 2023년 상반기에 개발 완료했다. 남은 4%는 자주 사용되지 않는 컴포넌트로 우선순위가 낮아 일정상 보류하고 마무리하게 되었다.
파트너센터의 초기 디자인 시스템은 단순히 피그마에서 컴포넌트를 정의한 수준으로 상세 스펙이나 사용 가이드가 없어 많은 디자이너와 개발자가 각기 다른 형태로 사용하는 등 일관성과 효율성이 높지 않은 상태였다. 그래서 폰트, 컬러 등 기본적인 파운데이션부터 모든 컴포넌트를 처음부터 다시 설계하여 분류 및 구조화하고 상세한 스펙과 가이드, 그리고 간단한 인터랙션까지 더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를 통해 파트너센터를 담당하는 디자이너와 개발자 분들의 작업 효율과 편의성을 향상시켰다는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다.
이후 개발 완료된 디자인 시스템을 실제 제품에 적용하는 기술과제를 진행했고, 피그마는 약 90%, 개발 코드는 약 70% 적용하며 과제를 마칠 수 있었다. 목표치가 50%였는데 디자이너와 개발자 분들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훨씬 높은 수치를 달성할 수 있었다. 컴포넌트를 교체하는 고된 작업을 함께 해주신 디자이너와 개발자 분들께 감사한 마음이다. 아직 새로운 디자인 시스템을 적용하지 못한 일부 페이지들도 점진적으로 적용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그동안 구버전 디자인 시스템과 로컬 컴포넌트 등 다양한 컴포넌트가 복잡하게 섞여 사용되던 파트너센터의 시각적 일관성과 사용성, 유지보수 편의성이 향상되었으며 더 나은 사용자 경험을 위해 지금도 계속해서 개선해나가고 있다.
셀러프로덕트디자인팀에서 플랫폼디자인팀으로
현재 회사에 입사할 당시 직무가 파트너센터의 디자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B2B 조직의 프로덕트 디자이너 분들과 같은 팀에 소속되었다. 디자인 시스템의 실 사용자인 프로덕트 디자이너 분들과 빠르게 의견을 주고받으며 일할 수 있어 좋은 점이 많았다. 사실 회사에 플랫폼디자인팀이 있지만 지그재그 서비스의 디자인 시스템을 담당하는 B2C 조직이기에 나는 B2B 조직에 소속되어 일하고 있었다.
입사 후 약 7개월이 지났을 때 플랫폼디자인팀에서 회사 내 여러 서비스의 디자인 철학과 기초를 정의하는 Material TF를 진행했고, 여기에 참여하면서 디자인 시스템에 대해 조금 더 깊이 고민하고 논의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이때부터 플랫폼 디자이너 분들과 가까이에서 일하면 디자인 시스템에 대해 더 많은 의견을 나누며 배울 점이 많겠다는 생각을 했고, 두 달간의 고민 끝에 플랫폼디자인팀 리더와 면담을 통해 조직 이동을 결정하게 되었다.
조직 이동 후 이전에 담당하던 PDS 업무는 유지하면서 지그재그 디자인 시스템에 일부 참여했고, 더 많은 케이스에 대한 고민과 디테일한 스펙 정의 등을 배울 수 있었다. 아쉽게도 연말에 회사 내부의 변화와 상위 리더의 퇴사로 관련 업무에 애로사항이 생겼지만 나름대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적응해나가고 있다.
조직 이동 후 팀 리더의 제안으로 지그재그의 톤앤보이스 가이드라인 2.0 버전을 정의하는 TF에 참여했다. 이전 회사에서 톤앤보이스를 정의하고 UX Writing 가이드를 제작해 본 경험이 있기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겠다고 생각했다. 기존의 톤앤보이스 가이드라인 1.0 버전을 실무자들이 보다 더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보완하고 개선하면서 이전에 없던 UX Writing 가이드를 제작하여 디자이너, PO 등 다양한 사람이 쓰더라도 일관되고 좋은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을 다졌다. UX Writing의 목적과 원칙, 어투 등 기본적인 정의부터 자주 사용되고 헷갈리기 쉬운 용어를 모아둔 용어집과 에러, 성공, 빈 상태 등 상황별 작성 예시를 담은 가이드도 만들어 작업자들이 UI Text를 작성할 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했다.
(올해 발행한 글 하나↓)
브런치는 기존에 올렸던 몇 가지 글을 정리하고 다시 엮는 작업을 했고, 새 글은 연말이 되어서야 하나 발행했다. 어떤 글을 써야 할지 영감이 떠오르지 않기도 했고, 가끔 영감이 떠올라 써야겠다 마음먹은 주제는 내용이 방대하여 시작할 엄두를 못 내고 미뤘다. 그러다 하반기에는 내 글이 안 써지니 다른 사람의 글이라도 많이 보며 인풋을 늘려야겠다는 생각에 커리어리를 시작했다. 그동안 개인적으로 노션에 기록해 두던 좋은 아티클을 요약 정리하여 올리면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서 올리게 됐다. 그런데 또 올리다 보니 아무 글이나 올릴 순 없어서 공감이 되고 도움이 되는 글을 발견했을 때만 가끔 올리고 있다.
https://careerly.co.kr/@besigner
올해는 16권의 책을 읽었다. 작년보다 6권 줄었는데, 하반기에 여러 일들로 독서에서 손을 잠시 놨기 때문이다. 그래도 회사 내에서 정기적인 독서 모임을 진행한 덕분에 한 달에 한 권 이상은 꾸준히 읽을 수 있었고, 평소 관심 갖지 않던 분야의 책도 접할 수 있어 좋은 경험이었다. 링크의 독서기록 섹션에서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13살 때부터 안경을 썼다. 너무 오래 쓰다 보니 안경을 벗으면 편하지만 세상이 뿌옇게 보여 불편했다. 뜨거운 음식을 먹을 때나 운동할 때 시야가 가리고 흔들려 불편했고, 씻을 때나 자고 일어났을 때 안경이 없으니 흐리게 보여 불편했다. 사실 눈 수술이라는 게 잘못되면 최악의 경우에는 시력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에 고민을 오래 했다. 그러다 올해 2월에 비교적 통증이 적고 회복이 빠르다는 스마일 라식을 결정하게 되었다. 수술은 생각보다 빨리 끝났고 당일에 마취가 풀리며 매운 통증이 하루 정도 있었던 것만 빼면 진작에 할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든다. 수술 전보다 눈이 조금 쉽게 건조해지고 밤에 빛 번짐이 좀 있지만 감수할 만한 수준이고 만족하고 있다. 앞으로 10년 20년 후에도 괜찮았으면 좋겠다.
스무 살이 되던 해, 친구들과 함께 운전면허 필기시험을 보러 도로교통공단에 갔었다. 그 후 면허를 따기까지 7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면허를 따기 위해 학원을 가는 것은 낭비라고 생각했다. 잘하면 일주일이면 따는데 수십만 원을 지불하는 게 아까웠다. 아버지 차로 연습하면 혼자서도 쉽게 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차에 대한 절실함이 없어서였는지 연습을 하지 않고 미루고 미루다 시간만 흘렀다. 올해는 해야겠다고 생각이 들면 길게 고민하지 말고 바로 해보자고 결심했기에 여자친구와 함께 면허 학원을 등록했고 5월에 운전면허를 취득했다. 가능하면 학원을 다니지 않고 지인이나 가족의 도움을 받아 면허를 따면 좋지만 서로 시간 맞추기 어렵고 의지가 부족하다면 학원을 다녀 빠르게 따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내 돈이 들어가면 아까워서라도 더 열심히 하게 된다는 걸 새삼 배웠다. (그래도 면허 학원은 너무 비싸다..)
면허를 따고 주말마다 여자친구네 차를 빌려 운전연습을 하다 보니 내 차를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면허를 따면 차를 사고 싶어진다더니 맞는 말이었다. 아직 초보고 돈도 없으니 자연스레 국산차로 찾았다. 몇 번 운행해 본 코나, 셀토스부터 중고차까지 알아보았으나 새 차 사서 오래 타자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어 고민하던 중 신형 아반떼의 디자인이 잘 나온 것을 보고 8월에 곧바로 계약을 진행했다. 그렇게 3개월이라는 영겁의 시간이 지나 11월에 출고를 했고 현재까지 만족하며 잘 타고 있다. 마침 회사가 판교로 이사를 가게 되어 한동안 자차로 출퇴근할 예정이다.
학창 시절 축구, 농구 등 운동을 즐기는 편이었지만 회사 생활을 시작하면서는 거의 하지 못했다. 하루종일 앉아서 일하다 보니 자세도 나빠지고 체력도 약해짐을 느껴 홈트레이닝을 나름 꾸준히 해왔으나 집에서 깔짝대는 수준의 운동이었다. 연말에 오랜만에 만난 친구의 추천으로 동네 크로스핏 체육관에 가서 3개월을 등록했다. 첫날 운동을 하는데 정말 죽을 것 같았다. 이런 기분은 살면서 처음이었고 내 몸이 정말 쓰레기라는 것을 느꼈다. 앞으로 꾸준히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로스핏을 시작한 지 약 두 달이 된 지금도 여전히 할 때마다 힘들지만 체력이 많이 늘었음을 스스로 느낀다. 짧고 굵게 유산소와 근력 운동을 함께하고 싶다면 크로스핏을 추천한다. 흔히 인싸 운동이라고 많이 알려져 있지만 나름 내향인들도 많아서 부담을 느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1. 커리어 재정비
이직 후 1년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성과를 쌓느라 정신없기 마련이다. 이력서는 이직과 관계없이 정기적으로 업데이트해주는 것이 좋은데 그동안 잠시 손을 놓고 있었던 것 같아 올해는 그동안 쌓은 경험과 성과를 정리하며 커리어를 업데이트하는 게 1순위 목표다.
2. 다양한 경험 쌓기
개인적으로 지인들과 사이드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그동안 우리의 필요성만을 위한 수익 없는 사이드 프로젝트를 해왔다면 이번에는 조금 더 사업성을 가진,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해 주고 수익을 낼 수 있는 방향으로 고민하고 있다.
3. 정신적 신체적 양식 쌓기 (독서&운동)
꾸준한 독서는 나의 좁은 시야를 넓혀주고 문해력을 키우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아무리 바쁘고 정신없어도 한 달에 한 권은 꼭 읽으려 한다.
작년 11월에 크로스핏을 시작한 지 두 달 정도 되었는데 체력과 근육이 늘어나는 게 인바디와 눈바디로 보여서 계속해서 할 생각이다.
4. 브런치에 글 1개 이상 쓰기
목표를 아주 작게 잡았다. 글을 많이 올리고 싶은데 점점 안 쓰게 되어 문제다. 글을 쓸 때마다 항상 하는 생각이지만 나를 내려놓고 일단 써보는 자세를 가지고, 영감이 떠오를 때마다 짧게라도 메모하는 습관을 들여야겠다.
사람은 편하게 살 수 있는 팔자가 아니다.
회고를 계속 미뤘던 이유 중 하나가 올해는 한 게 별로 없다고 느껴져서인데, 막상 정리하며 써보니 생각보다 많은 일을 했다. 회사에서는 내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에서 많은 목표를 달성했고, 개인적으로는 미뤄두었던 일을 처리하기도 했다.
얼마 전 유튜브 닥터프렌즈 채널에서 인상 깊게 본 영상이 있는데 치매 예방에 관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나태해지고 있던 찰나에 영감이 되어 공유해본다.
사람은 편하게 살 수 있는 팔자가 아니에요. 옛날에 저도 노인의학을 공부하기 전에는 '빨리 경제적 자유를 획득한 다음에 어디 좋은 데 가서 편하게 놀아야 되겠다'고 생각했지만 이게 결론적으로 치매도 빨리 오고, 편하게 누워 있으면 노쇠도 빨리 오고 근육도 빠지고 가속 노화까지 되잖아요. 결국에 사람은 편하게 쉴 수 있는 팔자가 아닌 거예요.
사람은 편하게 쉬기보다는 몸과 머리를 쓰고 사회관계를 유지하며 일하는 것이 치매 예방에서 중요하다고 한다. 몸과 정신이 컴포트존으로 돌아가려고 하는 것을 느끼는 요즘, 몸이 조금 힘들어도 어려운 문제를 맞닥뜨려도 슬기롭게 헤쳐나가는 자세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되었다.
업무적으로 뾰족한 한 해를 보낸 만큼 올해는 시야를 넓히고 조직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다양한 방면에서 찾아보려 한다. 또 한 걸음 성장하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