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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랜더 김인숙 Oct 17. 2024

인스타그램 말고 뉴스레터를 선택한 이유

나에게 맞는 채널을 선택하기. 이 말이 정말 쉬운 게 아니었다.

인스타그램... 진짜 못 해 먹겠다.


몇 년간 가장 핫한 SNS는 단연 인스타그램이었다. 나도 퍼스널 브랜딩을 할 때 많은 사람들에게 "인스타그램 해보세요"라고 조언했다. 실제로 블로그에서 인스타그램으로 넘어가 성공한 사람들도 보았고. 여전히 인스타그램은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진 곳이다. 나이 불문하고, 다들 한 번쯤은 들락거리는 곳이니까. 릴스 하나만 잘 만들어도 수십만 명에게 노출될 수 있고, 팔로워도 금세 불어나니까.


그런데 나한테는... 맞지 않았다. 사진 실력도 늘지 않고, 짧은 글로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담기 힘들었다. 게다가 사람들이 내 글이 너무 진지하다고 하더라. 댓글도 별로 안 달리고... 나름 열심히 해보려고 카드뉴스도 만들고, 릴스 대본까지 써가며 음성까지 녹음했는데, 매번 포기하게 됐다. 왜냐고? 그 과정이 전혀 즐겁지 않았거든. 억지로 쥐어짜듯 만든 콘텐츠가 어떻게 매력적일 수 있을까.


인스타그램 하면서 다른 사람을 너무 의식하게 되더라.

블로그와 유튜브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여정 같았다. 블로그는 내 일기장 같았고, 유튜브는 강의를 담는 것처럼 운영했었다. 남을 의식하지 않고 내가 할 일만 잘하면 되는 구조였다. 그런데 인스타그램은 달랐다. 소통과 연결이 핵심이잖아. 그러다 보니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자꾸 눈에 들어오는 거다. 배울 점도 많았지만, 자꾸 비교하게 되고, 신경 쓰이더라. 결국엔 신경 쓰이는 사람들 언팔하고 숨기기 처리하고 나서야 한숨 돌리게 됐다. 그때 마음속으로 '인스타 망해라!'라고 외쳤던 게 참 웃기다. 지금은 그냥 인스타그램을 나를 알고 있는 사람들과 소통하고 소식을 전하는 용도로 쓰기로 했다. 딱 그렇게 정리하니까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스몰토크... 진짜 어려워.

요즘 내가 깨달은 게 있다. 난 스몰토크를 잘 못한다는 거다. 강의나 모임을 주최할 때는 괜찮다. 찾아온 사람들과 말을 건네는 건 어렵지 않으니까. 그런데 얼마 전 독서 모임에서 번개를 했는데,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수다를 떠는 게 너무 어려웠다. 내가 요즘 정말 친하게 지내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는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9만 명이 넘는다. 그런데 이 친구가 스몰토크의 장인이라는 걸 보면서 깨달았다. 나는 기록을 하는 사람이었지, 대화를 나누는 사람이 아니었다는 거다. 인스타그램에서도 마찬가지다. 나는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말만 하거나, 일기를 쓰고 있었던 거지.


그 친구처럼, 그리고 소위 '잘 나가는' 인스타그래머들은 대부분 소통의 장인들이더라. 이걸 깨닫는 순간, 인스타그램에 대한 내 시선이 완전히 달라졌다. 인스타그램은 콘텐츠를 잘 만든다기보다는 사람들과 대화하는 공간이라는 걸 알게 됐다.



유튜브냐 뉴스레터냐... 

이 고민도 2년 가까이 했었다. 얼마 전에 스레드에서 같은 고민을 던졌더니 유튜브가 66%, 뉴스레터가 34%로 나왔다. 예상대로 유튜브가 더 높았지만, 1/3이나 뉴스레터를 선택한 사람들이 있다는 게 나에게는 오히려 희망적이었다. 사실 작년에 뉴스레터 운영을 잘하는 썸원님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었다. 그때 돌아온 답은 정말 명확했다.


"유튜브와 뉴스레터로 만날 수 있는 사람이 다르지 않아요? 누굴 만나고 싶은지가 중요하지 않을까요?"


맞다. 구독자 수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내가 누구를 만나고 싶은지가 더 중요했다. 그러니까 답이 명확해졌다. 나는 긴 글을 좋아하는 사람들, 대화를 나누고 싶은 사람들이 바로 그 답이었다. 나는 말하는 걸 좋아하지만, 글 읽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다. 그래서 뉴스레터가 맞는 거였다.



그렇다고 유튜브를 포기할 수는 없지.


인스타그램도, 뉴스레터도 결국 나를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한 채널이지만,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위한 채널도 분명 필요하다. 그래서 유튜브를 버려둘 순 없을 것 같다. 얼마 전 강의를 나갔는데, 담당자가 왜 요즘 유튜브를 안 하냐고 물어보더라. 오랫동안 나를 지켜보며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도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힘이 다시 났다. 그래서 초심으로 돌아가서 내가 잘하는 방식으로, 내가 즐겁게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다시 시작하려고 한다. 하지만 쉬었던 시간이 길어서인지, 다시 시작하는 게 참 쉽지는 않다. 그래도, 올해가 가기 전에 꼭 다시 시작할 거다.




오래전 운영하던 뉴스레터를 다시 살렸습니다. 이름도 뉴워커에서 뭐해먹고살지?로 변경했어요. 제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명과 동일합니다. 제가 뭐 해 먹고 살 지 고민하는 여정을 편안하게 공유하기로 했습니다. 브런치에는 이 글을 편지형태에서 독백 형태로 바꿔서 업로드 했습니다.


편지형태의 원문을 읽고싶으시다면, 뉴스레터를 구독하고 싶으시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하시면 됩니다.

https://whatdoyouwant.stibee.com/p/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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