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손이 떨렸다. 키보드를 몇 번이고 눌렀다 뗐다를 반복했다. 화면 속 숫자는 그대로였다.
1,000,000.00000000 BTC.
…그게 진짜라면, 지금 내 눈앞에 있는 건 상상조차 해본 적 없는, 어쩌면 세계 역사상 가장 큰 비트코인 잔액일지도 몰랐다.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해킹? 아니, 내가 그런 능력은 없다.
실수? 그럼 도대체 누가, 왜, 이런 걸 내 지갑에?
순간적으로 ‘이건 누군가의 덫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몇 년 전, 그냥 호기심에 만들고 방치해 두었던 또 다른 암호화폐 지갑을 떠올렸다.
그때는 이더리움도, 라이트코인도 붐이었고, 그냥 무심코 만든 계정 하나.
비밀번호는… 다행히 기억났다. 내 오래된 습관 중 하나인 구식 암호 조합이 여기서 처음으로 쓸모를 찾았다.
재빨리 지갑을 열었다.
그리고, 화면을 이중으로 나눠놓고, 1백만 비트코인을 조금씩 쪼개 옮기기 시작했다.
물론 추적을 피하기 위해 다단계 전송. 일부는 텀블링 기능도 써봤다.
나도 잘은 모르지만, 어딘가에서 들은 건 있어서.
그런데 신기하게도, 전송은 너무도 순조로웠다.
이상하리만큼 빠르게, 아무런 오류 없이.
그 모든 전송이 끝난 후, 나는 일부러 아무 일도 없는 척, 유튜브를 틀고, 게임을 켜고, 평소처럼 키보드를 두드렸다.
하지만 내 손끝은 떨리고 있었고, 등줄기엔 땀이 흐르고 있었다.
다음 날.
확실한 무언가가 필요했다.
현금. 이게 진짜인지 확인해보고 싶었다.
전체가 아니더라도… 딱 1 비트코인. 지금 시세로 약 6천만 원쯤.
나는 최대한 눈에 띄지 않는 거래소를 골랐다.
회원가입은 오래 전에 해두었던 터라, OTP만 초기화하고 로그인.
KYC 인증도 되어 있었던 게, 이럴 땐 도움이 되다니.
입금은 금세 끝났다.
그 다음엔, 조금 무서운 느낌이 들었다.
내가… 지금 무언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고 있는 건 아닐까.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그냥 확인하고, 뺄 거다.
정말로, 딱 한 번만.
거래는 실시간으로 체결됐다.
지갑에서 1 BTC가 빠져나가고, 1억 3천만원 가량의 돈이 들어왔다.
나는 곧장, 거래소 근처의 ATM으로 향했다.
머릿속은 복잡한 계산으로 가득했다.
“만약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면… 이게 바로 그 시점일지도 몰라.”
현금 인출 한도는 제한되어 있었지만, 그래도 300만 원.
ATM 기계에서 돈을 뽑는 내 손은 떨리고 있었다.
사람들의 시선은 무심했고, 거리의 소음은 평소와 같았지만,
나는 분명히 느꼈다.
누군가 내 뒤를 쳐다보고 있었다.
평소라면 몰랐겠지만, 1백만개의 BTC와 1억이 넘는 잔고, 손에 든 1천만원의 현금까지… 너무나 떨리고 예민하게 하루를 보냈던 나로선, 온 몸의 신경이 곤두선 상태였고, 바람소리, 강아지 울음까지도 하나 놓칠 수 없는 상태였기에, 내 뒤에 누군가가 따라오고 있다는 것을 모를 수 없었다. 마치 뒤에 눈이라도 달린 것처럼.
3. 낯선 만남들
[소설:큐비트 프로토콜] 1. 흐리고 쌀쌀했던, 어제와 달랐던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