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석사하기 - 지원기 3. 추천서

by 정은

나는 학부를 졸업한지 10년이 됐고, 학교를 다닐 때에도 교수님들과 별 친분이 없었다. 그래서 추천서를 세 장이나 받아오라는 대학원의 요구가 매우 부담스러웠다.


그래도 어쩌랴, 받아야지. 나는 세 분께 요청을 드렸다.

1. 학부 때 들었던 프로젝트 기반 전공 수업의 교수님. 지도교수님은 아니셨는데 그때 내 실험 설계에 대해 매우 후한 평가를 해주셨었다.

2. 전 직장의 팀장님. 관계가 좋은 편이었고 쿨하시다.

3. 유튜브를 운영하며 어쩌다 관계가 생긴 옥스퍼드대의 교수님.(전공은 아주 유관하지 않음)


교수님께는 메일을 보내 나는 누구이고 이러이러하여 대학원 추천서가 필요한데 교수님 수업이 내 학창시절에 가장 기억에 남는 수업이다, 가능하시다면 찾아뵙고 제 소개를 드리고 싶다고 했다. 그랬더니 바쁘니까 오지 말고 서류랑 자기소개서 보내면 써주신다고 답장이 왔다.(심지어 기억도 해주셨음!) 굽신굽신하며 서류와 제출 방법을 보내드렸다(교수님이 직접 업로드하셔야 하는 시스템임ㅠ). 갑작스레 연락드려 매우 죄송했고 정말 감사했다. 교수님들은 이런 요청을 많이 받아 괜찮다(?)는 인터넷의 글들을 보고 눈 딱 감고 요청했다. 대학원 시스템에서 교수님 메일로 마감기한 전에 기한 안내가 가서인지, 내가 재촉하지 않고도 기한 내 잘 업로드 해주셨다. 나중에 교수님 사무실로 다과 세트를 보내드리며 감사하다고 거듭 말씀드렸다(감사 인사 드리러 간댔더니 찾아오지 말라고 하심..)


퇴사한 직장의 팀장님께는 카톡으로 안부 전하며 요청드렸더니 쿨하게 오케이 해주셨다. 사실 그전에 링크드인에 있는 팀장님 프로필에, 팀원으로서 피드백을 남길 수 있는 기능이 있는데(다른 사람들에게도 보여짐), 팀장님께 이 피드백을 남기고 싶은데 괜찮으시냐고 물어보고 피드백을 남겼다. 요청을 드리기 전에 나도 뭔가 해드리고 싶었고 실제로 내가 살면서 만난, 똑똑하고 좋은 리더라고 생각했던 분이셨기 때문에 진심으로 다른 사람들께 자랑?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사실 이렇게 어렵지 않게 누군가를 돕고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는 일이라면 평소에 해두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인생이 어떻게 될 지 모르는 거라, 그 분께 언제 어떤 도움을 받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팀장님은 바쁘시기도 하고 대학원 추천서를 많이 써보시진 않으셔서 그런지, 추천서 작성 제안을 수락하시면서 내게 초안을 써서 보내달라고 하셨다. 영어로 보내라고는 안 하셨지만 영어로 써서 보냈다.


이 초안을 쓰는 데 있어서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해 봤다. 추천서의 핵심은 진정성인데, 진정성이 드러나려면 그 분이 나를 잘 안다는 것이 드러나야 한다. 그러려면 그분이 정말 목격했을 법한 내 업무상의 에피소드들을 잘 녹여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업무를 하면서 잘 했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대학원 진학에 도움이 되겠다 싶은 방향으로 몇 개 뽑았다. 참고로 내 업무는 내가 지원하고자 하는 대학원 전공과 아무~런 연관이 없다. 제너럴한 특성이어도 상관 없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나는 다른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도와준다, 이런 것도 날 뽑는 대학 학과 입장에서는 중요하게 보일 수 있다. 대학원생이 소속된 학과의 다른 대학원생들, 교수님들을 적극 도와서 나쁠 게 무엇이겠는가? 나는 업무 윤리가 뛰어나다(책임감이 강하다)거나, 내가 잘 모르는 분야를 배우기 위해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나서고 사람들에게 연락한다거나 등등. 아카데믹 & 프로페셔널 분야 모두에 공통적으로 필요한 퀄리티는 분명 있다. 내가 실제 일어났던 에피소드로 백업할 수 있는 그러한 퀄리티를 찾아서, 상세한 에피소드와 함께 초안을 작성했다.


마지막 옥스퍼드대의 교수님께는 어차피 영국에 계셔서 만나뵙진 못하고, 메일로 이러이러해서 대학원에 진학하게 되었다, 대학원 지원하는 데 있어 교수님에게 영향을 많이 받고 도움도 많이 받았는데, 추천서를 좀 써주실 수 있나 이런 톤으로 보냈다. 흔쾌히 수락해 주셨다. 이 교수님은 사실 내가 맨 처음에 작은 유튜버로서 자문을 구하고자 메일로 연락을 드렸을 때 너무 흔쾌히 도와 주셨기 때문에 내가 감사한 마음이 참 많다. 그래서 책이 나오셨다거나 할 때 더 적극적으로 홍보를 해드리고 소소하지만 내가 운영하는 채널에 멘션도 많이 하려고 노력했는데, 그런 게 관계로 발전한 게 아닌가 싶다.


추천서는 빨리 준비할수록 좋다. 데드라인이 가까워오면 무진장 불안해지는데, 윗분들이기 때문에 쪼기도 좀 그렇기 때문이다. 친한 사이가 아니라면 더더욱 빨리 준비해야 한다. 나는 다행히도 모든 분들이 늦지 않게 추천서를 시스템에 등록해 주셨다.


"추천서를 써준 분들께 어떻게 답례할까" 이 부분은 나도 많이 고민했고 검색해 보니 다들 많이 고민하고 있었다. 하지만 검색이나 다른 사람 의견에 너무 얽매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사람마다 어느 정도의 답례가 적당한지, 답례가 애초에 필요한지 안 필요한지는 정말 그냥 개인의 의견이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 다르고 받아들이는 추천인의 생각도 다 다를 것이다. 정답은 없다.


정말 고마운 내 마음을 어떻게 추천인 분들께 솔직하게 알려드릴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나는 처음에 요청하는 이메일을 보낼 때 추천서가 필요한 내 상황에 대해 솔직히 커뮤니케이션했고, 내 소개를 하면서 내가 왜 추천을 받을 자격이 된다고 생각하는지 설명드렸다. 추천서를 써주셔서 성공적으로 지원서를 제출한 뒤에는 교수님 사무실로 소소한 티+다과 세트(쌍계명차 제품)를 보내 드렸고, 팀장님께는 카카오톡 선물하기로 집에서 드시라고 과일 바구니를 보내 드렸고, 영국에 계신 교수님껜 아무것도 못 드렸지만 메일로 감사를 표시했다. 그리고 옥스퍼드에서 오퍼를 받았을 때 세 분 모두에게 다시 한번 연락을 드려 덕분에 합격했다고 감사 마음을 전했다.


개인적인 생각인데 내가 대학원에 다녀와서 앞으로 이 분야에서 어떤 일을 할 거고 그 때 추천서를 써주신 교수님 & 팀장님께 이러이러한 도움이 꼭 되고 싶다, 는 부분을 살짝 언급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추천서를 받기만 하고 땡! 이 아니라, 도움을 받았으니 언젠가 보은을 할 수 있다고 하는 상호호혜적인 밸류를 어필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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