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좋아하세요?
「게임 좋아하세요?
정말 좋아합니다. 거짓이 아니라고요.」
여태 살며 글을 써본 기억이 많이 없는 것은 작가들이란 참 대단한 능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인데, 내게는 글을 쓰는데 그만큼의 재주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동경은 하되 한 발짝 뒤에서 머물러있는 그런, 어쩌면 평범한 사람이지 싶다. 이런 나도 이렇게 글을 써보고자 마음을 먹게 된 것 또한 내가 지금부터 이야기하게 될 좋아하는 게임 때문이다. 나는 게임을 정말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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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임이란 녀석은 나와 항상 함께였다. 장담컨대 정말 수도 없이 많은 게임을 했었다. 그리고 나를 키운 건 8할이 게임이다.(부모님 죄송합니다.) 게임에서 경제를 배웠고, 사회성도 배웠으며, 사기도 당해보고, 성취감도 느껴봤다. 아직도 초등학교 1학년 컴퓨터를 샀던 때가 생각이 난다. 사촌형 집에 있는 컴퓨터로 게임하던 것을 우리 집에서 할 수 있다는 그 희열은 서른이 넘은 나에게 여전히 황홀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 때문인지 우리 반 아침을 여는 노래는 그때 너무 좋아하던 게임인 바람의나라 국내성과 로그인 음악이다. 이 시절 넥슨은 내 어린 시절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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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동료 선생님들이 그렇듯 나는 제법 공부를 잘했고, 운동회 계주경기에서 마지막 주자를 뛸 정도로 잘 달렸으며, 축구도 잘해 친구들이 같이하자고 했던 멋진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런 올곧고 바른생활에도 내 곁에는 언제나 게임이 있었고 이것이 당연했던 전형적인 겜돌이였다. 이런 겜돌이는 막연하게 학교가 게임처럼 레벨이 있으면 재밌지 않을까? 내가 레벨이 높으면 재밌겠다 하는 생각을 했었다.
(이 생각할 떄 한창 스톤에이지라는 게임을 했었다. 나는 뮈굴만 가는데 친구는 채석장 가는거 보면서 우와...레벨 높아서 좋겠다 했던 기억이 있다.(진짜 부러웠다...) 레벨이 높았으면 했고 이 때문에 우리 반에는 레벨이란게 존재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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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겜돌이가 어느덧 대학을 가고 선배라는 호칭으로 불려도 어색하지 않던 때였다. 동아리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후배들에게 어떠한 학급을 만들지 이야기하는 자리가 있었는데 그때 불현듯 초등학교 때 생각이 떠올랐었다. 그때 나눴던, 그 당시 표현으로 ‘학교 온라인’을 만들면 재밌지 않을까 하는 말에 같은 그룹에 있던 후배와 술을 마시며 밤새 콘티를 짜듯 여러 아이템을 말해보며 수다를 떨었던 기억이 있다. 이게 나의 첫 시작이었던 것 같다.
(구 이말년, 현 침착맨님의 두덕리 온라인 만화에서도 영감을 받기도 했고, 김규삼님의 정글고에서 아이디어를 얻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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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포인트 제도를 좋아한다. 뭔가를 보상으로 확실하게 얻는다는 것이 좋기 때문인 것 같다. 처음 마음과 달리 해보고자 마음을 먹은 것은 꽤 시간이 지난 후의 포인트 제도 덕분이었다. 학급에서 포인트 제도를 하는데 그날 유난히 아이들과 장난을 치고 싶어서 포인트 옆에 정말 청소를 잘하던 한 아이에게 청소왕이라는 호칭을 부여했다. 그런데 이 반응이 말도 안 되게 폭발적이었다. 다른 학생들도 칭호를 얻고 싶다며 하며 청소를 열심히 하던 모습을 보며 컴퓨터를 만지던 초등학교 겜돌이와 말만 앞서던 대학생이 떠오르며 왠지 모를 갈증을 유발하였다. '아 지금의 이 아이들도 그 시절 나와 같은 마음이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나의 게임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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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와 이슈가 됐던 청소왕 칭호다. 지금과 비교하면 터무니없이 빈약하고 사실 운영이랄 게 없는 대충 편하게 했던 방법이다.)
(지금 교실에서 운영하는 교실의 게이미피케이션 현황이다. 스테이터스/아이템샵/칭호/아바타/문제토벌/레벨 등등 실제 게임처럼 운영해보고 싶어서 만들어서 진행 중이다. 여전히 고칠 것도 많고 고민도 많지만 앞서서 이야기했듯이 부지런함과는 거리가 먼 내가 부담으로 느껴지지 않을 만큼만 편하고 재밌게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