겜돌이 교사의 교실을 게임처럼! DBWORLD –10-
숱하게 많은 게임을 했고 좋아하지만 내가 감히 시도하지 않는 게임이 있는데 바로 ‘리니지’로 대표되는 리니지라이크류 게임이다. 물론 주사위를 굴려 스텟을 맞추고 버그베어를 피해 도망 다니던 그 시절 리니지는 참 낭만 넘치는 모험이었지만... 리니지 모바일이 나온 순간 ‘리니지=핵과금 게임’이라는 개념이 자리 잡기 시작했고 돈 없던 학창 시절 내게 리니지는 감히 시도조차 할 생각이 들지 않는 다른 세상의 게임이야기가 되었다.
(집판검으로 유명했던 집행검. 온라인 게임이 주류이던 시절엔 게임에 돈을 쓴다는 것 자체가 꽤 생경한 개념이었는데, 리니지의 과금은 당시에도 과금의 한계를 아득히 초월한 존재였습니다. 그 시절의 충격 때문인지 경제력을 갖춘 지금도 그런 류의 게임엔 선뜻 손이 가지 않네요. 물론 요즘 고전 게임들이 다들 고여버려서 비싸지긴 했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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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요즘 게임판은 과금이 일상이다 못해 '맹독성'이라고 느껴질 때가 많다. 특히 모바일 게임은 더 심하다. 스팀 할인 목록에서 몇 천 원에 벌벌 떠는 나조차도, 모바일 게임 과금창을 보면 마법처럼 '술 한 번 안 먹으면 되지 않나?' 하는 위험한 생각이 들곤 한다.
모바일 게임의 주류인 수집형 RPG의 핵심 BM은 결국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파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영웅을 갖기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여는 구조인데, 여기서 '돈'이라는 요소 대신 '학습적 허들'을 삽입한다면 어떨까? 아이들이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동력 삼아 훨씬 높은 몰입도로 활동에 참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즉 문제토벌을 수집형 rpg형태로 만들게 된 것은
(내가 애정하는 캐릭터를 뽑기 위해, 성장시키기 위해 과금요소와 연결시키는 것은 이제 너무 흔한 bm이지만 그만큼 강력한 bm이기도 하다고 생각해요. 여기서 돈이라는 독성 요소만 걷어놓고 본다면 충분히 매력적인 학습 도구로 활용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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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집형 RPG니 뭐니 거창하게 말했지만, 사실 본질은 단순하다. 다른 선생님들이 흔히 활용하시는 퀴즈 웹앱의 형태에 '몬스터 토벌'과 '영웅 수집'이라는 형태로 게임적인 조미료를 조금 더 첨가한 것이라 보면 된다.
이게 아이들이 접속하자마자 마주하게 되는 학생 로비이다. 자고로 게이머라면 자신의 것을 표출하고 싶어 하는 법이다. 자신의 프로필과 더불어 우리 반 다른 친구들의 대표 영웅/닉네임/다짐 등을 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여기에 '행동력(스태미나)' 시스템도 도입했다. 처음엔 콘텐츠 소비 속도를 조절하려는 의도였는데, 만들다 보니 '어? 이걸 DP로 팔면 DP 소비처가 늘어나겠는데? 아싸!'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작하는 사람으로서 아주 만족스러운 설계였다.
영웅 이미지는 이제 AI가 뚝딱 만들어준다. 일러스트 컨샙을 유지한 상태로 프롬프트를 작성하면 판타지 세상에 익히 있을 만한 몬스터를 만들어주는데 수치를 조정할 수 있다. 아직 구현하지 않았지만, 포켓몬처럼 도감을 만들면 아이들이 굉장히 흥미 있어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이벤트성으로 학생들이 그려오는 몬스터를 만들어서 등장시키면 그거 나름대로 재미있는 이벤트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등급은 사실 삽입할 생각이 없었는데 만들다 보니 AI가 자기 멋대로 등급을 삽입해 버려서 승급이나 강화 컨텐츠를 넣어볼까 생각 중이다. (어휴 귀찮아)
이 프로젝트의 가장 중요한 토벌장면이다. 지금 나는 3학년이지만 아직 구구단을 못 외우고 올라온 아이들이 많아서 이번 1학기 나의 목표는 구구단 마스터시키기이다. 이를 위해 문제는 구구단으로 세팅해 뒀는데 아무런 액션 없이 숫자만 오고 가면 재미가 없을 것 같아서 약간의 애니메이션을 추가했다. 마음 같아서는 드래곤볼의 에네르기파처럼 공격했으면 했지만 이게 또 마음처럼 잘 만들어지지는 않아서 임시방편으로 빛무리가 흘러가는 느낌으로 공격모션을 넣었다. 토벌에 성공할 경우 확률에 따라 해당 영웅을 획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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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고
한 달 동안 겨우 패드 조작에 익숙해진 우리 3학년 꼬맹이들은 과연 이 맹독성(?) 교육용 수집형 RPG를 재미있게 즐겨주었을까요?
이미지 출처
리니지
SD건담 지 제네레이션 이터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