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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에 콩 나듯 일은 진행된다.

by 베존더스

7월 초부터 뒷마당에 테라스 지붕을 만들기 위해 회사를 알아봤었다. 7월 중순에 회사와 계약했었다. 2달을 기다려 제법 쌀쌀해진 날씨가 되어서야 테라스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테라스 지붕이 들어오던 날 덩치 큰 트럭이 차고지 앞의 좁은 공간으로 비집고 들어왔다. 텅하는 광음이 들렸다. 큰 차가 작은 공간으로 들어오면서 벽에 부딪혔나? 걱정됐다. 체격 좋은 기사님 3명이 땅을 파고 테라스 기둥을 심었다. 드르륵 드릴 소리와 탕탕 망치 소리로 머리가 울렸다.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가고 테라스천장에 은은한 조명이 켜졌다. 장정 5시간에 걸친 작업이었다.

테라스 지붕이 완성되었다.

다음 날 아침 둘째 테디를 학교에 데려다 주려 차고지로 걸어갔다. 정체불명의 굉음이 어디서 비롯됐는지 발견했다. 집 외벽이 움푹 파였다. 비좁은 공간에 쇳덩어리를 끌고 들어오더니 일을 냈다. 이런 일이 있으면 님편이 나서서 연락하지만 목소리 크게 따지는 걸 못하는 남편에게는 스트레스다. 난 마음과 뜻과 정성을 다해 따질 수 있지만 독일어에 한계를 느낀다.


이틀 후에는 다락방에 계단이 들어왔다. 독일에서 다락방은 창고처럼 쓰인다. 계단 설치 기사님은 대문 입구에서부터 3층까지 카펫을 깔았다. 다락방 입구에 딱 맞게 끼는 형식의 계단이었다. 묵직하고 큰 계단을 호리호리한 기사님 2명이 옮기는데 불안했다. 전에 테라스 기사님들처럼 흠집을 내고 가는 건 아닌지. 눈에서 레이저가 뿜어 나왔다. 눈이 따가울 정도로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부담스러운 시선을 받으며 기사님 2명은 조심스럽게 계단을 옮겼다. 바닥에는 둘둘 말아온 카펫을 쫙 깔고 작업에 들어갔다. 다락방 안에 설치할 난간을 만드는지 나무 자르는 전기톱 소리가 공명 되어 집에 울려 퍼졌다. 4시간 동안 드르륵 소리와 쿵쾅 이는 소리를 들으니 귀에 이명 소리가 들렸다. ‘잉’ 거리는 이명 소리에 머리가 아팠다.

천장의 문고리에 긴 막대기를 끼워서 잡아당기면 계단이 펴진다.

갑자기 적막이 흘렀다. 한 기사님은 깔았던 카펫을 걷어내고, 다른 기사님은 빗자루로 ‘슥슥’ 바닥을 깨끗이 쓸었다. 확인차 올라가 봤다. 뻥 뚫려있던 다락방 입구에 문이 생겼다. 긴 막대기를 고리에 걸어 다락방 문을 잡아당기니 계단이 죽 펴졌다. 흔들거리는 계단을 오르니 영화에서나 보던 다락방의 모습이 나왔다. 비밀 일기장, 먼지에 소복이 쌓인 앨범이 있을 것만 같았다. 조심조심 내려와서 무거운 계단을 접어 올렸다. 덜컥하고 계단 문이 닫혔다. 만족해하는 내 모습을 보고 조용하던 기사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4주 전 주문 제작했던 붙박이장이 완성되었다고 연락이 왔다. 배달 그리고 설치해 줄 기사님 2명이 왔다. 낱개로 포장된 박스를 하나, 둘 집안으로 옮겼다. 10개쯤 들어왔을 때 박스를 하나하나 풀기 시작했다. 뜨문뜨문 나사 박는 드릴 소리가 들려왔다. 2시간쯤 지났을까 가고 가 완성되었다. 침실의 벽면에 가득 찬 붙박이 장 문을 스르륵 열었다. 넓은 공간을 바라보는데 예전에 쓰던 옷장이 생각났다. 좁은 옷장에 XL의 남편 옷과 내 옷을 구겨 넣고 살았었는데. 이제는 넓어진 공간에 정리할 생각 하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독일에서 무슨 일을 진행시킬 때 마음을 비워야 한다. 빠르지 않지만 가뭄에 콩 나듯 일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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