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흐리고 쌀쌀했던, 어제와 달랐던 아침
왠지 어제보다 조금은 쌀쌀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어제보다 왠지 어두운 것 같기도 하고. 커텐을 걷어본 지가 언제인지 기억이 안날 정도이니 몇 시인지도 가물가물하다. 뭐, 27인치 모니터 여기저기에 시간이 표시되니 시간감각이 없는 건 아니다. 그냥, 커튼 너머의 시간대가 낯설 뿐. 눈을 뜨자마자 앉은 책상에서 몇 시간째 모니터와 키보드, 조금은 덜 심심하도록 틀어놓은 유튜브 영상의 소리만이 흘러 나오고 있다....
아침식사는 대충 거르지만, 그러고 나면 점심 때가 되기 전에 배가 고파진다. 앉아서 손가락만 까딱 하는 것 같아도, 배는 고프다. 분명, 코딩이라는 직업은 두뇌를 많이 써야 하고, 두뇌를 많이 쓰면 분명 에너지 소비가 많은 게 분명하다. 사람들을 잘 만나지 않아서 모르지만, 나도 그렇고 영화 속 해커들 중에 뚱뚱한 사람은 드물지 않던가. 잠시 밖에 나가 밥을 먹어도 좋겠지만, 한 번 움직이는 게 그리 만만찮은 일인지라, 오늘도 그냥 집에서 해결하기로 마음 먹었다. 냉장고를 열어보고 찬장을 뒤져봐도 오늘은... 마음에 드는 식사꺼리가 없다. 별 수 없이 주문하는 수밖에. 가끔씩이지만, 이렇게 주문해서 끼니를 해결하는 것도 나쁘진 않다. 그래도 오늘은 왠지 평소와는 다른 게 먹고 싶어졌다. 조금은 어두운 것 같고, 조금은 쌀쌀한 것 같은 날씨가 평소와는 다른 게 먹고 싶도록 한 건지도 모르겠다. 웹사이트를 열고 금방 배달이 될만한 것들을 고른다. 그러다가 문득 '월렉'을 만들었던 게 떠올랐다. 몇 년 전 암호화폐가 극성일 때 살펴보겠다고 만들었다가, 이건 아닌 것 같아 그냥 지나쳤는데, 며칠 전부터 뉴스 사이트 여기저기에서 암호화폐 폭락이니 탈취니 하는 뉴스가 끊이지 않게 나오고 있었다. 처음 비트코인으로 거래한 게, 피자 한 판에 2 비트코인이랬나? 문득, 우리나라에서 바로 주문가능한 음식 중에 암호화폐로 주문할 수 있는게 뭘까? 싶어졌다. 그래서 오랜만에, 몇 년 전에 만든 지갑을 찾았다. 그리고, 잠시 후... 난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소설: 큐비트 프로토콜]
2. 행운의 끝, 불행의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