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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한 채

사물에 닿는 시 7 <집>

by 모카레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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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의 모서리는 앞뒤 사이를 띄우고 벽을 세운다

아래위의 틈을 넓혀 층을 나누다

소화시키지 못한 눈빛들을 토해낸다


만나면 뾰족해지는 모서리의 불문율


지붕은 아래를 붙들고 위를 열었다

아침을 물고 오는 새들이 곡선을 오르내리면

종일 구름에 걸린 해가 쉬었다 달을 만난다

빗물이 발가락을 튕기면 물결처럼 지나다

휘돌아오는 바람의 안부가

지붕 아래 모서리로 스며든다


나는 살아있는 집 한 채


언제부턴가 규격화된 창을 가리고

도어록과 계좌번호를 겨드랑이 밑에 숨겼다

아귀가 안 맞으면 흘리는 것들이 많으므로

굳은 팔을 붙이고 직진하거나 직선으로만 걸었다


가끔 하늘을 보는 습관은

아직도 내 머리 위 정수리가 숨을 쉬기 때문


순한 머리를 둥글게 쓰다듬는 깊은 손을 꿈에서 보았다


지금은 열어야 할 시간,

정수리의 속삭임이 모서리를 타고 흘러내리므로







사진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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